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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유 코리아 Vol.10 베스트 퍼포먼스 – <배우 박보영> 인터뷰

무명의 더쿠 | 09-23 | 조회 수 236

올해의 많은 영화와 드라마 중 존재감을 선명히 각인시킨 이들에게 경의를 표하는, ‘Best Performances’ 프로젝트. 


최근 몇 년, 배우 박보영은 자신에게 익숙한 자리에서 조금씩 멀어져왔습니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미지의 서울>을 지나며 한 배우가 작품을 통해 자신의 세계를 어떻게 넓히고 깊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생생히 보여주었죠. 그리고 올해 디즈니+ 시리즈 <골드랜드>에서 그는 한 번 더 낯선 쪽으로 나아갑니다. 눈앞에 놓인 금괴를 끝내 쟁취하는 ‘희주’는 지금껏 박보영이 보여준 선의와 다정함에서 벗어난 인물이었습니다. 유약하면서도 질기고, 깊으면서도 차가운 얼굴. 우리가 발견하지 못한 박보영이 여전히 켜켜이 남아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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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이야기는 우리가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사람과 세상을 다시 보게 합니다. 배우의 밀도 높은 연기는 그 이야기에 구체적인 얼굴과 목소리, 그리고 쉽게 잊히지 않는 순간을 남깁니다. 

2026년 가장 결정적인 순간을 만든 이들을 한자리에 모았습니다. 흥행의 기록으로, 전에 없던 얼굴로, 오래 남을 연기로 자신만의 장면을 완성한 이들에게 보내는 경의. ‘Best Performances’. 

2024년 시작해 올해로 세 번째. 우리가 오래 기억하게 될 이름들의 가장 빛나는 현재를 <더블유> Vol.10에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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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Korea> 디즈니+ 시리즈 <골드랜드>에서 회차가 거듭될수록 점점 말라가는 모습이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촬영할 때 꽤 고생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희주가 점점 더 말라가는 모습을 만들어야 했는데, 나중에는 감독님 몰래 뒤에 숨어서 간식도 먹고 그랬어요. 스태프들은 다 모르는 척해주고요. 촬영 때 너무 더워서 조명 감독님이 아이스크림을 사주신 적이 있는데요. 제일 칼로리가 낮은 걸 골랐는데도 감독님이 볼까 봐 구석에 숨어서 먹고요(웃음). 


<골드랜드>는 원하는 것을 손에 넣는 것과 행복해지는 건 전혀 다른 문제라고 말하는 작품처럼 다가왔습니다. 이 작품이 욕망과 행복에 대해 어떤 질문을 던진다고 느꼈나요? 작품이 끝난 지금 새롭게 보이는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많은 사람들이 욕망을 감추거나 참고 살잖아요. 그래서 오히려 그걸 참지 않고 마음껏 드러내고 살면 행복하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하는데, 희주를 보면 결국 잃은 것이 굉장히 많거든요. 그래서 이 작품을 하면서 ‘욕망을 좇는다고 해서 과연 행복해질까?’라는 생각을 자주 했어요. 원하는 걸 얻기 위해서는 결국 많은 것을 포기하게 되는데, 과연 그러면서까지 쟁취해야 할 가치가 있는 걸까. 그리고 내가 지금 욕심내고 있는 것이 정말 내가 원하는 것인지도 돌아보게 됐고요. 


