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정보 앞장서서 가시덤불 쳐낸 ‘김연아 선배’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후 김연아 선수는 40억원에 이르는 기부를 했다.
1,505 21
2017.03.21 09:58
1,505 21

2010년 2월24일, 캐나다 밴쿠버 서부에 위치한 퍼시픽 콜로세움에서는 세계 피겨 수준을 한 차원 끌어올린 역사적인 경기가 펼쳐졌다. 3년간 10차례 세계 신기록 경신, 부상 없는 최상의 몸 상태, 그해 시즌 내내 1위를 유지해온 선수의 경기였다. 그녀가 올림픽 챔피언이 될 거라는 데에 이견은 없었다. 유일한 염려는 라이벌이 바로 다음 순서로 경기에 나선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이 선수는 코웃음을 한번 치더니 무심한 표정으로 빙판 위에 올랐다. 스물한 살의 김연아였다.

마치 빙판을 누비기 위해 태어난 사람 같았다. 007 테마곡에 맞춰 활주하는 그녀의 스케이트 날에서는 얼음 지치는 소리조차 나지 않았다. 각국의 해설진은 파란색 의상을 입고 거슈윈의 피아노협주곡 바장조를 온몸으로 연주하는 그녀에게 경탄했다. 영원히 공중에 떠 있을 것만 같은 점프, 손가락 하나 잘못 놀리지 않는 완벽한 연기, 스포츠를 예술로 격상시킨 경기, 밴쿠버의 김연아는 ‘퀸’이라 불리는 이유를 증명하며 총점 228.56을 받았다. 세계 여자 피겨 선수계가 처음으로 맞이한 200점대의 스케이터였다.


28592_55482_1854.jpg
ⓒ이우일 그림

이후 행보는 더욱 위대했다. 김연아는 “나 때는 다 그랬어”라며 후배의 고통을 외면하는 세상의 수많은 선배들과 달랐다. 그녀는 자기가 겪어온 고통이 피나는 노력과 재능이라는 수사로 묵인할 수 없는 열악한 것이며 후배에게 되풀이되지 않게 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주니어 시절 갈라진 스케이트 신발을 투명 테이프로 감아 신고 연습에 나선 일과 같은 어려움이 다음 선수에게 반복되어서는 안 되었다. 빙상장이 적은 환경 탓에 촉박한 시간에 쫓기며 경기장을 옮겨 다녀야 했고, 그마저도 영하 11℃에 맞춰진 얼음 온도(피겨의 경우 영하 4~5℃여야 한다)로 인해 필연적으로 부상의 위험을 안고 훈련해온 역사는 개선되어야 했다.

김연아는 피겨 꿈나무에게 장학금을 지원하는 한편 모든 어린이들의 복지를 위해 약 40억원에 이르는 기부를 했다. 자신의 이름을 딴 선수 전용 빙상장 건립을 제안하고, 태릉선수촌에 나가 피겨 후배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했다. 개인적 욕심도 있었지만, 자신에게 집중된 여론이 척박한 국내 피겨스케이팅 환경에 대한 관심으로 퍼져나가길 바라며 예능 프로그램에 정기적으로 얼굴을 내비치기도 했다. 한국 피겨스케이팅은 여전히 그녀를 원하고 있었다.

후배들에게 드리워진 가시덤불을 쳐내주는 위대한 선배로


밴쿠버 올림픽이 끝난 직후부터 은퇴설이 솔솔 나왔다. 정작 선수 본인은 1년8개월 동안 향후 진로에 대해 가타부타 말이 없었다. 팬들은 그녀가 부담을 내려놓고 커피 광고의 한 장면처럼 부디 삶을 ‘낭비하길’ 원했다. 평생에 걸쳐 얻어낸 명성과 영광을 누리며 가끔 텔레비전에 얼굴을 비추며 건강하고 부유하게 살면 또 어떤가. 고된 훈련과 중압감을 더 이상 견디지 않아도 되길 바랐다. 김연아 이후의 피겨 선수가 없었다지만 주니어 유망주들이 자라고 있었다. 불모지에 홀연히 나타나 종목의 지평을 바꿔놓은 그녀에겐 쉴 자격이 있었다.

하지만 김연아는 선배로서, 언니로서 빙판에 돌아왔다. 팬들에게는 적잖이 속 시끄러운 복귀였다. 김연아는 세계 선수권에서 우승하고 올림픽 출전 티켓을 3장이나 따내며 후배 두 명을 이끌고 소치로 향했다. 2014년 12월 김연아의 마지막 무대가 펼쳐졌다. 그녀는 후배들이 세계무대라는 경험을 쌓는 데 밑거름이 되기 위해 이미 가본, 고되기 그지없는 길을 또 한번 걸었다.

