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은 업무, 여성은 리조트 연수”
트럼프 2기 출범 뒤 DEI 단속 강화
외국 기업도 역차별 소송 위험

"남자들은 일하는데 여자는 리조트 연수라니, 차별 아닙니까."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에서 기업의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정책을 둘러싼 법적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여성 직원만을 대상으로 숙박 연수를 실시한 일본 기린홀딩스의 미국 자회사가 남성 차별 혐의로 연방정부기관의 소송을 당하면서 다른 글로벌 기업들도 미국 내 DEI 정책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미국 고용기회균등위원회(EEOC)는 지난 2월 기린홀딩스의 완전 자회사인 코카콜라 베버리지스 노스이스트(CCBNE)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CCBNE는 미국 동부 지역에서 코카콜라 보틀링 사업을 하는 기업으로, 직원 수는 약 3400명이다.
문제가 된 것은 2024년 9월 코네티컷주의 카지노 리조트에서 열린 여성 직원 전용 숙박 연수였다. 이 행사에서는 여성 직원들이 통상 업무에서 벗어나 숙박과 식사를 제공받고, 임원 강연과 직원 간 네트워킹에 참여했다.
CCBNE의 한 남성 직원은 “여성 직원들만 업무를 면제받고 각종 편의와 교류 기회를 제공받은 것은 불공정하다”며 EEOC에 진정을 제기했다. EEOC는 이를 성별에 따른 차별로 판단하고, CCBNE가 미국 민권법 제7편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CCBNE는 남성 직원들에게 임금 감소나 승진 기회 상실 등 실질적 피해가 없었다며 소송 기각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EEOC는 차별을 주장하는 측이 어떤 형태로든 불이익을 입었다는 점만 입증하면 재판을 계속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번 소송은 트럼프 행정부가 기업의 DEI 정책 자체를 겨냥한 대표적인 시험대라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에서는 1960년대 이후 인종과 성별에 따른 차별을 줄이기 위해 소수자 고용과 승진을 장려하는 적극적 차별 시정조치가 확산했다.
그러나 2023년 미국 연방대법원이 대학 입시에서 인종을 고려한 우대 정책에 위헌 결정을 내린 데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2025년 1월 취임 직후 관련 대통령령을 폐지했다. 수십 년간 장려되던 다양성 확대 정책이 정권 교체와 함께 역차별 논란의 대상으로 전환된 것이다.
CCBNE는 연수가 열렸던 2024년 9월 당시에는 소수자와 여성 지원을 장려하는 대통령령이 여전히 유효했다고 항변했다. EEOC가 오랫동안 기업들에 자발적인 여성 지원 정책을 권고해 놓고 이제 와서 이를 불법으로 문제 삼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기업들도 혼란을 겪고 있다. 나이키는 경영진의 인종별 구성 목표를 설정했다는 이유로 백인에 대한 차별 가능성을 조사받았다. EEOC가 백인 남성의 역차별 진정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면서 기업의 기존 인사·교육 정책이 잇달아 법적 분쟁으로 번질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한국 기업들도 여성 임원 확대 등 정부의 정책 목표에 맞춰 DEI 프로그램을 강화해 왔지만, 이를 미국 법인에 그대로 적용할 경우 오히려 소송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외국 기업이 본국에서 통용되는 방식을 미국 사업장에 적용하더라도 현지법상 차별로 판단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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