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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댈수록 꼬였다…출구 없는 이재명표 부동산

무명의 더쿠 | 12:01 | 조회 수 1029

https://n.news.naver.com/article/586/0000135402?ntype=RANKING

 

보유하면 세금, 팔려 해도 규제, 사려 해도 대출 절벽…시장이 닫혔다
"지금 팔라"면서 퇴로는 그대로…현금 부자에게만 열린 매수 기회
文 정부보다 더 가파른 집값 상승세…수도권·2030 민심도 돌아섰다


"이건 뭐 명의만 내 이름이지 사실상 국가랑 공동 소유한 집이에요."

2026년도 세제개편안이 발표된 직후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70대 여성 A씨는 중개인을 붙잡고 하소연했다. "소득이라곤 연금밖에 없는 내가 어떻게 투기꾼이냐"는 그는 "갖고 있자니 보유세가 걱정이고, 팔자니 제값도 못 받는다. 어느 쪽을 선택해도 세금으로 정부 배만 불려주는 꼴"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부동산 세제개편안을 꺼내들자 시장은 곧바로 술렁이기 시작했다. 정부는 '조세 정상화'를 내걸고 부동산 세제의 패러다임을 거주 중심으로 바꾸겠다고 했지만, 시장에서는 사는 것(Living)도, 파는 것(Selling)도, 새로 사는 것(Buying)도 모두 막혔다는 불만이 터져나온다. 퇴로는 막히고 규제만 겹겹이 쌓이면서 부동산 민심은 폭발 직전까지 달아오른 모습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집값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취임 1년2개월 동안 여러 차례 부동산 대책을 내놨지만, 집값은 오히려 역대 정부를 능가할 만큼 빠른 속도로 치솟고 있다. 다주택자를 넘어 비거주 1주택자에게까지 규제 강도를 높이는 동안 임대차 시장의 불안은 커졌고, 중저가 지역의 집값은 크게 올랐다. 이 정부의 임기까지 남은 시간은 4년. 메스는 여전히 정부의 손에 있다. 그 시간 동안 부동산 시장은 치료될까, 아니면 상처가 더 깊어질까.
 

ⓒChatGPT 생성이미지

ChatGPT 생성이미지

살려니 세금, 사려니 현금 부족…'이중 허들'

8월3일 나온 세제개편안에 담긴 정부의 의도는 명확하다. 실제 거주하지 않는 고가주택에 무거운 세금을 물리고, 세 부담을 견디기 어려운 집주인의 주택을 시장으로 끌어내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실거주 중심의 시장 질서를 확립하겠다는 구상이다. 정부가 이번 세법 개정안의 부동산 분야를 '공정과세를 위한 조세개혁'과 '부동산 세제 합리화'로 명명한 배경이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정작 오래 살아온 실거주자까지 부담이 커졌다는 반발이 나온다. 대표적인 게 세액공제 금액에 한도를 둔 점이다. 현재는 고령자 공제와 장기보유 공제를 합쳐 종합부동산세의 최대 80%까지 공제받을 수 있지만, 2028년 이후에는 보유 대신 실제 거주 기간 공제로 바뀌고 공제해 주는 세금의 한도도 600만원으로 제한된다. 예를 들어 시세 50억원짜리 아파트를 15년 이상 보유하고 실제 거주한 70대 1주택자의 경우 현재 공제 후 종부세는 239만원 수준이지만, 개편안이 적용되면 1080만원까지 늘어난다. 시세가 그대로라는 가정 아래에서도 세 부담이 4배 넘게 증가하는 셈이다.

세 부담은 고령의 고가주택 보유자에게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불만을 쏟아내는 사례가 잇따른다. B씨는 "88세 할머니가 50년 동안 산 터전에서 쫓겨나게 생겼다"며 "집값을 올린 게 할머니냐. 가만히 있는데 올린 건 정부 아니었냐. 할머니가 월세 받던 집도 작년에 팔았는데, 이제는 실거주하는 집도 건드리냐"고 적었다.
 