2017년 2월25일, 최다빈 선수가 동계 아시안게임 여자 싱글 피겨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세계 대회에서 들려온 7년 만의 우승 소식이었다. 최 선수가 어린 시절 김연아 장학금을 받았다는 사실도 화제가 되었다. 김연아는 최 선수에게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니? 한국 난리 났어”라고 축하 문자를 보냈다고 했다. 무슨 일이긴, 이게 다 당신 덕에 일어난 일이지. 피겨스케이팅에 관심도 없던 나라에서 선수 전용 빙상장이 추진되고, 박소연·김나현·임은수·차준환·유영·최다빈 같은 유망주들의 이름을 줄줄 외는 모든 일이 한 사람에 의해 시작됐다. 7년 전 2월24일, 자신에게 주어진 가시밭길을 묵묵히 걸어 여왕이 된 한 스케이터가 있었다. 지금도 김연아는 후배들에게 드리워진 가시덤불을 쳐내주는 위대한 선배로 그곳에 서 있다.






http://www.sisain.co.kr/?mod=news&act=articleView&idxno=28592

목록 스크랩 (0)
댓글 21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려 x 더쿠] 머리숱 부자 고윤정처럼, 촘촘 정수리♥ 여자를 위한 <려 루트젠 여성 탈모샴푸> 체험 이벤트 290 00:05 14,781
공지 공지접기 기능 개선안내 [📢4월 1일 부로 공지 접힘 기능의 공지 읽음 여부 저장방식이 변경되어서 새로 읽어줘야 접힙니다.📢] 23.11.01 3,588,681
공지 비밀번호 초기화 관련 안내 23.06.25 4,348,818
공지 ◤더쿠 이용 규칙◢ 20.04.29 20,746,586
공지 성별관련 공지 (언급금지단어 필수!! 확인) 16.05.21 21,867,321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45 21.08.23 3,576,729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18 20.09.29 2,430,813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358 20.05.17 3,144,910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3954 20.04.30 3,713,003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스퀘어 저격판 사용 무통보 차단 주의) 1236 18.08.31 8,090,361
모든 공지 확인하기()
2406622 유머 고양이는 신뢰할수있는 동료를 따라하는 습성이 있음🥹🥹 1 23:31 151
2406621 이슈 원작자가 밝힌 프린세스 메이커 4 감독 교체 이유 2 23:31 284
2406620 이슈 6일 동안 5천만 명이 봤다는 정신 건강 공익 광고 1 23:30 351
2406619 이슈 동성을 향한 사랑, 우정이 아닌지 어떻게 알아요? | 묻지마 Q&A 1 23:27 534
2406618 유머 8090이면 한번쯤 봤을거같은 친구들 28 23:27 1,106
2406617 유머 🐱어서오세요 저녁에만 운영하는 바둑냥 식당 입니다~ 1 23:26 74
2406616 이슈 인천팬들이 던진 물병에 낭심 맞은 기성용.gif 11 23:26 1,139
2406615 이슈 에스파 supernova 안무 영상 단체 합본.x 11 23:25 627
2406614 유머 변우석의 키가 체감되는 선업튀 장면 15 23:25 926
2406613 이슈 밸런스 좋은 비비지 콘서트 예매자 통계 1 23:25 443
2406612 유머 덕후들 등골 서늘한 엄마 카톡 44 23:23 2,619
2406611 정보 aespa(에스파) 『2024 aespa LIVE TOUR – SYNK : PARALLEL LINE – in JAPAN』7월 7일(일) 후쿠오카 공연 개최 보류에 관한 안내 10 23:23 722
2406610 유머 변우석이랑 바다 데이트 간접 체험 4 23:22 753
2406609 이슈 정려원 위하준 🐈꽁꽁 언 한강 위 고양이 챌린지🐈 3 23:21 444
2406608 이슈 왜 수록곡으로 발매한건지 모르겠다는 반응 많은 트리플에스 신곡 2곡...twt 8 23:20 747
2406607 이슈 첫소리 듣자마자 미쳤다 소리 절로나온 <정인 - 건물 사이에 피어난 장미(송스틸러)> 5 23:20 574
2406606 이슈 내일 아침에 울리는 시끄러운 알람이 어제보단 조금만이라도 밉지 않기를 1 23:20 436
2406605 정보 RIIZE(라이즈) 『2024 RIIZE FAN-CON 'RIIZING DAY' JAPAN HALL TOUR』 개최 결정! 5 23:20 259
2406604 이슈 보이넥스트도어 이한 트위터 업뎃 (장발 반묶음👧🏻) 3 23:18 262
2406603 이슈 야옹이가 숨겨둔 간식을 훔쳐보았다.gif 8 23:17 1,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