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모 일간지에 자외선과 자외선 차단제에 대한 기사를 기고할 일이 있었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양을 발라라, 자주 덧발라라 등 누구나 여러번 들어본 뻔한 내용만이 아니라 쉽게 접하기 힘들지만 실질적으로 생활에 도움이 되는 내용을 적으려 노력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내용이 자꾸 길어져서 결국에는 A4 용지로 4장에 달하는 글을 기자분께 건네드렸습니다. 실제로 나갈 수 있는 기사의 양은 정말 한정되어 있는데 말입니다. 다행히 기자분께서 지면을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이 할애해주시고 정리도 너무 잘 해주셔서 생각보다는 많이 편집을 당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실렸으면 했으나 실리지 않은 내용도 있고 구체적인 상품명 같은 것은 기사에 적을 수 없었기 때문에 아쉬운 점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자외선 차단제 무엇을 어떻게 발라야 할 것인가?
많은 분들이 여름철에만 자외선에 대한 주의를 기울입니다.(사실 저도 이렇게 글은 쓰고 있지만 그렇습니다 흑흑) 그러나 우리는 겨울철이나 비가 오는 날에도 한여름 맑은 날의 60-70%에 달하는 자외선에 노출되고 있으며 검게 태닝 된 자동차 유리를 통해서도 70%, 얇은 천을 통해서도 40%의 자외선이 투과됩니다. 심지어 실내조명에서도 기다란 1자형의 형광등을 제외하면 아주 미량의 자외선이 나옵니다. (물론 실내조명 때문에 자외선 차단제를 바를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따라서 사시사철 언제나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우리 피부의 노화는 90% 정도가 자외선 때문입니다. 여러 가지 질환의 후유증으로 수십 년 동안 병실에서 와병 상태에 계신 분들을 보면 얼굴은 주름도 없고 색소도 없고 굉장히 젊으신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오랫동안 트럭 운전하신 분들을 보면 왼쪽 얼굴이 오른쪽에 비해 훨씬 더 나이 들어 보입니다. 그만큼 광노화는 치명적입니다. 자외선 차단제만 잘 써도 큰 비용 들이지 않고 60-70대가 되었을 때 또래보다 10년 가까이 젊어 보일 수 있습니다. (시술로 이 정도 효과를 내려면 음 국산 중형차 한대는 얼굴에 쓰셔야할 겁니다.)
그럼 충분한 양의 비타민D를 합성하려면 햇볕을 얼마나 어떻게 쬐어야 할까요? 여름의 경우 얼굴에만 자외선 차단제를 도포한 상태에서 팔다리를 노출하고 하루 15분 정도, 겨울의 경우 얼굴, 손발을 노출한 상태로 30-40분 정도 햇볕을 쪼이면 필요한 하루에 필요한 비타민D(1000IU)를 합성하는데 부족함이 없습니다. 햇볕을 쪼이는 시간도 매우 중요한데 여름의 경우 오전10시에서 오후2시 사이에는 햇볕이 너무 강해 일광화상의 위험이 있으므로 이 시간을 피해서 일광 노출을 하는 것이 좋으며 겨울에는 반대로 이 시간 때 일광욕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만약 이 정도의 일광 노출도 어렵다면 비타민 제재를 먹거나 근육 주사를 통해서 보충하는 방법도 있는데 먹는 경우 비타민 D2보다는 피부에서 만드는 비타민 D3가 포함된 제재를 먹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며 엉덩이 주사를 맞겠다면 2-3개월 간격이 적절합니다. 특히 겨울에 추천드립니다.
자외선 차단제를 선택함에 있어서 가장 고려해야 할 점은 성분과 자외선 차단 지수입니다. 자외선 차단제는 성분에 따라 아연, 티타늄 등의 금속성분이 포함된 무기 자외선 차단제(무기자차)와 그렇지 않은 유기 자외선 차단제(유기자차)로 나눌 수 있습니다. 무기자차의 금속 성분은 빛에 대해 안정적이어서 비교적 오래 유지되고 전신 흡수가 되지 않으며 피부 트러블을 거의 일으키지 않는 등 많은 장점이 있으나 발랐을 때 하얗게 뜨는 ‘백탁 현상’이 큰 단점입니다. 또 발림성도 유기자차보다 떨어집니다. 바르고 나서 시간이 지났을 때 유기자차는 기름진 느낌이 들지만 무기자차는 반대로 건조해지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금속 입자의 크기를 줄여 백탁 현상이 적은 제형들도 나와 그나마 허옇게 뜨는 정도가 줄었습니다. 최근에는 유기 성분과 무기 성분이 적절히 혼합된 자외선 차단제가 대부분이고 발림성도 좋고 백탁현상도 없는 제품들이 많이 나와있습니다.
