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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병문제, 방관하려 해도 쉽지 않네요. 제 생각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호르무즈가 막혀 있습니다.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은 중단되었습니다. 후티의 활동은 다시 거칠어졌고 홍해도 불안합니다. 9월 10일 호르무즈를 통과한 선박은 한 자릿수까지 떨어졌습니다.
전쟁은 벌써 반년째입니다. 그런데 미국 안에서도 이 전쟁을 어떻게 끝낼 것인지 출구전략이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미군의 장기 주둔과 전력 부담도 커지고 있습니다. 이란은 예상보다 버티고 있고, 저항의지가 꺾였다는 증거도 별로 없습니다.
미국의 주요 동맹국들도 이 전쟁에 들어가려 하지 않습니다. 미국은 국제사회의 소극적 태도에 불만이 많습니다. 그렇다고 동맹국들에 대놓고 참전을 요구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런데 한국에만 압박이 들어옵니다. 왜 우리이고 그리고 왜 지금인가 궁금합니다.
이란이 이 전쟁에서 얻은 것은 핵이 아닙니다. 뱃길입니다. 배를 지나가게 해줄지 말지를 정하는 힘, 이것이 지금 이란의 가장 강한 무기입니다. 전쟁이 만들어준 결과이지, 원인이 아닙니다.
세계는 오랫동안 이란의 핵을 걱정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세계경제를 흔드는 것은 핵무기가 아니라 호르무즈의 통항입니다. 이란은 핵보다 호르무즈를 통해 훨씬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후티와 홍해까지 연결됐습니다. 이란의 힘을 약화시키겠다고 시작한 전쟁이 오히려 이란이 가진 지정학적 지렛대의 가치를 확인시켜 준 셈입니다. 이 전쟁은 무엇을 해결했습니까.
그리고 우리 문제.
핵추진잠수함 연료 확보와 원자력협정 개정 등을 다룰 대미 협상은 석 달째 답보 상태라고 합니다. 지난 6월 첫 협의 이후 2차 협의 일정조차 잡히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 이유를 우리가 성의를 보이지 않아서라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이 사안은 미국의 법과 제도, 의회, 비확산정책이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 에드워드 마키, 제프 머클리, 크리스 밴홀런, 론 와이든 등 4명은 지난 1월 30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한국의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에 강한 비확산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핵추진잠수함의 연료 문제까지 구체적으로 따져 물었습니다.
미국은 11월 중간선거 국면에도 들어가 있습니다. 미 의회에서 이 문제가 간단히 처리될 상황도 아닙니다.
그러니 이것은 파병으로 열리는 문이 아닙니다. 혹시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습니다.
호르무즈에 병력을 보내면 핵잠수함 연료 협상이 조금 빨라지지 않을까. 원자력협정 개정에 미국이 조금 더 적극적이지 않을까.
그러나 군대를 그렇게 써서는 안 됩니다. 군대는 협상의 선금이 아닙니다.
더구나 파병을 하고도 우리가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면 어떻게 합니까. 그때는 이미 한국군은 전쟁 한가운데 들어가 있고, 우리가 먼저 내놓은 카드는 되돌릴 수도 없습니다.
동맹은 중요합니다. 그래서 더더욱 동맹국이 하는 모든 전쟁에 따라 들어가는 것이 좋은 동맹정책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호르무즈는 우리에게 중요합니다. 대한민국의 에너지와 무역이 지나가는 길입니다. 우리 선박의 안전과 자유로운 항행은 분명한 국가이익입니다.
그래서 구분해야 합니다.
호르무즈를 지키는 것과 이란전에 참전하는 것은 같은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출구가 보이지 않는 전쟁에 들어가 미국의 군사적 부담을 나누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파병을 이야기하기 전에 미국에 먼저 물어야 합니다.
이 전쟁의 목표는 무엇이고 어떻게 끝낼 것인지, 그리고 우리가 가면 무엇이 달라지는지…
이 세 질문에 분명한 답이 없다면 군대를 보내서는 안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