두 공영방송의 파업 이틀차 풍경
[CBS노컷뉴스 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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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고용노동부에 '긴급조정' 요청
KBS는 5일 오후, 고용노동부에 현재 진행 중인 파업에 대한 '긴급조정' 요청서를 접수했다고 밝혔다. 북한의 6차 핵실험으로 한반도 위기가 최고조에 달하고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새노조의 파업 때문에 보도·프로그램 제작에 차질이 빚어져 '국가기간방송사'이자 '재난방송 주관방송사'로서의 소임을 다하고 있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KBS는 '긴급조정' 요청의 법적 근거로 두 가지를 들었다. KBS는 국가기간방송사이자 재난방송 주관사로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 제71조에 따라 공중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국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공익사업으로 지정돼 일반 사업장으로 규율되고 있다는 게 첫 번째다.
국가위기 상황에서 보도와 프로그램 제작에 심각한 차질이 생기면 노조법 제76조에 명시된 것처럼 국민경제를 해하거나 국민의 일상생활을 위태롭게 할 위험이 현존하게 돼 결국 그 피해가 국민들에게 돌아올 수밖에 없다는 게 두 번째다.
KBS는 규제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 역시 북한 6차 핵실험 당일인 지난 3일 '북한 핵실험에 따른 비상대비지침' 공문을 KBS 등에 보내는 등 방송사의 비상대비태세를 확립하고 비상대비 업무에 만전을 기할 것을 요청해 왔다고 설명했다.
KBS는 노조와 체결한 단체협약 102조에도 '전시, 사변, 천재지변이나 이에 준하는 사태가 발생할 경우, 쟁의행위를 일시 중단하고 비상방송 등 사태 해결에 적극 협조한다'는 점이 명시돼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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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새노조는 방통위가 KBS에 보낸 공문은 '비상상황에 대비해 임직원 비상연락망을 충실히 정비하고 청사 보안을 강화하라'는 내용이었다며 "이런 어이없는 호들갑은 고대영 사장이 얼마나 곤궁한 처지임을 스스로 고백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새노조는 쟁의행위가 △공익사업에 관한 것이거나 그 규모가 크거나 성질이 특별하고 △현저히 국민경제를 해하거나 국민의 일상생활을 위태롭게 할 위험이 현존하는 경우에만 절차에 들어갈 수 있을 만큼 '긴급조정' 요건이 엄격해, 2000년 이후 단 한 차례만 이루어졌다는 점을 강조했다.
새노조는 "답은 이미 정해져 있다. 공정방송의 걸림돌, 고대영 사장 당신이 내려오면 된다. 단체협약 무시하고, 공정방송위원회 출석 요구 외면하고, 공정방송 망친 임원과 간부 영전시키는 고대영 사장 당신이 사퇴로 책임지면 될 일이다. 그러면 파업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 MBC 전·현직 사장, "부당노동행위 없었다"
5일 오전, 서울 마포구 공덕동 서울서부고용노동지청 앞에는 취재진이 몰렸다. 고용노동부의 출석 요구에 수차례 응하지 않아 체포영장이 나온 김장겸 MBC 사장이, 지난 1일 이후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보도국장, 보도본부장으로 재직하던 시절인 2013년 5월부터 2015년 2월까지 직원들의 노조 활동 방해, 파업 참가 여부를 기준으로 한 인사 등 부당노동행위를 지시하거나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노조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이밖에 △센터 설립 및 전보 △모성보호의무 위반 △최저임금제 위반 △근로계약서 미교부 △일부 퇴직금 부족 지급 등의 혐의도 있다. 노조법 90조는 부당노동행위 규정을 위반한 자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김 사장은 "언론자유와 방송독립을 어떻게 지킬지 고민이 많다"며 "취임한 지 6개월밖에 되지 않은 사장이, 정권의 편인 사실상 무소불위의 언론노조를 상대로 무슨 부당노동행위를 했겠나"라고 말했다. 그는 출석 후 12시간 만인 5일 오후 10시 12분쯤 나와 "아는 범위 내에서 성실히 답변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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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본부는 성명을 통해 "김장겸의 범죄행각은 6개월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며 정치부장으로 임명됐던 2011년부터 수많은 부당노동행위를 실무에서 총괄 지휘했다고 주장했다.
MBC본부가 밝힌 김 사장의 부당노동행위는 △보도 부문 인사권자로서 불공정 왜곡보도에 항의하는 기자들을 징계·부당전보 △보직부장에게 노조 탈퇴를 종용하고 거부하면 보직 박탈 △사장 면접 당시 노조 혐오 노출 △사장 취임 이후에도 뉴미디어포맷개발센터 등 비제작부서에 기자·PD부당전보 등이다.
MBC본부는 또한 지난달 드러난 '카메라기자 블랙리스트'도 김 사장이 보도국장 임기를 시작한 직후에 만들어졌다고 강조했다. 블랙리스트는 회사 정책 친화도, 노조 경력 등을 근거로 직원들을 4등급으로 나눈 문건이다.
MBC본부는 "고용노동부와 검찰은 한국 언론 사상 최악의 노동탄압을 수년간 실무에서 자행하고 총괄 지휘한 김장겸의 숱한 범죄 행각을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노동청에는 'MBC 사태의 시발점'으로 꼽히는 김재철 전 MBC 사장도 출석했다. 김 전 사장은 2012년 170일 파업 참가를 이유로 본사 직원 98명(해고 6명 포함)에게 중징계를 내렸다. 전국 18개 지역사 57명도 정직·감봉·근신 처분됐다.
김 전 사장 역시 부당노동행위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질문에 인정하지 않는다며 "회사의 경영진이니까 나는 합당한 조치를 한 것뿐"이라고 반박했다.
◇ 언론·방송학자 467명, 양대 공영방송 총파업 지지선언
파업 첫 날, 기자·PD·아나운서·작가 등 언론현업단체 시민단체의 지지선언이 쏟아진 데 이어, 이틀차인 5일에는 언론·방송학자 467명이 한데 뜻을 모은 지지선언이 나왔다.
한국언론학회·한국방송학회·한국언론정보학회 소속 언론·방송학자 467명 일동은 "공영방송 파업이라는 중대 사태에 우려를 표하는 동시에, 자신들의 기본 책무를 포기하면서까지 (파업에) 나설 지경의 사유에 공감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공영방송이 이 지경에 이르게 된 것에 우리 언론·방송학자들도 책임이 있다"며 "강의와 학술 활동만으로 책임을 다했다며 관찰자로서만 남아있을 것이 아니라 더 크게 문제를 제기하고 실천했어야 한다. 더욱 침통한 것은 권력의 공영방송 침탈에 일부 언론·방송학자들이 관여했다고 비판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 언론·방송학자들은 방송인들에게, 시민들께 사과하며 다시는 이런 과오를 범하지 않을 것을 엄숙히 다짐한다"고 전했다.
MBC성우극회도 같은 날 성명을 내어 "권력에 충성하는 이들이 MBC 사장에 임명되자마자 우리는 많은 변화를 실감했다. 시청자인 국민을 위한 공익적 방송이 목표가 아니라, 정권에 충성하는 뉴스와 프로그램을 양산하면서 MBC 브랜드가 망가지는 상황, 우리는 곁에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며 "우리는 비록 프리랜서지만 MBC 종사자들의 정의로운 투쟁을 외면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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