희주가 가장 크게 얻은 것이 금괴라면, 잃은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해요? 
희주는 사람에 대한 믿음을 가장 크게 잃어버렸죠. 이제 희주는 누구를 만나더라도 ‘저 사람이 내 정체를 알고 있을까’, ‘또 누가 나를 쫓아오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을 갖고 살 수밖에 없잖아요. 그 불안 속에서 앞으로 희주가 타인과 인간적 관계를 잘 맺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아주 중요한 걸 잃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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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도 살면서 ‘지금 다 좋은데 이것 하나만 더 있으면 정말 좋을 것 같아’ 하는 바람을 갖기도 하잖아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 돌아보면 그 바람이 허무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사실 내가 정말 원한 건 이게 아닐 수도 있겠다 싶을 때도 있어요. 박보영 배우도 그런 순간이 있었나요? 
당연히 있죠. 생각해보면 소소한 것들에서 많이 느꼈던 것 같아요. 특히 ‘이것 하나만 더 갖고 싶다’고 생각한 건 대체로 물질적인 게 많았어요. 그런데 막상 갖고나면 생각만큼 기쁘지 않고, 오히려 허무할 때가 꽤 있었고요. 그러다 보니 ‘내가 정말 그걸 갖고 싶었던 걸까, 아니면 그걸 가지면 행복해질 거라는 마음을 원했던 걸까’ 싶더라고요. 그리고 막상 지나고 나면 바라던 것을 얻은 순간보다, 그걸 갖기 위해 시간 쓰고 노력한 과정이 더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물질적인 욕망도 있지만, 일하는 사람에게는 눈앞의 프로젝트나 과업도 비슷한 것 같아요. 도저히 안 될 것 같던 일을 우여곡절 끝에 해냈는데, 막상 그 순간에는 생각만큼 깨끗하게 기쁘지 않을 때가 있잖아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 돌아보면 결과보다 그 과정이 내게 남긴 게 더 선명하고요. 
저도 늘 그랬던 것 같아요. 그 과정을 겪으면서 성장하고, 나중에 돌아보면 ‘그래도 그 노력을 했기 때문에 내가 다음으로 갈 수 있었구나’ 생각되더라고요. 크게 보면 결과도 과정 중 하나인 것 같아요. 어떤 프로젝트를 정말 잘 끝내고 싶어서 열심히 했는데, 막상 끝났을 때 “우와, 끝났다!” 하고 마냥 기뻐한 적은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오히려 ‘시원섭섭하다’는 말을 많이 했어요. 끝내서 시원한데도 ‘왜 이게 100퍼센트 깨끗한 기쁨은 아닐까’ 생각하기도 했고요. 그런데 곰곰이 되새겨보면, 결국 그걸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한 내가 남아 있더라고요. 


저는 요즘 결과를 위해 최선을 다하되, 그 과정에서 내가 훼손되는 데까지는 가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아무리 잘하고 싶어도 ‘이 선은 넘지 말자’ 하고. 
그걸 지키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돌이켜보면 어떤 결과를 얻고도 온전히 기쁘지만은 않았던 건 단지 힘든 과정 때문만은 아닌 것 같아요. ‘내가 그 선까지는 넘지말걸’ 하는 후회가 남은 거죠. 그런데 그런 후회에서 오는 찝찝함은 시간이 지나도 성장으로 남지는 않더라고요. 


‘욕망’이라는 말이 대체로 부정적 의미로 쓰이곤 하지만, 한편으로는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강한 동력이기도 하죠. 배우로 살아오며 더 잘하고 싶고, 더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분명 있었을 텐데요. 그 욕망을 어떻게 다뤄왔다고 생각하나요? 
저는 그게 약간 못난 원동력이라고 보거든요. ‘잘하고 싶어’라는 마음이 생기면 자꾸 다른 사람이랑 저를 비교하게 돼요. 어쨌든 이 일은 제가 한 것에 대해 평가를 받고, 또 대중의 선택을 받는 일이니까요. 같이 일하는 동료나 선후배님을 보면서 ‘나도 저 사람만큼 잘하고 싶다. 저 사람이 나보다 더 잘하는 것 같은데, 나도 저만큼 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거든요. 그런 마음이 어떻게 보면 굉장히 못났을 수도 있지만, 저는 그게 저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이었다고 생각해요. 물론 ‘스스로를 너무 몰아붙이지 말자’는 안전장치는 채워두려고 하고요. 그래도 분명 저를 계속 움직이게 하는 마음 중 하나이긴 해요. 



