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부동산세, 정치도구로 전락… ‘폭포수효과’로 절망의 대이동 시작
이번 부동산 세제 대폭 개편의 명분은 ‘공정과세를 위한 조세개혁’이었다. 그런데 우리나라 부동산 세제가 심각하게 불공정하다는 전제부터 문제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7월 부동산 토론회에서 ‘보유세를 3배 올려야 선진국 수준’이라 공언하는 등 우리나라 보유세가 턱없이 낮다는 주장들이 산발적으로 반복돼왔지만, 그 근거는 대단히 미약하다. 공신력 있는 기관의 뒷받침도 눈에 띄지 않는다.
그간 학계나 유수기관에서 국제 비교에 사용해온 기준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보유세 규모와 총조세 대비 보유세 비중인데, 우리나라는 두 가지 모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이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24년 한국의 GDP 대비 보유세는 0.9%로 OECD 평균 0.9%와 차이가 없고, 총조세 대비 보유세 비중은 4.9%로, OECD 평균(3.8%)보다 오히려 높다.
..
우리나라 보유세가 과하게 낮다는 주장은 실효세율이란 개념에 기반하는데, 이는 보유세액을 민간 부동산 시가총액으로 나눈 것이다. 우리나라는 0.17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나 문제는 부동산 시가총액이란 수치를 발표하는 국가도 별로 없을 뿐 아니라 그나마 수치를 구할 수 있는 나라 간에도 산출방식이 달라 국제 비교가 무의미하다.
사실 부동산 보유세를 단일세율 물세로 운영하는 다른 나라들과 달리 우리는 노무현 정권에서 종합부동산세를 인세로 도입해 강한 누진성을 내장했다. 무엇이 공정한지에 대한 만장일치 기준을 찾기는 어렵지만, 우리나라는 보유세 부담이 자산층에 집중된 정도가 높다.
더구나 실용적 관점에서 널리 동의되는 핵심 문제점은 부동산 세금의 거래세 편중이다. ‘2026년 OECD한국경제 보고서’에 따르면, OECD 주요국은 보유세가 전체 부동산 세수의 평균 56.0%를 차지하는 반면 한국은 29.4%에 그쳤다. 거래 단계에서 세금의 비중이 50%에 달할 정도로 높기 때문이다. 즉, 부동산 세금을 더 걷거나 부자가 더 내야 하는 문제가 아니라, 세목간 조합(Tax-mix)이 왜곡돼 주택 거래와 이동을 저해하는 게 문제다.
..
세제안이 발표된 8월 3일,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세부담 증가는 전체 0.4%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극소수 부자만 영향받으니 대다수 국민은 그냥 부자 때리기에 시원해하시면 된다’는 레퍼토리가 우리 부동산 정책에서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과거의 실패가 그랬듯, 이번에도 0.4%로 끝나지 않고 전체시장을 고통에 빠뜨리는 부동산 참사가 다가오고 있다. 강력한 폭포수효과(cascade effect) 때문이다.
고가주택이 한 채 있을 뿐 소득이 없는 고령자의 선택은 대개 세금 부담을 전가시켜 임대료를 올리는 일일 것이다. 비거주자들은 거주 요건을 채우기 위해 각자 보유한 집으로 이주해 임차인을 내보내야 하고, 내몰린 임차인들이 덜 비싼 곳의 전세를 찾고 그곳의 임차인이 다시 내몰리는 대이동이 이뤄질 것이다. 이 과정에서 중저가 지역의 아파트 가격과 전월세가격이 급등할 것이고, 공급절벽이 방치된 가운데 전세 대이동은 절망의 이동이 될 것이다.
현재 서울에는 소유한 집을 임대로 내놓고 다른 곳에 거주하는 비율, 즉 자가보유와 자가거주의 차이가 약 6%로 추정된다. 24만 가구 정도다. 이 중 3분의 1만 임차인을 내보낸다 해도 7만이 넘는 가구가 새로 전세를 찾아 움직여야 한다. 올해 서울 아파트 신규 입주 물량은 약 1만9000가구. 매매와 전월세 시장 모두 얼마나 큰 혼란을 겪어야 할지 상상하는 것조차 괴롭다. ‘0.4%만의 문제’라는 거짓말 속에 부동산 지옥도가 펼쳐질 것이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21/00028105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