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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金요일에 보는 경제사]군함도는 정말 '산업혁명'시대 유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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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28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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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광 기능 본격화된 것은 태평양전쟁기 
산업혁명 시대 만든 것은 매립 위한 제방 뿐 
강제징용 역사 은폐위해 100년이나 끌어올려진 개발사

나가사키 앞바다에 위치한 일명 군함도, 옛 하시마 탄광의 모습(사진=위키피디아)

나가사키 앞바다에 위치한 일명 군함도, 옛 하시마 탄광의 모습(사진=위키피디아)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영화 '군함도'로 주목을 받게 된 일본 규슈 나가사키 앞바다에 위치한 하시마(端島) 섬. 지난 2015년 7월 일본이 메이지시대 산업혁명 유산이라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시킨 이후 일본은 물론 세계 각지의 관광객들이 찾는 유적지가 됐다.

일본에서 주장하는 하시마 섬은 일본의 근대화가 시작된 메이지(明治)시대, 즉 19세기 중엽 이후 개발이 이뤄진 탄광도시로 1890년부터 1974년 폐광될 때까지 약 1570만톤(t)의 석탄을 공급해 일본 근대화에 기여한 산업의 현장이다. 이것을 명분으로 산업혁명 유산이란 칭호를 얻게 된 하시마 탄광은 곧 세계문화유산으로까지 등재됐다.

하지만 실제 이 섬이 본격적으로 탄광역할을 하게 된 것은 1940년대부터다. 이 섬의 실제 역할은 나가사키를 비롯해 규슈 전역에 퍼져있던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제철소들에 석탄을 공급하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 석탄을 캐낸 것은 당시 일제의 침략으로 식민통치를 받았던 조선과 중국일대, 오키나와 등지에서 강제징용 된 사람들이었다. 산업혁명의 유산이 아니라 전쟁범죄의 현장이었던 셈이다.

1897년부터 1931년까지 매립된 군함도 모습. 매립공사 이후부터 사실상 탄광 기능을 수행했다.(사진=나가사키시 군함도 홈페이지)

1897년부터 1931년까지 매립된 군함도 모습. 매립공사 이후부터 사실상 탄광 기능을 수행했다.(사진=나가사키시 군함도 홈페이지)


일본의 주장과 달리 현재 이 섬에 남은 산업혁명기 유적이라곤 1890년대 지어진 제방 뿐이다. 하시마섬은 1897년부터 1931년까지 6회에 걸쳐 매립공사로 확장이 이뤄졌고, 실제 산업용 석탄이 본격적인 채굴이 이뤄져 본토 철강사업에 쓰인 것은 그 이후부터다. 최소로 잡아도 19세기에 지어진 탄광이 아니라 일본이 만주사변을 일으킨 이후부터인 셈이다.

당시 이 탄광을 소유했던 것도 전범기업인 미쓰비시(三菱) 그룹이었다. 당시 미쓰비시 중공업은 전쟁물자와 무기생산을 전담하던 업체였으며 이 탄광은 당시 주요한 전략자원이던 석탄 생산기지였다. 1974년 폐광 이후에도 미쓰비스 그룹의 사유지로 남아있다가 지난 2001년 나가사키 지자체에 양도된 이후 현재는 나가사키시의 시유지로 돼있다.

군함도에 남은 건물과 구조도. 대부분 1940년대 이후 지어진 건물들이다.(사진=나가사키시 군함도 홈페이지)

군함도에 남은 건물과 구조도. 대부분 1940년대 이후 지어진 건물들이다.(사진=나가사키시 군함도 홈페이지)


이곳이 결코 평화로이 산업발전의 역군 역할을 하던 곳이 아닌 것임은 별칭인 군함도(軍艦島)에서도 드러난다. 군함도라는 별칭은 당시 미군 점수함이 하시마 섬 앞바다에 석탄운반선을 격침시키던 도중 이 섬을 석탄운반선 호위 군함으로 착각해 오인공격했다는 이야기가 나와 붙은 것이다.

