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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 오디세이아를 듣고 옮긴 듯한 조선시대 <청구야담>에 나오는 거인족 괴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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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8.15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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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상인이 미역을 구입하고자 제주도로 갔다. 어떤 남자가 땅을 짚고 뒤뚱뒤뚱 다가와 배 아래에 이르러서는 손으로 배 모서리를 잡고 뛰어올랐다. 그 남자는 백발에 비해 젊어 보였는데 다리가 없었다. 상인이 물었다.


"영감님은 어찌하여 두 다리를 잃었습니까?"


"내가 소싯적 바람에 표류를 했는데 그때 물고기에게 두 다리를 잃었지요."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군요."


그러자 그가 사연을 이야기해 주었다.


"그때 표류하다 한 섬에 이르렀습니다. 바닷가에 높은 문이 달린 큰 집이 있었어요. 배에는 스무 명 남짓 타고 있었는데 여러 날 표류하는 바람에 배가 몹시 고프고 목도 말랐지요. 일제히 배에서 내려 그 집으로 들어갔어요. 그 집에 사람 하나가 있었는데 키가 수십 장丈 한 자尺의 열 배. 약 3미터이고 허리는 십여 아름은 될 것 같았지요. 얼굴은 검고 눈은 깊이 파인 고리 같았어요. 그가 하는 말은 당나귀 새끼 소리 같아 알아들을 수가 없었지요.


우리가 입을 가리키며 마실 것을 청하자 그놈은 말도 없이 바로 대문을 굳게 닫아걸었지요. 그러고는 뒷마당으로 가서 땔나무 한 짐을 가져와 마당 가운데 쌓아두고는 불을 붙였습니다. 바야흐로 불기운이 거세지니 갑자기 우리 무리 가운데로 달려와 키가 가장 큰 총각을 잡아 곧바로 불속으로 던져 넣고는 구이를 만들어 씹어먹는 것이었어요. 우리는 그걸 보고 경악하고 혼비백산해 온몸의 털이 거꾸로 섰습니다. 우린 서로 얼굴만 바라보며 죽을 순간을 기다렸어요. 그놈은 먹던 걸 다 먹고 마루로 올라가 단지를 열어 마음껏 마셨는데 분명 술이었을 것입니다. 그걸 다 마시고서는 난잡한 소리를 냈지요. 잠시 뒤 검은 얼굴이 다 붉어지더니 취해서 마루 위에 드러누워버리더군요. 코고는 소리가 천둥같았지요.

우리는 도망칠 꾀를 냈습니다. 대문을 열려 하니 문 한 짝이 거의 세 간間. 길이의 단위. 한 간은 여섯 자로, 약 1.8미터에 해당한다은 되었습니다. 높기도 하고 무겁고 두꺼워 온 힘을 다했지만 꼼짝도 하지 않았지요. 담장을 뛰어넘으려 해도 서른 장은 족히 되어 그것도 불가능했어요.


우리 몸은 솥 안의 물고기요, 도마 위의 살코기가 된 셈이었습니다. 서로 통곡만 하고 있는데 한 사람이 문득 꾀를 냈지요.


"우리 일행 중 칼 가진 사람이 저놈 취해 있을 때 두 눈을 찌르고 그 뒤로 목구멍을 찌르는 게 어때요?"


우리 모두 말했지요.


"그럽시다. 죽기는 매한가지라 실패하더라도 무슨 손해가 있겠소?"


일제히 마루로 올라가 그 두 눈을 먼저 찔렀습니다. 그놈이 큰 소리를 지르며 일어나 손을 휘둘러 우리를 잡으려 했지만 이미 앞은 보이지 않았지요. 그놈이 동쪽으로 쫓아오던 우리가 서쪽으로 피하니 우릴 잡을 길이 없었지요. 우리는 모두 흩어져 뒷마당으로 도망쳤습니다. 거기 나무 울타리 안에 양과 돼지 오륙십 마리가 있었지요. 우리가 양과 돼지를 모두 쫓아내니 그것들이 온 집안으로 흩어졌습니다. 그놈은 마당 아래에서 손을 휘저으며 사방으로 우리를 찾아다녔지만 우리는 끝내 한 명도 잡히지 않았지요. 우리가 양과 돼지와 한마당에 뒤섞여 있었으니, 그놈이 잡은 것은 양 아니면 돼지였지요.


그때 그놈이 대문을 활짝 열어젖히고는 양과 돼지를 밖으로 내보내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양이나 돼지를 등에 지고 다가갔지요. 그놈은 손으로 만져보고는 양이나 돼지라 생각하고 모두 밖으로 보내주더군요. 그래서 모두 밖으로 나올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급히 배 위로 올라갔어요. 잠시 뒤 그놈이 바닷가에 나타나서 큰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어요. 그러자 거인 세 놈이 모퉁이에서 나타났어요. 한 걸음이 오륙 간은 되었지요. 그들이 배 앞에 잠시 서더니 배 모서리를 잡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도끼를 들어 온 힘을 다해 그 손가락을 찍었습니다. 그리고 재빨리 노를 저어 갔지요.

바다 가운데로 다 나왔는가 했는데 또 고약한 바람을 만나 배가 암초에 부딪혔습니다. 배가 산산조각이 나버리더군요. 배에 타고 있던 사람들은 모두 빠져 죽고 오직 나만 운좋게도 부서진 배 조각을 잡아 헤엄쳐갔지요. 그때 고약한 물고기에게 물려 두 다리를 잃었습니다. 그러나 다행히도 집으로 돌아올 수는 있었습니다. 지금도 그때 광경을 떠올리기만 하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이가 시렵고 뼛속까지 떨립니다. 이게 다 내 팔자가 사납기 때문이겠지요."


이윽고 길게 한숨을 내쉬면서 탄식했다.



https://m.blog.naver.com/utis0me/222818966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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