“<골드랜드>는 배우 박보영의 얼굴에서 시작된 이야기나 다름없다. 절대 남의 것을 탐하지 않을 얼굴. 박보영 배우가 마음을 먹어줬기에 희주의 단단함이 생겼다. 욕망을 드러내는 것은 노골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닌데, 박보영 배우가 디테일하고 섬세하게 표현했다. 그가 아니었다면 도전에 두려움이 컸을 거다. 좋은 배우라는 평가는 오히려 부족하다. 훌륭한 배우다.”  
– 디즈니+ <골드랜드> 감독 김성훈



주변을 보다 보면 조바심이 생기기도 하잖아요. 다만 그런 마음을 다루는 기술이 이제는 제법 생겼을 것 같은데요. 어떤가요? 
처음에는 그런 마음 자체를 아예 안 가지려고도 해봤는데, 그건 안 되더라고요. 오히려 그 마음을 애써 외면하고 도망가다 보면 나중에 더 크게 오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래서 이제는 온몸으로 맞아요. ‘그래, 내가 지금 이런 시기구나’ 하고 받아들이는 거죠. 외면했다가 더 크게 맞은 적이 꽤 있거든요. 그래서 지금은 ‘그래, 지금은 이런 때구나. 받아들이자’ 그렇게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최근 몇 년의 작품을 보면 박보영 배우가 익숙한 이미지를 의식적으로 깨뜨린다기보다, 이전에는 쉽게 오지 않았던 인물과 장르를 하나씩 만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배우로서 새로운 것을 선택하게 만드는 기준은 무엇인가요? 
항상 새로운 걸 보여주고 싶은 욕망에 집니다(웃음). 그래서 새로운 것을 계속 시도하는데, 그 과정에서 제가 아직 모르는 제 얼굴이 나올 때가 있더라고요. 이번 작품에서 감독님이 “처음 보는 얼굴이 나온 것 같아서 좋다”고 말씀해주신 적이 있어요. 결국 계속 시도하고 도전해야 나도 내가 모르는 모습을 알게 되는구나 싶었어요. 그리고 요즘에는 ‘이 인물이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궁금해지는 역할에도 마음이 가요. 예전에는 제가 그 인물을 잘 이해하지 못하면 선뜻 선택을 하지 못했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오히려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하고 궁금증이 생기면 일단 도전해보려고 해요. 왜 저라면 절대 하지 않을 선택을 하는 인물도 있잖아요. 그런 선택을 제가 대신해볼 수 있다는 게 좋고요. 


모험심이 생긴 걸까요? 
모험심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겁쟁이이긴 한데요. 엄청난 모험까지는 못해도, 예전보다는 조금의 모험은 해볼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아직 아주 멀리 갈 자신은 없고요. 근교 정도의 모험을 떠날 용기는 생긴 듯해요(웃음). 


그 용기에 힘을 실어주는 건 무엇이에요? 
앞에서 이야기한 못난 욕망도 있어요. 잘 해내고 싶고, 항상 더 잘하는 걸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요. 한데 그보다 더 큰 건, 제 작품을 잘 봐주시고, 또 그 마음을 크게 표현해주시는 분들을 만날 때인 것 같아요. 거기서 용기를 얻어요. 그 작품이 본인에게 얼마나 큰 의미가 있었는지를 구체적으로 이야기해주는 분들이 계시거든요. 그때 그분들의 표정이나 눈빛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어요. 고스란히 느껴지는 감정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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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배우를 시작한 지 2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그동안 배우로 살아오면서 중요하다고 믿은 것들도 많이 달라졌을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중요하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은 것, 반대로 그때는 잘 몰랐지만 이제야 그 중요성을 깊이 알게 된 것도 있을 테고요. 
예전에는 다른 사람이 저를 어떻게 보는지가 중요했어요. 하는 일 대부분이 대중의 평가를 받는 일이니까, 외부로부터 오는 피드백을 100퍼센트 받아들였어요. 제 안에 어떤 기준이 있다기보다 ‘이걸 고쳐야 하나, 저걸 고쳐야 하나’ 하며 흔들린 것 같고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작품이나 연기라는 게 어떤 부분에서는 굉장히 주관적인 영역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지금도 당연히 피드백을 듣지만, 이제는 그 말이 곧 제 전부가 되지는 않아요. 한 발짝 떨어져서 ‘나도 정말 그렇게 보이나?’ 생각해보고요. 맞는 말이라면 ‘나는 한 번도 그렇게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한번 생각해봐야겠다’ 할 수 있고, 제가 의도한 것과 다르게 전달됐다면 ‘어떤 부분에서 그렇게 보였을까’ 돌아볼 수도 있어요. 반대로 ‘나는 그렇게 하지 않았는데, 그렇게 받아들일 수도 있구나’하고 넘길 수도 있고요. 예전보다 저 자신에게 귀를 기울이는 힘이 좀 커졌달까요. 그게 가장 달라진 것 같아요. 


