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랑드 전임 대통령과
왼쪽은 영부인 브리짓 트로뉴
프랑스 대통령의 관저이자 집무실이 있는 파리 엘리제궁에 14일(현지시간) 레드 카펫이 깔렸다.
프랑스 역사상 최연소인 39살 에마뉘엘 마크롱 신임 대통령의 취임식을 위해서다. 프랑스에선 대통령 당선인이 엘리제궁의 레드 카펫을 걸은 뒤 현직 대통령과 악수를 나누는 것으로 취임식을 시작한다.
이날 오전 9시 50분쯤 레드 카펫을 먼저 밟은 이는 24살 연상 퍼스트 레이디인 브리지트 트로노였다. 하늘색 투피스 차림의 트로노는 마크롱 대통령이 도착하기 전 레드 카펫을 걸어 궁으로 들어갔다.
이·취임 대통령 내외가 만나는 게 일반적이지만, 동거 연인과 2014년 헤어진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이 퍼스트 레이디가 없는 채로 지내와 새 안주인만 먼저 입장했다.
오전 10시쯤 도착한 마크롱 대통령은 현관에서 환한 얼굴로 그를 환영한 올랑드와 악수를 나눴다. 집무실로 들어간 두 사람은 1시간 가량 현안을 논의했다.
올랑드 대통령이 프랑스의 핵무기 발사코드를 마크롱에게 전달했고, 핵 전쟁시 지휘부로 쓰이는 궁 지하 주피터룸을 안내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오전 11시쯤 두 사람은 다시 건물 밖으로 나왔다. 과거 프랑스 대통령들은 이임 대통령과 현관에서 헤어졌다. 올랑드는 2012년 취임 때 니콜라 사르코지가 채 현관 계단을 내려가기도 전에 궁으로 들어가버려 매너가 없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와 달리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올랑드를 레드 카펫 끝까지 함께 가 배웅했다. 그를 경제장관으로 전격 발탁하며 정계 진출을 이끌어줬던 ‘정치적 멘토’에 대한 예우로 보였다.
공식 취임식은 엘리제홀에서 열렸다. 젊은 마크롱 대통령은 행사 준비를 위해 이동하던 중 계단을 두세칸씩 뛰어오르는 모습이 생중계 화면에 잡히기도 했다.
1차 세계대전 승리를 기념해 작곡된 ‘노송과 월계관' 관현악 연주가 울려퍼지는 엘리제홀에 등장한 마크롱 대통령은 취임 연설에서 “프랑스의 힘은 쇠락하지 않을 것이며 프랑스를 강하게 만들 모든 것이 자유로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세계의 거대한 움직임에 의해 잊혀졌다고 느끼는 프랑스인은 더 잘 보호받게 될 것"이라며 “두려움 없이 살 수 있는 안전한 국가로 만드는 장치가 강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럽연합(EU) 차원의 국경 강화를 공약한 그는 이날도 “유럽이 우리를 보호하기 때문에 유럽은 재형성되고 다시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와 유럽은 오늘날 프랑스를 더 필요로 한다. 프랑스인들이 항상 가져온 대담한 자유를 세계가 원하고 있다"고도 했다.
기존 양대 정당 후보들이 모두 탈락한 대선 결과를 의식한 듯 마크롱 대통령은 “5공화국을 민주적으로 개혁하고 시민들이 목소리를 내면 들을 것"이라며 “모든 엘리트들의 책임이 상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프랑스는 항상 자유와 인권 편에 설 것"이라며 “세계가 직면한 극단주의를 바로잡을 역할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모든 국민을 한데 모으겠다"며 “화합의 정신을 가진 프랑스인을 믿고 오늘 밤부터 일을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취임식이 끝나자 나폴레옹의 관이 있는 앵발리드에서 21발의 축포가 울렸다. 마크롱 대통령은 개선문을 찾아 무명 용사의 묘에 헌화하는 것으로 첫 일정을 시작했다.
역대 대통령들은 취임 당일 총리 후보자를 발표했으나 마크롱 대통령은 15일 발표할 예정이라고 르몽드가 보도했다.
올랑드 대통령 시절 전용차량은 시트로엥 DS5였다. 마크롱 대통령은 같은 브랜드의 럭셔리 SUV인 DS7 크로스백을 전용 차량으로 골랐다고 르몽드가 전했다.
프랑스 대통령이 취임 직후 독일을 방문해온 전통에 따라 마크롱 대통령은 15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회담할 예정이다. 영국이 없는 EU에서 양대 기둥인 ‘프랑코-저먼 동맹'은 마크롱의 당선으로 더 강해질 전망이다.
마크롱은 프랑스 재무부와 국제통화기금(IMF)에서 일한 알렉시스 콜러(44)를 비서실장, 베테랑 외교관인 필립 에티엔(61)을 외교수석보좌관에 임명했다. 16일에는 내각을 발표한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마크롱 대통령의 아버지와 어머니
마크롱의 의붓자녀와 손주들
(영부인이 전 남편 사이에서 낳은 자식들)
장남 세바스티앙
마크롱 대통령보다 2살 많음
장녀(둘째) 로랑스
마크롱이랑 고등학교 동창
막내 티판느
변호사, 마크롱 대선 캠페인에서 활동
마크롱이 창당한 신당 '앙 마르슈'를 통해 총선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밝힘
떠나는 올랑드 전 대통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