그러나 만 2세 미만의 유아, 심한 민감성 피부의 경우에는 무기 자외선 차단제(무기자차)를 쓰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아이들의 경우 선크림 발라주면 비비고 먹고 오만 난리가 다 나기 때문에 피부와 점막에 모두 자극이 적은 이산화 티타늄(TiO2)성분이 들어간 자외선 차단제가 좋습니다. 6개월 미만의 유아는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자외선 차단제를 바른 후 트러블이 생긴다고 호소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자외선 차단 성분 때문에 접촉성 피부염이 생기는 경우는 드뭅니다. 대개 자외선 차단 지수가 높은 제품의 경우 자외선 차단 성분을 제품 내 녹이기 위해 유기용제(PABA 등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라는 성분을 많이 쓰게 되는데 이러한 성분들이 피부에 알레르기를 일으키거나 막을 형성하여 피부를 자극해 트러블이 생기는 것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자외선 차단지수가 높으면 높을 수록 자외선 차단 물질의 농도가 높고 그 물질들을 녹이기 위해서 유기 용제의 농도도 늘어납니다. 따라서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고 자꾸 트러블이 난다면 유기용제를 덜 써도 되는 무기 자차를 쓰시고 그 중에서도 성분 종류의 갯수가 적은 것을 쓰는 것이 좋습니다.
(구체적인 상품명도 추천 드릴 수 있지만 그러지 못하는 점 양해바랍니다. 쪽지 주시면 제가 가능한 범위 내에서 알려드릴수도 있고 원글 말미에 있는 제 블로그< http://blog.naver.com/rustypipe99 >에는 몇몇 제가 괜찮다고 생각하는 제품을 설명해놓았습니다. 주로 피부가 민감하시거나 어린이들이 쓰기에 괜찮은 제품들입니다. 물론 해당제품을 피부가 건강하신 분들이 쓰셔도 괜찮습니다. 다만 저는 화장품 회사들과는 관련이 1도 없고 그냥 제가 성분표 보고 직접 써보고 환자분들 이야기 듣고 여러 제품에 대해 느낀 점들만 있을 뿐입니다. 또 주변에서 아무리 좋다고 해도 본인이 발랐을 때 아니면 그냥 아무 의미 없는 이야기가 되어버립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성분표나 주변의 이야기가 아니라 내가 썼을 때의 반응입니다.)
적절한 자외선 차단 지수에 대한 논란도 있는데 이는 사용자의 습관과 환경에 따라 결정하시면 됩니다. 일반적인 생활환경에서 자외선 차단제 정량을 적절한 시간 간격을 두고 덧바를 수 있다면 여름에도 SPF30, PA++ 정도의 제품이면 충분히 자외선을 잘 차단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자외선이 강한 환경이거나 오랜 시간 노출될 경우 또는 자주 덧바를 수 없을 경우에는 SPF50+, PA+++ 이상의 제품을 추천드립니다. (얼마 전에 싸이판에 놀러갔는데 SPF100짜리 선크림이 있더군요. 2시간 마다 떡칠해도 탔습니다. 흐흐흐 자외선이 강한 곳은 높으면 높을수록 장땡!) SPF30인 제품보다 60인 제품을 도포하였을 때 피부에 닿는 자외선의 양이 절반으로 감소하며 같은 양 발랐을 때 피부를 보호해 줄 수 있는 지속 시간도 2배 정도 길기 때문이죠. 어떤 분들은 SPF30이나 60이나 자외선 차단율은 각각 96.6%, 98.3%로 1.7% 정도 차이 밖에 안 나기 때문에 뭘 바르던 상관없다고 하시지만 피부 입장에서는 2배의 차이가 납니다. (예를들어SPF 30인 제품은 3.3%의 자외선B를 투과시키지만 60인 제품은 1.7%만을 투과 시킵니다.)
최근에는 자외선 차단 성분을 포함한 파운데이션, 파우더 형태의 제품들도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제품의 경우 도움이 되지만 실제로 피부에 사용하는 양이 제품에 표시된 자외선 차단 효과를 나타내기에는 많이 부족하기 때문에 색조 화장 전에 자외선 차단제를 사용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그러나 여자분들의 경우 화장을 한 후 자외선 차단제를 시간에 맞춰 덧바르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에 기초화장을 잘 해서 접착력 있는 상태에서 파우더 형태의 제품을 2시간 간격으로 덧바르는 용도로 쓰는 것은 도움이 됩니다.
수년 전부터 스프레이 형태의 자외선 차단제도 사용하기 편리하기 때문에 많이 판매되고 있습니다. 스프레이의 경우 피부에 분사한 후 그대로 있으면 피부에 골고루 퍼지지 않기 때문에 반드시 문질러서 골고루 펴 바르는 것이 좋습니다. 호흡기로 흡입되었을 때의 안정성이 아직 확실하지 않고 일부 논문에서는 소아에서 폐의 염증을 일으켰다는 증례보고가 있으므로 소아에서의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고 성인의 경우에도 분사시 흡입하지 않도록 주의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요새 가장 이슈가 되는 것이 바로 자외선 차단제의 안전성입니다.
특히 최근에 일부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고 염소가 포함된 수영장에서 자외선을 쪼이면 발암물질이 나온다는 기사까지 나왔죠. (사실은 몇 년 전부터 있던 이야기입니다.)
