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의 신곡과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 번역자이며 8개국어를 구사하던 최민순신부
최민순요한신부(1912~1975)
8개 국어 구사
최민순 신부님의 언어 능력은 <시편>의 머리말을 보면 알 수 있는데, 자신의 <시편>이 중역이라 밝히면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이 역본은 슈투르가르트판 히브리어 성경에 실려 있는 마소라 본문에서 옮긴 것이 아님을 밝혀 둡니다.
로마의 카토는 나이 여든 살에 그리스어를 배웠다지만,
본인은 천학비재하여 라틴어, 스페인어, 이탈리아어, 불어, 영어, 중국어 번역본을 참고하면서 되도록이면 알아듣기 쉽고, 노래하기 쉬운 우리말 시편을 꾀하였을 따름입니다.>
최민순역 신곡의 도입부(현대어 편집을 거치지 않은 60년대 원문)
한뉘 나그넷길 반 고비에
올바른 길 잃고 헤매던 나
컴컴한 숲속에 서 있었노라
아으 호젓이 덧거칠고 억센 이 수풀
그 생각조차 새삼 몸서리쳐지거든
아으 이를 들어 말함이 얼마나 대견한고!
죽음보다 못지않게 쓰거운 일이 있어도
내 거기에 얻어본 행복을 아뢰려노니
게서 익히 보아둔 또 다른 것들도 나는 얘기하리라
어찌하여 그리로 들어섰는지 내 좋이 말할 길 없으되
참다운 길을 내던져버린 바로 그즈음
그토록 잠은 깊었던 탓이어라
그러나 내가 어느 잿기슭에 다다랐을 무렵
공포에 내 마음이 저릿저릿하던
그 골짜기가 끝나는 자리에
우러러 드높이 나는 치어다보았노라
이미 유성의 빛살을 입은 멧부리들이
사람들을 온가지 길로 인도하는 것을
그다지도 고달피 드새던 밤
내 마음이 호수에 잠겨 있던 무서움이
그제사 자그만치 가라앉았나니
마치 숨가빠하며 깊은 바다에서
언덕으로 헤어나온 사람들이
돌이켜 아슬아슬한 물을 들여다보듯
아직도 도망칠 듯 내 마음은
산 사람이 한 번도 밟아보지 못한
그 길을 되살피려 돌쳐섰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