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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Why] "5억짜리" "가짜".. TV쇼 진품명품, 과연 쇼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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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24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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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가 5억 도자기 매병·2억짜리 '게 연적' 진위 논란의 진실은
감정위원은 "국보급"
"저렇게 아름다운 건 처음.. 제대로 볼 줄 모르면서 헛소리하는 것" 주장

문화재의 유래와 가치를 살펴보는 KBS 1TV 장수 프로그램 'TV쇼 진품명품'에서 감정가 5억원을 받은 도자기 매병(梅甁)과 2억원으로 감정받은 연적(硯滴)에 대해 고미술시장에서 진위 논란이 일고 있다. 진품명품 감정위원과 방송 전 해당 작품을 감정한 사단법인 한국고미술협회는 "진품"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일부 고미술상들은 "가짜"라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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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억원 감정받은 매병 가짜"

지난 2월 5일 방송된 'TV쇼 진품명품'에는 첫 감정 의뢰품으로 역상감 보상화문 매병(逆象嵌 寶相華文 梅甁)이 나왔다. 모란당초(牡丹唐草) 문양의 바깥 부분을 파내고 여기에 백토를 채워 장식했고 모란꽃잎 무늬가 들어간 도자기였다. 이 매병은 높이 34㎝로, 초콜릿색을 띠며 도자기 위쪽 부분에는 파도 무늬가 들어가 있다. 진품명품 출연진인 이상문 감정위원은 "15세기 조선 시대 초기에 만들어진 청자"라고 했다. 이씨가 책정한 감정가는 5억원. 그는 방송에서 "저렇게 아름다운 도자기는 처음 볼 정도"라며 "현재 국보나 보물로 지정돼 있는 도자기와 비교해 볼 때 사실 저만큼 아름다운 것도 흔치 않다"고 했다. 감정 의뢰인 지모씨는 "시아버지가 40년 전 돌아가시면서 물려주신 것"이라고 말했었다.

방송 이후 KBS에 제보가 들어왔다. "방송에 나온 분청(매병)은 3년 전 골동품 브로커 정모씨가 중국에서 들여왔다. 이후 다른 골동품상 정모씨에게 3000만원에 담보 잡혔던 물건인데 감정 결과 가짜로 판명됐다. 브로커 정씨가 골동품상에게 1500만원을 주면서 부족한 돈은 매병을 팔아 돌려주겠다며 매병을 가져갔는데 골동품상 김모씨의 아내가 진품명품에 들고나온 것이다. 김종춘 한국고미술협회장이 진품명품 감정위원을 시켜 5억원으로 거짓 감정을 했다"는 내용이었다.

왜 "시아버지가 물려줬다"고 거짓말했나

KBS 제작진은 "매병이 가짜다"라는 제보를 받고 진상 조사에 들어갔다. 고미술계 전문가들에게 매병 진위 여부를 물었으나 "개입하지 않겠다"는 답변을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진품명품 관계자는 "한국고미술협회에서 진품 감정을 받은 고미술품이고 의뢰자가 시아버지에게 물려받았다는 답변을 듣고 문제없다고 결론 내린 것으로 안다"고 했다. 진품명품 감정위원 이씨는 지난 4월 16일 방송을 마지막으로 출연을 중단했다. 이씨는 본지와 만나 "지난 대선 기간 반기문 캠프를 거쳐 국민의당에서 활동하면서 선거법에 따라 방송에서 하차했다"고 말했다.

진품명품에 매병 감정을 의뢰했던 지씨 남편 김모씨는 골동품상이었다. 김씨는 "매병은 틀림없는 진품이고 내 소유"라고 했다. 김씨는 "골동품 브로커 정씨가 2014~15년쯤 중국에서 들여온, 북한에서 발굴된 물건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김씨는 "브로커 정씨가 골동품상 정씨에게 '3000만원을 투자하면 매병을 사서 되판 수익을 나누겠다'며 돈을 받아 중국에서 매병을 사 온 뒤 골동품상 정씨에게 담보 형식으로 맡긴 것"이라고 했다. 김씨는 또 "이후 급전이 필요했던 골동품상 정씨가 '브로커 정씨로부터 돈을 대신 받아달라'며 매병을 나에게 넘겨줬다"고 했다. 그는 그러나 "매병이 가치가 있는 것으로 판단했고 내가 브로커 정씨에게서 1억8000만원을 받을 게 있어 돈 대신 매병을 넘겨받았다"며 "이후 골동품상 정씨가 받아야 할 돈 3000만원은 내가 대신 줬다"고 말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문제의 매병을 2억1000만원에 산 셈이다.

한편 매병 주인 김씨의 아내가 방송에 출연해 "40년 전 시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것"이라고 말한 것에 대해 남편 김씨는 "진품명품 제작진이 화제를 만들기 위해 그런 식으로 연출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KBS 관계자는 "김씨 아내에게 그렇게 제안하지 않았다"며 "김씨에 대해 명예훼손 등 법적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건 주인 못 밝힌다는 의뢰인

