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벤 슬라이니라는 아저씨가 있었음.
이 아저씨는 미국 공군에서 관제사로 일하다가
이후에도 미국 연방항공국(FAA)에서
관제사로 몇 년간 일함.

그 뒤로 18년 간 변호사 일을 하다가,
2000년에 변호사 일에서 은퇴하고
다시 FAA로 복귀하게 됨.

다음 해에는 FAA 국가운영관리자 자리까지 오름.
FAA의 국가운영관리자는
전국 항공교통 운영을 실시간 관리하는 역할을 맡은
아주 중요한 역할이라고 할 수 있음.
그리고 슬라이니가 FAA 국가운영관리자로서 첫 출근을 한 날...
그 날은 2001년 9월 11일.
알카에다가 여객기들을 납치해 자살 테러를 감행한
9.11 테러가 발생함.

으아아아아아악
9시 3분, 두 번째 여객기가
세계무역센터에 부딪힌 시점에서,
미국의 정부기관은 어찌 대응해야 할지 모르고
우왕좌왕하고 있었음.
부시 대통령은 잘 알다시피 당일 워싱턴이 아니라
플로리다의 초등학교에서 사건을 보고 받았고,
즉시 학교 체육관에서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였으나
워싱턴으로 돌아가 지휘하기에는 시간이 조금 걸렸음.
다음 테러 목표가 에어 포스 원이라는 소문 때문에
호위기가 붙고, 출입자들을 엄격하게 통제하는 등
혼란스러운 분위기였기 때문.

어 ㅆㅂ... 이거 어떡하지...
백악관에서는 즉시 참모들이
벙커에서 대통령과 연락을 취하려 했지만,
통신 장비 및 시설이 너무 낙후되어 있어서
대통령과 제대로 연락을 취할 수가 없었고,
벙커 내 산소까지 부족한 상황이었다고 함.

딕 체니 부통령은 즉시 상하원 의원들을
핵전쟁 대비 시설로 대피시켰고,
테러가 어디에서 또 일어날지 모르니
옳은 판단이긴 했으나 결과적으로
행정·입법이 모두 마비됨.

국방부는 별도로 회의를 진행하려 했으나
9시 37분 펜타곤에 아메리칸 77편이 들이받히며
국방부 역시 아수라장이 되었고,
다른 정부 기관 역시 펜타곤이 공격당하는 걸 보았으니
다음 목표는 우리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연방정부 대다수의 기능이 마비됨.

왜 아무도 우리랑 제대로 소통을 안 하는 거야?
그리고 혼란에 빠진 건 FAA도 마찬가지였음.
FAA가 개설한 회의에는 군이 제대로 참석하지 않고,
백악관과 국방부가 연 회의에는 FAA가 참석하지 못하는 등
대응 체계가 몹시 난잡스러웠기 때문.
게다가 여러 유언비어까지 한꺼번에 들어오니
무슨 행동을 취해야 할지 알기 어려웠을 것임.

아무도 어떻게 하라고 지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슬라이니는 관제사들과 전문가들의 조언을 듣고
9시 45분경 아주 중요한 결정을 내림.
SCATANA를 발동시켜 모든 민항기를 착륙시킨 것.
SCATANA는 미국 전역에 민항기를 강제로 착륙,
국외에서 들어오는 항공편에 대해 목적지를 바꾸라고 명령,
관제시설 등 항공 운행과 관련된
모든 기능을 셧다운시켜
영공을 봉쇄해버린다는 명령임.
당일 비행기 4,500대가 모두 착륙함.

어...? 비행기가... 이제 하늘에 없네...?
테러범들이 테러에 사용한 항공기(UA93편) 외에
모든 민항기가 비행을 멈추자,
다음 비행기의 테러 목표가 자신들이라는
유언비어가 잘못되었음을 깨달은 정부 기관들은
간신히 혼란을 멈추고 원래대로 복귀함.
차후 9.11 위원회도 슬라이니의 결정이
초기 혼란을 종식시키는 전환점이었다고 인정함.

당시 위원회의 슬레이드 고튼 위원은
'통상적인 지휘체계를 거치지 않고
왜 그렇게 중요한 결정을 내렸습니까?'라고 물었음.
상부에 이를 보고하지 않고
먼저 결정한 후 FAA 전체로 결정을 확대했기 때문.

저는 전국 항공공역 시스템의
안전하고 효율적인 운영을 책임지고 있었고,
그 정도의 조치를 취할 권한이
자신에게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SCATANA는 9.11 이전에도, 이후에도
미국에서 발동된 적이 없는 중대한 결정이었음.
그렇게 슬라이니는 첫 출근날
전례없는 비상상황에서 최선의 비상조치를 내린
훌륭한 리더의 표본이 되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