정부가 8월3일 ‘2026년 세제개편안’을 발표한 가운데 서울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사 사무실에 부동산 관련 게시물이 붙어있다. ⓒ시사저널 박정훈

정부가 8월3일 ‘2026년 세제개편안’을 발표한 가운데 서울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사 사무실에 부동산 관련 게시물이 붙어있다. ⓒ시사저널 박정훈

정부는 고령자가 서울 집을 처분하고 지방으로 이주할 경우 세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을 함께 제시했지만 65세 이상, 6개월 내 이주, 5년 이상 보유, 2년 연속 거주 등 복잡한 요건이 붙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커뮤니티에는 "걸어다니기도 힘든 노인들한테 이사를 가라는 소리가 쉽게 나오나" "삶의 터전을 떠나 병원도 없는 시골로 가는 게 되겠나" 등의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현대판 고려장'이라는 지적마저 나온다.

설령 매물을 던지더라도 받아줄 사람이 많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이번 개편안의 타깃이 된 고가주택의 경우 대출이 한정적이라서다. 현재 25억원 이상 주택의 대출 한도는 2억원에 불과하기 때문에 사실상 현금 부자가 아니고서야 매매가 불가능하다. 만약 세 낀 매물을 거래한다면 대출은 1억원밖에 나오지 않는다.

일례로 내년 7월에 보증금 5억원의 전세 계약이 끝나는 10억원짜리 주택을 지금 매매한다고 가정하면, 대출 가능 금액은 단 1억원에 불과하다. 매수자가 계약을 체결하는 시점에는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없고, 세입자 계약이 끝날 때 퇴거자금대출 1억원만 실행할 수 있다. 결국 9억원의 자금 동원력이 있어야 세가 낀 매물을 살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는 집주인에게 매물을 내놓으라고 압박하지만, 실제 매수 기회는 현금 부자에게 집중되는 구조다. 부의 '재분배'가 아니라 부의 '재집중'이 가속화될 거란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중략)
 



팔지도 버티지도 못한다…불똥은 세입자에게

정부가 이번 세제개편안을 통해 가장 분명하게 드러낸 정책 목표는 '매물 출회'다. 비거주 고가주택 보유자의 세 부담을 높여 시장에 매물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세법 개정안에서 조정대상지역 다주택자의 양도소득세 중과를 2028년까지 한시 완화하면서 그 이유를 "종합부동산세 정상화에 따른 매도 기회 부여"라고 적시했다. 시사저널이 2002년 이후 역대 세제·세법 개정안을 전수 확인한 결과, '매도 기회 부여'라는 표현이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세율과 공제 제도를 설명하는 수준을 넘어 납세자에게 사실상 "지금이 팔 시기"라는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그러나 정작 시장에서는 "팔고 싶어도 팔 수 없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기존 규제가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재건축·재개발 조합원이 대표적이다. 투기과열지구에서는 재건축의 경우 조합설립인가 이후 조합원 지위 양도가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1세대 1주택자로서 10년 이상 소유하고 5년 이상 거주한 경우 등만 예외인데, 세를 준 조합원은 거주 요건을 채우지 못해 팔고 싶어도 팔 수 없다.

계속 보유한다면 양도세 '폭탄'을 맞게 된다. 이번 세제개편안에 따라 2029년부터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가 거주공제로 바뀌면, 재건축 조합원은 철거·공사 기간이 비거주로 잡혀 공제가 깎인다. 정부가 공사 기간의 절반을 거주로 인정하는 보완책을 뒀지만, 이마저도 관리처분계획인가일 기준으로 1년 이상 실제 거주한 조합원에게만 주어져 세를 준 조합원은 제외된다. 매도 시기를 놓치면 세 부담은 눈덩이처럼 늘어난다. 정비 업계 추산으로는 2029년 20억원 주택을 팔 때 양도세는 현행 7300만원에서 1억3300만원으로, 40억원짜리는 3억8000만원에서 6억5400만원으로 불어난다.