매병 논란 이후 인사동에선 또 다른 소문이 돌았다. 지난 3월 19일 진품명품에서 2억원으로 감정한 게 모양 고려청자 연적도 가짜라는 내용이었다. 5억원짜리 매병처럼 골동품 브로커 정씨가 역시 중국에서 들여온 것으로, 실소유주는 역시 한국고미술협회 김 회장이라는 소문이었다. 진품명품 감정위원 이씨는 방송에서 "고려 시대 초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1000년 가까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 연적 감정 의뢰인으로 나온 여자 탤런트 김모씨는 방송에서 "잘 아는 분이 소장하고 있는 물건인데 그분이 너무 바빠 대신 나왔다"고 말했었다. 그러나 진품명품 제작진은 "매병과 연적 모두 감정위원 이씨가 제작진에게 소개해서 방송에 나온 물건들"이라며 "연적의 경우 별다른 제보가 없어서 따로 진위 여부를 조사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연적을 들고 방송에 출연한 탤런트 김씨는 본지 통화에서 "연적 주인이 원치 않아 누군지 밝힐 수 없다"고 했다. 본지는 골동품 브로커 정씨와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인사동에 이미 돌아다녔던 물건들

인사동에선 "방송에 나온 매병과 연적을 실제로 봤다"는 고미술상들을 만날 수 있었다. 한 고미술상은 "매병을 감정했는데 모조품이라고 판단해 거래하지 않았다"고 했다. 또 다른 고미술상은 "골동품 브로커 정씨가 연적을 들고 찾아왔다"며 "가짜인 것 같았지만 '한국고미술협회에서 진품 감정서를 받아오면 2000만원에 사겠다'고 했는데 그 연적이 진품명품에 나와 2억원 감정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 고미술상들은 매병이 가짜이거나 가치가 낮다고 봤다. 그 이유는 ▲흙이 초콜릿처럼 검은색을 띠는 14~16세기 청자나 분청사기를 본 적이 없고 ▲도자기 아래 굽 부분에 유약이 있어야 하는데 없고 ▲이 같은 형태의 조선 초기 청자나 분청사기는 상·중·하 등급에서 하품에서만 드물게 볼 수 있다는 점 등을 들었다.

연적도 상급이 아니라고 했다. ▲물을 담는 구멍과 나오는 구멍이 아래쪽에 뚫려 있어 연적 기능을 거의 할 수 없으므로 예술성과 기능성을 추구했던 고려자기와 다르고 ▲지금껏 고려청자 게 연적이 발견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방송에서 두 물건을 감정한 이씨는 "고미술품을 제대로 볼 줄 모르는 사람들이 헛소리를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씨는 "지금까지 보지 못한 고미술품이 나왔다는 이유로 가짜이거나 가치가 없다고 하면 안 된다"며 "두 자기 모두 땅속에 오래 묻혀 있을 때 생기는 부식의 흔적이 남아 있는 진품이 확실하다"고 했다. 그는 "진품이라는 명백한 증거가 더 있지만 나중에 밝히겠다"고 했다.

한국고미술협회는 "매병의 경우 작년 11월 28일 협회에서 진품 판정을 받았으며 연적은 아직 판정을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협회 김 회장은 "두 작품 모두 백 퍼센트 진짜"라고 말했다. 그는 "2~3년 전 그 매병이 시장에 나왔길래 7000만원에 사려다가 실패했다"며 "나도 모르는 사이에 진품명품에 나왔다"고 말했다. 연적의 경우 "아는 사람이 나에게 수리를 맡겼던 것뿐이고, 내 소유가 아니다"면서 "주인이 누구인지는 알려줄 수 없다"고 했다. 그는 “감정위원 이씨가 한국고미술협회 감정위원이긴 하지만 방송과 달리 고미술협회 진품 판정은 여러 위원들이 모여서 한다”며 “한 명이라도 반대하면 진품으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했다.

김 회장은 또 "가짜를 가져와서 진품 감정서를 발급해 달라는 사기꾼들이 나를 음해해 왔다"며 "이번에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우리나라 고미술품 감정서를 발급하는 단체는 한국고미술협회가 유일하다. 김 회장은 1997년부터 지금까지 20년간 회장직을 맡아왔다. 그는 각종 문화재 밀반입과 골동품 허위 감정 의혹으로 수차례 검경 수사를 받았지만 대부분 혐의가 입증되지 않았다. 2012년 문화재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됐고 1심과 2심에서 각각 징역 1년 6개월과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았으나 법정 구속되진 않았다. 현재 3심이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고미술학계 "개입하고 싶지 않다"

고미술학계 전문가들은 모두 "실물을 보지 않고는 판단하는 데 한계가 있다"면서도 "TV 화면만 봐도 의심되는 점이 많은 물건들"이라고 했다. 모 대학교수는 감정위원 이씨가 방송에서 "딱딱한 게 껍데기가 갑(甲)이며 장원급제를 상징한다"고 말한 점을 들며 "중국에서 과거시험에 급제한 사람에게 게가 그려진 접시를 선물한 적은 있지만 이는 명·청 시대 얘기이고 우리나라는 조선 시대 회화에서만 드물게 게가 등장한다"고 했다. 모 박물관장은 "감정위원 이씨가 도자기 부식 흔적으로 진품 여부를 알 수 있다고 했지만 그건 인위적으로 만들 수 있다"고 했다. 다른 고미술학계 전문가는 "고미술품 진위에 대해 소신 발언을 한 학자들이 각종 소송을 당한 사례가 많다"며 "이번 일에 개입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한국고미술협회 김 회장은 지난 3월 17일 경찰에 명예훼손 진정서를 냈다. 그는 "KBS 측이 매병이 가짜라고 주장한 제보자 신원을 밝히지 않고 있다"며 "꼭 제보자를 찾아내 고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KBS 진품명품 유한주 책임프로듀서는 "이번 일은 고미술업자 이권 다툼에 진품명품이 끼인 사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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