정말로 자외선 차단제는 발암물질로 변할 수 있을까요? 우선 무기자차는 어느 정도 안전하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차피 무기자차는 금속성분이 자외선을 물리적으로 튕겨내버리는 원리이기 때문이고 빛에 대해서 굉장히 안정적이기 때문에 다른 성분으로 쉽게 변하지 않기 때문이죠.
유기자차의 경우도 자외선만 쪼였을 때 혹은 염소가 포함된 수영장 물에만 들어갔을 때 발암물질이 발생한다는 연구결과는 없습니다. 문제는 유기자차에 염소와 자외선을 동시에 노출시켰을 때인데 아보벤존이라는 비교적 널리 쓰이는 유기자차 성분의 경우 극미량의 염소화된 페놀과 아세토페논(아세토페논은 아직 인체에서 인정된 발암물질은 아닙니다. 다만 동물실험에서 DNA에 손상을 준다는 결과는 있습니다.)이 검출된다는 연구결과는 비교적 일관성 있게 나오고 있습니다. 문제는 그 양인데 대부분 양을 측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극미량(trace) 가 검출되는 수준입니다. 이 정도 양에서도 유의하게 암 발생률이 높아질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저라면 일상생활에서는 어떤 종류의 자외선 차단제도 마음 놓고 바를 것 같습니다. 자외선에만 노출되어서는 발암물질로 변화된다는 증거가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야외수영장이나 워터파크에 놀러 갈 때는 무기자차를 쓸 것 같아요. 아직 명확한 결론이 나오지 않은 사안이라 정답은 각자의 마음속에...
또 일각에서 자외선 차단제에서 제기하는 위험성이 호르몬의 이상입니다.
일부 유기자차 성분의 구조가 에스트로겐과 비슷하기 때문에 이런 성분이 체내에 흡수될 경우 이를 여성호르몬으로 착각해 남성의 정자 운동성이 떨어진다던가 하는 일이 발생한 다는 것입니다.(어우 무서워.. 아직 장가도 못 갔는데...) 실제로 자외선 차단제를 왕창 바르고 얼마 후에 소변을 보면 소변에서 그 성분이 미량 검출됩니다. 전신 흡수가 된다는 이야기이지요. (참고로 무기자차는 전신 흡수된다는 증거가 아직 없습니다.)
하지만 이는 결론적으로 기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구조가 에스트로겐과 비슷한 것은 맞지만 매일 노출부위에 바른다고 하더라도 실제 내분비계의 이상을 일으키기에는 그 양이 너무 적습니다. 규모가 크고 잘 설계된 연구일수록 자외선 차단제가 성 호르몬계의 혼란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결론이 일관되게 나옵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는 양에서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마지막으로 제기되는 문제가 나노화된 무기 자외선 차단제가 과연 안전한가 입니다.
위에서도 말씀드렸지만 무기자차의 단점은 백탁현상인데 이를 줄이기 위해서 금속 입자의 크기를 계속 줄여왔습니다. 이러한 입자 나노화의 장점은 백탁현상이 줄어든다는 것이지만 단점은 자외선 차단력(특히 UVA)의 감소와 안전성에 대한 의문입니다. 특히 나노화된 ZnO(산화 아연)이 전신 흡수되어 영향을 미치지 않겠느냐는 것이지요. (실제로 EU에서는 나노화된 산화아연을 자외선 차단 목적으로 쓰지 못합니다. 하여간 EU는 뭐가 조금만 의심되도 일단 허가를 안해줍니다. 안전성 측면에서는 정말 꼼꼼한 듯 합니다.) 나노화된 산화아연이 세포와 만나면 세포에 손상을 준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 연구에서 실제로 나노화된 산화아연이나 이산화티타늄을 인체에 발랐을 때 이러한 무기자차 성분이 피부의 가장 외곽층인 각질층보다 아래로 침투한다는 연구 결과는 없습니다. EU에서 시행한 연구에서도 산화 아연을 발랐을 때 극미량의 아연 이온이 흡수될 가능성은 있지만 너무 미량이라 인체에 영향을 미치기는 어렵다고 결론내렸습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아도 전하를 띤 금속 이온이 역시 여러가지 전하를 띤 피부를 뚫고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나노화된 무기 자외선 차단제의 경우 피부가 민감해서 유기자차를 못쓰시는 분들 중에 자외선 차단 효과가 약간 떨어져도 백탁현상이 너무 싫으실 경우 쓰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이번 기사를 쓰면서 느낀 것이 건강, 피부에 관심이 많으신 분들일수록 오히려 자외선 차단제에 대한 지나친 거부감과 잘못된 정보를 갖고 계신다는 점이었습니다. 관심이 많을수록 검색을 많이 하게 되고 그럴수록 진실이 아니지만 진실처럼 보이고 믿고 싶어지게 만드는 정보에 더 많이 노출되겠죠. 자외선 차단제는 실보다 득이 훨씬 더 많습니다. 사람마다 피부 톤이 다르고 민감한 성분도 다르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건 자기에게 제일 잘 맞는 제품을 꾸준히 쓰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