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산군이 '임금이 두려워하는 것은 역사뿐이다.' 라는 명언을 남긴 이유
무명의 더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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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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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산 12년 8월 14일,
연산군은 아주 유명한 말을 내린다.
'임금이 두려워하는 것은 역사뿐이다.'
(*역사가 아닌 '사서'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천하의 폭군 연산군도 차후에
자신이 어떻게 기록될지는 두려워했단 의미인데,
그럼 저 말을 한 후에 정신을 좀 차렸던 걸까?
다음 말을 계속 따라가 보자.

《춘추》 에 이르기를
‘어버이를 위하는 자는 은휘한다.’ 하였으니,
(*은휘하다=꺼리어 감추거나 숨기다)
사관은 시정만 기록해야지
임금의 일을 기록하는 것은 마땅치 못하다.
근래 사관들은 임금의 일이라면 남김없이 기록하려 하면서
아랫사람의 일은 은휘하여 쓰지 않으니 죄가 또한 크다.
연산군은 이미 6일과 7일,
사관에게 신하들의 '불온한' 언행을
빠짐없이 기록하라고 명한 바 있다.
어쩐지 말에서 떨어진 누군가도 박수칠 만한 말이지만,
그렇다고 그 분은 다음과 같은 말을 하지는 않았다.

이제 이미 사관에게 임금의 일을 쓰지 못하게 하였으나
아예 역사가 없는 것이 더욱 낫다.
임금의 행사는 역사에 구애될 수 없다.
역사가 무서우면 역사를 없애면 된다는
명쾌한 논리에 들어서게 된 연산군.

전조의 예왕(예종)의 시에 이르기를,
이때 한 잔 술이 없다면
울적한 생각을 어찌 씻으랴
하였으니, 호탕하고 방일(放逸)하기 이를 데 없다.
연산군이 사서에서 뜬금없이 이 흐름 그대로 말한다.
사실 그냥 술 먹고 놀고 싶으니 쓰지 말란 소리.

진(秦)나라 2세의 말에 ‘눈과 귀가 좋아하는 바를 다하고,
마음과 뜻이 즐거운 것을 다한다.’ 한 것을
후세에 모두 그르다 하나 불가할 것이 없다.
왕이 술 먹고 놀겠다고 근거로 내세운다는 게
진나라를 말아먹은 암군 호해의 말이라니,
대한민국 대통령이 대국민연설에서
이완용의 언행을 옹호하는 꼴과 마찬가지다.

왜 임금의 개인적인 일을 쓰지 말라고 했는지는
바로 다음 날 기사만 봐도 알 수 있다.
연산군은 후원에서 나인들을 거느리고
종일 희롱하고 놀며 노래하고 춤추었는데,
이날은 어머니 폐비 윤씨의 기일이었다.
'발가벗고 교합하기를 즐겨
비록 많은 사람이 있는 데서도 피하지 않았다'고 하니,
엄마가 저승에서 보시면 우리 아들 건강하다면서
참 좋아하시겠다 그쟈잉

어쨌든, 연산군은 "그럼 죽어" 식 마인드를
500년 일찍 도입한, 다른 의미로
강철멘탈의 소유자라 볼 수 있겠다.
"역사가 무서우니 이제라도 성군처럼 살아야지"
- 지루함. 귀찮음. 현학적임. 시간이 오래 걸림
"아 무서워라 역사 없애고 엄마 제삿날에 야외야쓰나 해야지"
-논쟁에서 밀릴 확률 0에 수렴함,
오래 기억에 남음. (왕위가) 금방 끝남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