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유머 오디세이아를 듣고 옮긴 듯한 조선시대 <청구야담>에 나오는 거인족 괴담
2,414 8
2026.08.15 16:00
2,414 8

청주 상인이 미역을 구입하고자 제주도로 갔다. 어떤 남자가 땅을 짚고 뒤뚱뒤뚱 다가와 배 아래에 이르러서는 손으로 배 모서리를 잡고 뛰어올랐다. 그 남자는 백발에 비해 젊어 보였는데 다리가 없었다. 상인이 물었다.


"영감님은 어찌하여 두 다리를 잃었습니까?"


"내가 소싯적 바람에 표류를 했는데 그때 물고기에게 두 다리를 잃었지요."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군요."


그러자 그가 사연을 이야기해 주었다.


"그때 표류하다 한 섬에 이르렀습니다. 바닷가에 높은 문이 달린 큰 집이 있었어요. 배에는 스무 명 남짓 타고 있었는데 여러 날 표류하는 바람에 배가 몹시 고프고 목도 말랐지요. 일제히 배에서 내려 그 집으로 들어갔어요. 그 집에 사람 하나가 있었는데 키가 수십 장丈 한 자尺의 열 배. 약 3미터이고 허리는 십여 아름은 될 것 같았지요. 얼굴은 검고 눈은 깊이 파인 고리 같았어요. 그가 하는 말은 당나귀 새끼 소리 같아 알아들을 수가 없었지요.


우리가 입을 가리키며 마실 것을 청하자 그놈은 말도 없이 바로 대문을 굳게 닫아걸었지요. 그러고는 뒷마당으로 가서 땔나무 한 짐을 가져와 마당 가운데 쌓아두고는 불을 붙였습니다. 바야흐로 불기운이 거세지니 갑자기 우리 무리 가운데로 달려와 키가 가장 큰 총각을 잡아 곧바로 불속으로 던져 넣고는 구이를 만들어 씹어먹는 것이었어요. 우리는 그걸 보고 경악하고 혼비백산해 온몸의 털이 거꾸로 섰습니다. 우린 서로 얼굴만 바라보며 죽을 순간을 기다렸어요. 그놈은 먹던 걸 다 먹고 마루로 올라가 단지를 열어 마음껏 마셨는데 분명 술이었을 것입니다. 그걸 다 마시고서는 난잡한 소리를 냈지요. 잠시 뒤 검은 얼굴이 다 붉어지더니 취해서 마루 위에 드러누워버리더군요. 코고는 소리가 천둥같았지요.

우리는 도망칠 꾀를 냈습니다. 대문을 열려 하니 문 한 짝이 거의 세 간間. 길이의 단위. 한 간은 여섯 자로, 약 1.8미터에 해당한다은 되었습니다. 높기도 하고 무겁고 두꺼워 온 힘을 다했지만 꼼짝도 하지 않았지요. 담장을 뛰어넘으려 해도 서른 장은 족히 되어 그것도 불가능했어요.


우리 몸은 솥 안의 물고기요, 도마 위의 살코기가 된 셈이었습니다. 서로 통곡만 하고 있는데 한 사람이 문득 꾀를 냈지요.


"우리 일행 중 칼 가진 사람이 저놈 취해 있을 때 두 눈을 찌르고 그 뒤로 목구멍을 찌르는 게 어때요?"


우리 모두 말했지요.


"그럽시다. 죽기는 매한가지라 실패하더라도 무슨 손해가 있겠소?"


일제히 마루로 올라가 그 두 눈을 먼저 찔렀습니다. 그놈이 큰 소리를 지르며 일어나 손을 휘둘러 우리를 잡으려 했지만 이미 앞은 보이지 않았지요. 그놈이 동쪽으로 쫓아오던 우리가 서쪽으로 피하니 우릴 잡을 길이 없었지요. 우리는 모두 흩어져 뒷마당으로 도망쳤습니다. 거기 나무 울타리 안에 양과 돼지 오륙십 마리가 있었지요. 우리가 양과 돼지를 모두 쫓아내니 그것들이 온 집안으로 흩어졌습니다. 그놈은 마당 아래에서 손을 휘저으며 사방으로 우리를 찾아다녔지만 우리는 끝내 한 명도 잡히지 않았지요. 우리가 양과 돼지와 한마당에 뒤섞여 있었으니, 그놈이 잡은 것은 양 아니면 돼지였지요.


