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면 떼어내면 그만?"… 맹장·담낭 떼어내면 우리 몸이 겪는 일
[파이낸셜뉴스] 갑작스러운 우하복부 통증으로 응급실을 찾았다가 충수염(맹장염) 진단을 받거나 건강검진 초음파에서 담석이 발견돼 담낭(쓸개) 절제술을 권유받는 이들이 많다.
이때 상당수는 "맹장이나 쓸개는 없어도 사는 데 아무 지장 없다"는 주변의 말을 듣고 가벼운 마음으로 수술대에 오른다.
흔히 시행되는 수술이다 보니 장기의 가치를 간과하기 쉽지만 의학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르다.
비록 없어도 생명 유지는 가능하지만 두 장기 모두 소화와 면역 체계에서 뚜렷한 역할을 담당하는 만큼 절제 후 체내 환경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면역세포와 유익균의 비상 창고 '충수돌기'
흔히 '맹장 수술'이라 부르는 치료는 대장 입구 끝에 달린 약 6∼9㎝ 길이의 충수돌기를 제거하는 수술이다. 연간 12만 명 이상이 수술받을 만큼 흔해 과거에는 진화 과정에서 남은 불필요한 흔적기관으로 치부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의학 연구에 의해 충수의 면역학적 중요성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충수 조직에는 면역세포가 집적되어 있어 면역글로불린(IgA) 등 면역물질을 분비하고 장내 유해균 침입을 방어한다. 특히 심한 장염이나 설사로 장내 미생물 생태계가 파괴되었을 때, 충수 내부에 안전하게 보존되어 있던 유익균이 장으로 유출되며 미생물 환경을 빠르게 복구시키는 '유익균 보관소' 역할을 수행한다.
■지방 소화를 돕는 앰플 '담낭'
담석증이나 담낭염으로 담낭을 절제하더라도 간에서는 여전히 담즙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담즙을 모아두었다가 고지방 음식에 맞춰 한 번에 쏘아주는 '농축·저장소'는 사라지게 된다. 담낭이 없으면 간에서 생성된 옅은 담즙이 장으로 지속해서 흘러 들어가게 된다.
부산 온병원 간담췌외과 김건국 교수는 "수술 후 초기 3∼6개월 동안은 튀김이나 삼겹살 같은 고지방 음식을 먹었을 때 담즙 농도가 부족해 소화불량이 생길 수 있다"며 "반대로 장으로 계속 흘러 들어간 담즙이 장을 자극해 묽은 변이나 지방변을 보는 '담낭절제 후 증후군'이 나타나기도 한다"고 밝혔다.
김건국 교수는 "충수와 담낭은 제거 후에도 정상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장기이지만, 엄연히 소화와 면역 체계의 한 축을 담당하는 기관"이라며 "수술 후 달라지는 신체 환경을 이해하고 이에 맞춰 식습관과 건강을 관리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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