이런 사실이 뻔함에도 일본은 어떻게든 이 군함도를 산업혁명의 성전으로 만들고자 기획하고 있다. 그 이유는 이곳에서 벌어졌던 참상을 최대한 가리기 위한 꼼수로 알려져있다. 이곳이 실제 역사적 사실대로 1940년대 개발된 전쟁범죄의 현장으로 남을 경우, 동아시아 반일감정을 더욱 지필 수 있는 장소가 될 가능성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군함도 내부 사택모습. 햇빛조차 제대로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빽빽한 사택에 수많은 강제징용 인부들을 몰아넣었다.(사진=위키피디아)

군함도 내부 사택모습. 햇빛조차 제대로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빽빽한 사택에 수많은 강제징용 인부들을 몰아넣었다.(사진=위키피디아)


원래 하시마섬은 1943년 이전까지만 해도 강제징용된 노동자들은 없었고 광부들에 대한 보수도 괜찮은 탄광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미국과의 태평양전쟁이 한창이던 1943년, 이 지역에 근무하던 일본인 광부들까지 전부 전선에 투입되자 당시 일제는 조선, 중국, 오키나와 등지에서 강제징용 된 인부들을 끌고 와 노예처럼 부려먹었다.

이미 국내 보급상황마저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군함도에 강제동원된 인부들에게 주어진 음식이라곤 콩깻묵 뿐이었다. 이것은 당시 일제 식민지 만주에서 생산된 콩을 군수용 기름으로 짜내고 남은 찌꺼기로 그마저 썩고 곰팡이가 펴있을 정도였다고 한다. 이렇게 도저히 사람이 먹을 수가 없는 음식을 주고 허름한 방에 인부들을 40명이 넘게 수용하며 지하 1000m가 넘는 깊은 갱도로 강제 투입했다.

사고는 거의 매일 발생했고 사람이 죽으면 쓰레기로 모은 가마니짝을 대충 덮어 불을 붙여 바다에 버렸다. 전쟁 말기에는 하루도 빼놓지 않고 온종일 시신을 버렸다고 전해진다. 도중 탈출하려고 해도 태평양 한가운데 있는 섬을 탈출하기 쉽지 않았고 일본 내륙 쪽으로 달아나도 금새 붙잡혀 사살됐다. 오죽하면 나가사키 주민들이 전시에 이렇게 죽은 사람들을 위해 위령비를 세워줄 정도였다고 한다.

나가사키에 원폭이 투하된 이후 발생한 구름 모습. 원폭 투하 덕에 하시마섬은 해방됐다.(사진=위키피디아)

나가사키에 원폭이 투하된 이후 발생한 구름 모습. 원폭 투하 덕에 하시마섬은 해방됐다.(사진=위키피디아)


이 지옥의 탄광이 멈춰선 것은 1945년 8월9일,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투하된 후였다. 채광조차 안돼 컴컴하던 탄광일대에 빛이 환하게 들어온 것이 그날 처음이었다고 한다. 며칠이 지난 후, 일본인 감독과 관리직들은 모두 도망갔고 8월18일 탄광은 완전히 해방됐다. 살아남은 몇몇 생존자들은 작은 배를 타고 육지로 이동했고, 그 후 조국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고 전해진다.

결국 이 섬은 산업혁명 시기였던 19세기 일본의 개항기 때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전쟁범죄의 현장일 뿐이다. 그럼에도 일본정부는 일본 측에 유리한 당시 조선총독부 보고서만을 증거로 내보이며 전쟁범죄는 없었다고 발뺌하고 있다. 당시 체불된 급료에 대해서도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으로 완전히 해결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군함도는 전 세계인들에게 아시아 최초로 지어진 근대적 탄광이자 산업혁명 유산으로 소개되고 있다. 지난 2015년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 때 관광코스에 조선인과 중국인 강제징용 노동자에 대한 명시를 하기로 합의했지만 이 또한 조금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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