그때 그놈이 대문을 활짝 열어젖히고는 양과 돼지를 밖으로 내보내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양이나 돼지를 등에 지고 다가갔지요. 그놈은 손으로 만져보고는 양이나 돼지라 생각하고 모두 밖으로 보내주더군요. 그래서 모두 밖으로 나올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급히 배 위로 올라갔어요. 잠시 뒤 그놈이 바닷가에 나타나서 큰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어요. 그러자 거인 세 놈이 모퉁이에서 나타났어요. 한 걸음이 오륙 간은 되었지요. 그들이 배 앞에 잠시 서더니 배 모서리를 잡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도끼를 들어 온 힘을 다해 그 손가락을 찍었습니다. 그리고 재빨리 노를 저어 갔지요.

바다 가운데로 다 나왔는가 했는데 또 고약한 바람을 만나 배가 암초에 부딪혔습니다. 배가 산산조각이 나버리더군요. 배에 타고 있던 사람들은 모두 빠져 죽고 오직 나만 운좋게도 부서진 배 조각을 잡아 헤엄쳐갔지요. 그때 고약한 물고기에게 물려 두 다리를 잃었습니다. 그러나 다행히도 집으로 돌아올 수는 있었습니다. 지금도 그때 광경을 떠올리기만 하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이가 시렵고 뼛속까지 떨립니다. 이게 다 내 팔자가 사납기 때문이겠지요."


이윽고 길게 한숨을 내쉬면서 탄식했다.



https://m.blog.naver.com/utis0me/222818966627

댓글 8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영화 <인시디어스: 그들이 넘어왔다> 여름 코어는 호러! 예매권 이벤트 141 00:06 26,203
공지 [🚨필독🚨] 로그인 보안 강화📢시크릿모드 사용자들 필독 (사용안함 옵션 추가)📢 07.13 466,489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13,716,448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14,110,682
공지 ◤더쿠 이용 규칙◢ [260812 기사뉴스 저작권법 침해 강력 제재] 20.04.29 37,166,559
공지 정치 [스퀘어게시판 정치 카테고리 추가 및 정치 제외 기능 추가] 25.07.22 1,269,945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91 21.08.23 8,700,706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76 20.09.29 7,602,500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642 20.05.17 8,837,680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4023 20.04.30 8,710,449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260812 기사뉴스 저작권법 침해 강력 제재] 1236 18.08.31 14,741,427
모든 공지 확인하기()
3132292 이슈 춤추면서 웃는 박지훈 1 18:31 80
3132291 유머 '감독님, 너무 무서워요' 18:30 289
3132290 유머 흔들리는 리프트에서 빡세게 춤추는 투피엠 준호.X 18:29 169
3132289 이슈 NIKI - Every Summertime Covered by 오위스 썸머, 소이 18:25 50
3132288 이슈 중국의 덕질 스케일(n) 18 18:24 1,522
3132287 정보 한국인들이 스웨트셔츠를 맨투맨이라고 부르게 된 이유 20 18:24 1,925
3132286 이슈 결국 폭로된 톰 홀랜드 촬영장 논란 ㄷㄷ 40 18:20 4,640
3132285 유머 "韓国の記念日を心からおめでとうございます(한국의 기념일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28 18:19 2,064
3132284 이슈 시각장애인 '새 눈' 될까 지하철 누비는'AI 안내견' 12 18:17 1,088
3132283 이슈 이맘때가 되면 이양화를 들고 오는 여자가 있슨 올해도 김민정이 이양화를 들고오면서 대한민국만세를 했슨 6 18:16 1,312
3132282 유머 흔한 개그맨의 리허설 1 18:12 601
3132281 정보 실물영상 올리는 유튜버 아재가 올린 4-5세대 남자 아이돌 얼빡짤들 59 18:12 4,703
3132280 이슈 식민지역사박물관 서울 용산구 청파로47다길 27 1층 18:10 654
3132279 유머 ㅅㅍ) 스파이더맨에서 빌런이 찾던 바로 그것 3 18:09 1,883
3132278 이슈 시모가 교회 다니면 한달 600 용돈 준다 하면 다닌다 안다닌다? 99 18:08 1,874
3132277 이슈 SNL 오디션 본적 있다는 환승연애 4 박지현+ 같이 들어갔던 오디션 참가자.jpg 18:08 1,299
3132276 기사/뉴스 '유부녀 킬러', 10% 눈앞 흥행 기세...'대군부인'·'이한영' 넘본다 [iZE 포커스] 18:07 159
3132275 유머 국산bl 어디까지 가는가 50 18:07 3,541
3132274 유머 직업: 헌터 4 18:06 960
3132273 유머 딩크인 오타쿠친구가 그동안 아기들 챙겨준게 고마워서 십시일반 돈을모아 지원금 준 머글친구들 10 18:06 1,3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