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수정 기자] 고수는 여전히 성장 중이다. 한참 동안 조각 같은 외모로 주목받은 그는 영화 '고지전', '반창꼬', '상의원' 등 장르를 넘나들며 연기력 확장을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그 노력은 때로는 실패로, 때로는 호평으로 이어졌지만 새로운 인물이 돼 연기하는 게 여전히 행복하다는 그다.
영화 '석조저택 살인사건'(김휘 감독)은 고수의 지난 수년간 노력이 드디어 빛을 발한 작품이다. '석조저택 살인사건'은 해방 후 경성, 유일한 증거는 잘려나간 손가락뿐인 의문의 살인사건에 경성 최고 재력가 남도진(김주혁)과 과거를 지운 정체불명의 운전수 최승만(고수)이 얽히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서스펜스 소설의 마술사 빌S.빌랜저의 대표작 '이와 손톱'을 원작으로 한다.
고수는 정체불명의 운전수 최승만을 연기했다. 가족도 친구도 없는 고아 신분의 최승만은 클럽을 전전하며 취객을 태우던 어느 날 재력가 남도진(김주혁)의 눈에 띄어 운전수로 고용된 인물이다. 순진한 얼굴 뒤에 속을 알 수 없는 복잡한 캐릭터다.
고수는 헤어라인을 M자로 밀어버리고 눈썹을 덧붙이고 걸음걸이까지 바꿨다. 외형적 변신 외에도 영화의 전후반부 완벽히 달라지는 연기톤을 집중력 있는 연기력으로 힘 있게 밀어붙인다. 복선, 반전이 밀도 있게 집중된 영화에 자칫 감정이 흐트러지면 관객의 몰입도를 흔들 수 있는 까다로운 작품이었지만, 고수의 물오른 연기력이 영화의 중심을 단단하게 이끌었다.
■ 다음은 고수와 일문일답
-빌 S.밸린저의 '이와 손톱'을 원작으로 한다. 유명 소설을 원작으로 해 부담감은 없었나.
그래서 원작을 안 봤다.(웃음) 어차피 원작을 각색해 배경만 옮겼다고 얘길 들었기 때문에, 시나리오에만 충실했다. 원작을 미리 읽어 버리면 현장에서 머리만 복잡하고 부딪힘이 많을 것 같았다. '내가 본 원작은 이건데 왜 영화는 다를까'라는 것들. 감독님도 굳이 원작을 안 읽어도 된다고 했고.(웃음)
-하연(임화영)과의 멜로는 편집된 부분이 많았나. 더 보여줄 내용이 있었을 것 같은데.
그 부분이 감독님이 정말 많이 고민했던 부분이다. 영화 장르가 멜로가 아닌 서스펜스다 보니 어디에 힘을 줘야할까 고민이 많았다. 어찌 보면 멜로, 서스펜스, 법정물까지 세 개의 작품이 녹아든 영화잖아. 그 적절한 수위 조절하는 게 감독님의 숙제였다.
-영화의 전반부와 후반부 연기 톤과 비주얼이 확 달라진다.
관객분들이 그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조심스러웠다. 그럼에도 내가 느끼는 머뭇거림이나 조심스러움이 스크린에 드러나선 안 되니까, 최대한 인물에 녹아들어 연기하려고 노력했다.
-남도진(김주혁)이 최승만을 못 알아보기엔 비주얼이 너무 뛰어난 것 아닌가.
으하하. 원랜 최승만의 심리를 드러내는 장면이 더 있었는데 편집됐다. 시나리오는 정말 복잡했거든. 이렇게 변했다가, 저렇게 변했다가. 그 장면들이 다 삭제됐다.
-'석조저택 살인사건'은 유독 편집에 대한 아쉬움이 많은 것 같다.
에휴. 여러모로 힘든 작품이다. 찍을 때도 힘들었찌만, 찍어 놓은 분량들을 편집으로 결을 매만지는 과정도 어려웠다. 김휘 감독님이 정리를 명확하게 잘 해주셨다.
-대중이 보고 싶어하는 모습과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목표 사이에서 고민한 적은 없나. 특히 외모로 주목 받은 배우일 수록 이런 딜레마에 빠지기 쉬운데.
나는 내 외모를 많은 분이 좋아해주시니 정말 좋다. 그건 축복받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연기하면서 내 외모를 신경쓴다거나 이용하진 않는다. 인물의 감정에 중점을 두는 편이다. 그럼에도 내 외모를 좋아해주시니 나야 고맙지.
-도전하고 싶은 연기가 있나.
멜로. '반창꼬'도 연애다운 연애 좀 해보려고 할 때 영화가 끝나잖아. 2~30대에는 그때만의 멜로를 했다면, 이제는 조금 더 깊이 있는 멜로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사랑의 깊이는 끝이 없다. 20대만의 풋풋한 설렘이 있다면 40대의 멜로는 또 다른 느낌이다. 배려, 희생 모든 것을 포함한 사랑. 그 감정이 깊어질수록 더욱 절절해지는 것 같다.
-가벼운 코미디에 도전하고 싶은 욕심은 없나.
내 얼굴 중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바로 웃는 얼굴이다.
-40대의 목표가 있나.
20대에 데뷔했는데 벌써 40대다. 조금 더 듬직한, 안정감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만약 20대 때 배우가 안 됐다면 뭘 하고 있었을까
글쎄. 다른 건 생각 안 해봤다. 다른 일을 하다가도 결국엔 배우를 하지 않았을까. 워낙에 새로운 일, 새로운 환경에 뛰어드는 걸 좋아했었다. 배우 역시 늘 새로운 직업을 표현하는 일이잖아.
-학창시절 장래희망에도 배우를 적었나
그때는 막연하게 운동선수, 경찰을 적었다. 글쎄, 배우가 안 됐다면…. 여행을 좋아하니까 한량?(웃음)
김수정 기자 swandive@tvreport.co.kr 사진=씨네그루키다리이엔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