지금 이 시점에서 박보영 배우에게 ‘나의 속도로 간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 
속도에 대해 생각하면, (추)자현 언니가 해주신 말이 떠올라요. 걷다 보면 누군가는 나를 지나쳐서 먼저 가기도 하고, 한동안 내 옆에서 나란히 걷던 사람이 어느순간 사라지기도 한다고요. 그러니 다른 사람이 어디쯤 가고 있는지를 계속 확인하기보다 그저 내 발만 보면서 가면 된다고 하셨거든요. 저는 그 말이 정말 맞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내 옆에 누가 있지?’를 신경 썼거든요. 같이 출발한 사람이 어느새 저만큼 앞서 있으면 괜히 조바심이 났고, 나는 아직 뛸 준비가 안 됐는데도 다른 사람 속도에 맞추겠다고 억지로 뛴 적도 있어요. 그런 과정을 겪으면서 조금씩 알게 된 것 같아요. ‘나는 다음 작품에 들어가기 전에 최소한 두세 달의 시간은 필요한 사람이구나. 나는 이런 호흡이 필요한 사람이구나’ 하고요. 지금 저에게 ‘나의 속도’라는 건 적어도 타인에 의해 달라지는 속도는 아닌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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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되니 스스로 ‘이제 내가 나의 이것만큼은 믿어도 된다’ 하고 여기는 것도 있나요? 
저는 그걸 정말 잘 못하는 사람이거든요. ‘내가 나를 믿어도 될까?’ 늘 그런 생각을 했어요. 작품을 정해놓고도 ‘너 무슨 자신감으로 이걸 한다고 했어?’ ‘이걸 왜 한다고 했을까’ 하고 후회하기도 했고요. 그런데 이제 하나는 믿어도 될 것 같아요.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하지않고 끝까지 노력하는 거요. 제가 ‘이 정도면 됐어’ 하고 적당히 타협해 넘어가거나, 대충 하고 끝내는 사람은 아닌 것 같거든요. 물론 때에 따라서는 타협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타협하지 않는다는 건 어디까지나 제 노력에 한해서예요. ‘정말 최선을 다했니?’라고 스스로 물었을 때 ‘응, 최선을 다했어’라고 답할 수 있다면, 그다음 결과는 어떻게 할 수 없는 거잖아요. 어떤 결과는 쉽게 받아들이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감당은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골드랜드>는 원하는 것을 얻는다고 반드시 행복해지는 건 아니라는 점을 이야기했죠. 지금 박보영 배우에게 행복을 결정하는 건 무엇인가요?  
모든 행복에는 어느 정도 대가가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요즘은 거창한 것보다 매일 실제 있었던 좋은 일을 놓치지 않으려고 해요. 오늘 이렇게 예쁜 꽃을 받은 것도 그렇고, 촬영을 아무 문제 없이 잘 끝낸 것도 저한테는 분명 큰 행복이잖아요. 그런 하루들이 켜켜이 쌓이다 보면 나중에 돌아봤을 때 ‘내 인생, 나쁘지 않았네’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지금은 그렇게 생각합니다. 바뀔 수도 있지만요(웃음). 



https://www.wkorea.com/2026/09/16/더블유-코리아-vol-10-베스트-퍼포먼스-박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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