집주인이 버티기에 들어가면 결국 부담은 세입자에게 전가된다. 세제개편안에 따르면, 종부세 부담은 시가 46억원 이상에서 가장 커지고 비거주자라면 부담이 더 커진다. 가령 서울 서초구 반포자이 전용면적 84㎡ 1주택자는 직접 거주하면 보유세가 2763만원이지만 비거주라면 3318만원을 부담한다. 올해 보유세 1810만원과 비교하면 비거주 시 세 부담이 80% 이상 늘어난다. 집주인에게는 세입자를 내보내고 직접 입주하거나, 늘어난 세 부담을 임대료에 반영하는 선택지가 남는다. 정부의 과세 대상은 집주인이지만, 가장 먼저 이삿짐을 싸야 할지 고민하는 사람은 세입자인 셈이다.

유소영씨(가명·여·33)의 사정이 그 혼란의 한복판에 있다. 유씨는 2022년 결혼하면서 서울 마포구에 전셋집을 구했다. 첫 번째 집에서는 집주인이 실거주하겠다며 퇴거를 요구해 나왔고, 지난해 다시 전셋집을 구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집주인은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 비거주 1주택자다. 유씨는 세제개편안 발표 이튿날인 8월4일 중개업소를 통해 집주인이 세 부담을 우려해 직접 입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집주인은 전세금을 5% 올려받는 것보다 직접 들어와 사는 편이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씨는 "4년 전 신혼집을 매입하지 않은 게 인생 최대의 실수다"라고 자조했다.

이 때문에 정부 정책에 비교적 우호적인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낙제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문도 서울디지털대 부동산학과 교수가 대표적이다. 한 교수는 "비거주자에게 갖고 있는 매물을 팔라는 신호를 줬지만 그 집에 살고 있던 세입자를 어떻게 하겠다는 얘기는 보이지 않는다"며 "전세가가 오르면 중저가 주택 호가가 상승하게 되고 그러면 시장의 스텝이 완전히 꼬여버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벌써 '문재인 속도' 넘었다…남은 4년에 '한숨'

문제는 앞으로 정부의 임기가 4년이나 남았다는 점이다. 5년 임기 기준으로 가장 높은 집값 상승률을 기록한 것은 문재인 정부 때다. KB부동산 월간 아파트 매매가격지수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5년간 서울 아파트값은 62.2% 올랐다. 연평균으로 환산하면 12%다. 반면 이재명 정부는 출범 1년2개월 만에 15.5%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상승 속도만 놓고 보면 문재인 정부 때보다 페이스가 가파른 셈이다.

이미 부동산 민심은 이재명 정부를 향해 등을 돌리는 분위기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7월27~29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국지표조사(NBS)에 따르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부정적으로 평가한 비율은 56%였다. 긍정 평가는 33%에 그쳤다. 특히 인천·경기 61%, 서울 60% 등 수도권과 20대(72%)와 30대(61%) 청년층에서 부정 평가가 두드러졌다.

정부가 '부동산 종합대책'을 고심하는 배경이다. 당초 정부는 세제개편안을 7월말 발표한 뒤 대출과 공급을 아우르는 부동산 종합대책을 잇따라 내놓을 계획이었다. 그러나 발표 시점은 줄줄이 밀렸다. 세제개편안은 일주일 밀려 발표됐고, 종합대책의 발표 시점은 아직까지 확정되지 않았다.

정부가 검토하는 다음 카드는 공급 확대와 실수요자 대출 보완으로 요약된다. 이번 세제개편안으로 투기·비거주 수요를 억제한 만큼, 장기적으로는 공급을 늘려 수급 불균형을 풀어야 한다는 판단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8월3일 '부동산 및 주식시장 점검회의'에서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신속한 공급 방법을 찾으라"고 지시했다. 그만큼 정부도 시장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정부가 어떤 처방을 추가로 내놓을지, 그 처방이 시장의 신뢰를 되돌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년2개월 동안 시장은 규제책이 나올 때마다 더 빠르게 다른 길을 찾아왔다. 정부가 이번에는 집값을 잡을 답을 내놓을지, 시장이 또 먼저 답을 찾아낼지는 이제 남은 4년의 승부처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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