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7000보 걷는데 계단은 왜 힘들까…노년엔 '버티는 힘' 따로 필요
걸음 수보다 중요한 건 '기능'이다
'로코모티브 신드롬'은 뼈, 관절, 척추, 근육, 신경 기능이 함께 약해져 걷고 움직이는 힘이 떨어지는 상태를 말한다. 우리말로는 '운동기능저하증후군'이라 한다. 이를 막으려면 단순히 많이 걷는 것보다, 일어서고 버티고 균형을 잡는 힘을 함께 길러야 한다.
박현태 동아대 교수(디지털헬스케어연구실)도 "로코모티브 신드롬은 그 핵심 지표로 걸음 수 하나만 보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보행속도, 보폭, 보행 변동성, 의자에서 일어서는 힘, 균형, 일어나 걷기 검사(TUG), 운동 지속률 같은 기능 지표를 함께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 대목이 중요하다. 하루 걸음 수가 제법 된다고 해도 계단, 기립, 균형 능력은 떨어질 수 있다.
평지를 오래 걷는 것과 의자에서 몸을 밀어 올리는 것은 다른 동작이다. 횡단보도를 건널 때 필요한 빠른 걸음, 버스에 오를 때 필요한 한쪽 다리 지지, 계단에서 몸을 들어 올리는 힘은 따로 길러야 한다.
'따로 기른' 힘이 실제로 걸음을 바꿨다
이 원칙을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일본에서 진행된 8주짜리 스마트폰 앱 기반 프로그램은 40세 이상 성인 47명에게 한쪽 다리로 서기와 스쿼트 운동을 영상과 음성으로 주기적으로 안내했다. 그 결과 일어나 걷기 검사(TUG) 시간이 평균 9.0초에서 7.5초로, 운동기능 설문(GLFS-25) 점수는 18.7점에서 11.7점으로 줄었다.
고령자 79명을 대상으로 한 5주간의 무작위 대조 연구에서는, 로봇형 웨어러블 장비를 이용한 훈련이 더 뚜렷한 차이를 만들었다. 훈련군은 보행 속도가 초당 0.18m 빨라졌고, 일어나 걷기 검사 시간은 1.4초 단축됐다. 의자에서 다섯 번 연속 일어서는 시간과 로코모티브 신드롬 위험도(GLFS-5)도 함께 개선됐다. 걷기와 별개로 '일어서고 버티는' 훈련을 더했을 때 기능이 더 크게 좋아졌다는 뜻이다.
의자에서 일어나는 힘은 따로 필요하다
계단을 오르고 의자에서 일어서는 동작에는 허벅지와 엉덩이 근육이 많이 쓰인다. 이 근육은 몸을 위로 밀어 올리고, 한쪽 다리에 체중이 실릴 때 균형을 잡아준다. 넘어질 뻔한 순간 몸을 붙잡는 것도 이 근육의 역할이 크다.
걸음 수는 많아도 근력운동이 부족하면 계단과 기립 동작은 계속 어려울 수 있다. 평지만 오래 걷는 운동은 몸을 앞으로 이동시키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몸을 들어 올리고 버티는 힘까지 충분히 키워주지는 못한다.
유준일 인하대병원 교수(정형외과)는 "운동을 통증 치료 뒤에 따라붙는 부록처럼 봐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통증을 조절한 뒤 다시 움직이고, 저항운동과 균형운동으로 생활 기능을 되찾는 과정이 치료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운동은 '무엇을 했는가'보다 '계속하고 있는가'가 중요하다
근육에는 재료도 필요하다. 단백질 섭취가 부족하면 근력운동을 해도 근육 회복이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식사량이 줄어든 고령층은 특히 단백질 섭취를 확인해야 한다. 고기, 생선, 달걀, 두부, 콩류 등을 매끼 나눠 먹는 방식이 도움이 된다.
비타민D도 함께 봐야 한다. 비타민D는 뼈 건강과 근육 기능에 관여한다. 햇볕을 거의 보지 않거나 골다공증 위험이 있는 사람은 의료진과 상담해 필요한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운동 처방은 종이에 적어주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스마트폰 앱, 웨어러블, 원격 재활 시스템은 운동을 했는지, 얼마나 지속했는지, 기능이 실제로 좋아지는지를 확인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 실제 생활에서 계속 이어져야 비로소 효과가 난다.
아픈 사람의 운동은 달라야 한다
다만, 무릎이나 허리 통증이 있는 사람은 "운동해야 한다"는 말만 듣고 곧바로 계단운동이나 스쿼트를 시작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통증이 심한 무릎에 체중 부하가 큰 운동을 반복하면 오히려 걷는 힘이 떨어질 수 있어서다. 척추관협착증이 있으면 오래 걷는 동안 다리 저림이 더 심해질 수도 있다.
먼저 통증의 원인을 확인하고, 가능한 범위에서 운동을 조절해야 한다. 물속 걷기, 실내 자전거, 가벼운 저항운동처럼 관절 부담을 줄이는 방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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