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하천 긁어내고, 수십년 방치 우물서 물 퍼…극심한 남부 가뭄[르포]
무명의 더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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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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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 하천이라도 쥐어야 짜야지…”
10일 오전 경남 밀양시 무안면 모로마을 옆 무안천. 양옆에 농경지를 낀 이 하천은 보름 전 전부터 바싹 말랐다. 하천 바닥을 발로 밟으면 흙먼지가 날릴 정도였다. 최근 무안면사무소는 이곳 하천 바닥에 사람 키를 훌쩍 넘긴 2~3m 깊이의 길쭉한 구덩이를 팠다. 메마른 하천 바닥 아래로 흐르는 지하수를 모아 인근 농경지에 대기 위해서다. 구덩이에 고인 물은 두어 개 관을 통해 하천 둑 너머 마을 양수장으로 공급되고 있었다.
이런 가물막이 형태의 구덩이가 밀양시 무안·초동면에만 13곳이나 있다. 두 지역의 농업용 저수지도 이달 들어 바닥을 드러냈다. 이날 기준 가례·웅동저수지(무안면), 와지저수지(초동면) 저수율은 2.6~4.5%(평년 대비 3.6~6.8%)로 한 자릿수에 그쳤다. 가례저수지는 약 7㎞ 떨어진 청도천에서 관로와 펌프 장치로 물을 끌어와 채우고 있다. 지난 5~7일엔 무안·초동면에 산림청 산불진화차 22대까지 동원, 매일 500t 이상의 물을 논밭에 뿌리기도 했다.
앞서 밀양은 지난 9일부터 농업용수 가뭄 대응 단계 중 가장 높은 ‘심각(평년 대비 저수율 40% 이하·극심한 가뭄)’ 단계에 진입했다. 이날 저수율도 약 25%로, 평년 대비 34% 정도에 불과했다. 사정이 이렇자, 궁여지책으로 수십년째 방치된 옛 마을 관정(우물)까지 사용하는 농민도 있었다.
남부 지방을 중심으로 가뭄이 심각해지며 농민들 시름이 깊다. 폭염 기세가 한풀 누그러졌지만, 한 달 넘게 끊긴 비 소식에 농업용수가 바닥나고 있다. 정부·지자체는 산불진화차·소방차·급수차를 투입해 논·밭에 물을 뿌리고 하천수를 이용해 저수지를 채우고 있지만, 가뭄을 해소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특히 경남은 18개 시군 중 함양군을 뺀 나머지 17개 시군이 농업용수 가뭄 비상 단계에 접어들었다. ‘심각’ 단계는 현재까지 경남 3개 시군(밀양·거제·함안)뿐이다.
‘경계’ 단계인 창원도 평년 기준 저수율이 40.4%로 ‘심각’ 단계를 코앞에 두고 있다. 창원에서 가장 큰 농업용 저수지인 주남저수지도 1970년대 조성 이후 처음으로 저수율이 40% 아래로 떨어졌다. 이곳은 유효저수량만 559만t으로, 창원(대산면·동읍)·김해(진영읍)에 있는 축구장 1298개 면적의 농지(927㏊)에 용수를 공급한다.
주남저수지 물은 하루 최대 1만4000t씩 자연 증발하고 있다고 한다. 40일 가까이 사실상 비가 내리지 않은 상황에서 연일 뙤약볕이 내리쬐면서다. 북창원 관측지점 기준, 지난달 초 낮 최고기온이 30도를 넘긴 창원은 지난 2일엔 41도까지 치솟았다. 역대 전국 일 최고기온 중 2번째다. 주남저수지를 관리하는 한국농어촌공사 창원지사가 지난달 말부터 낙동강 물을 하루 5만~5만5000t씩 끌어와 저수지를 채웠지만, 현재 수위를 간신히 유지하는 정도다. 하루 농업용수 공급량만 9만~10만t에 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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