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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55만 원에 택배 가능"…미프진 공백 7년, '은밀한 거래' 내몰린 여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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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8.06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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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헬프우먼(Women Help Women)'에서 구매한 미프진. 문씨 제공

'우먼헬프우먼(Women Help Women)'에서 구매한 미프진. 문씨 제공

"임신 7주 전은 35만 원, 7~12주는 55만 원입니다."

기자가 22일 임신중지 의약품 미프진을 판매하는 텔레그램 계정에 구입 문의 메시지를 보내자, 1분도 지나지 않아 답장이 왔다. 판매자는 "마지막 생리 날이 언제인지" 묻더니 "약은 택배로 받을 수 있다"고 안내했다. 해외 배송은 일주일가량 걸리고, 5만 원을 더 내면 국내 배송 형태로 이틀 만에 받을 수 있다고도 했다.

2019년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후 7년이 지났지만, 임신중지를 택한 여성들은 이처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암암리에 유통되는 무허가 약물에 의존하거나, 해외 비영리단체를 통한 구매, 해외 직구 등을 이용하고 있다. 임신중지 관련 대체 입법 공백으로 미프진이 아직 국내에 정식 도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프진(성분명 미페프리스톤)은 임신 초기에 복용해 임신을 중단하는 전문 의약품이다. 일반적으로 자궁수축제인 미소프로스톨과 함께 사용한다. 미프진은 세계보건기구(WHO) 필수의약품 목록에 등재돼 있고 세계 100여 개 나라에서 허가받았지만, 한국에선 합법적으로 구할 방법이 없다. 이재명 대통령이 14일 국무회의에서 미프진 도입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이제야 진료지침 마련 등 후속 논의가 재개되고 있다.
 

텔레그램 판매자와의 대화 재구성. 그래픽=나민서 기자·챗GPT

텔레그램 판매자와의 대화 재구성. 그래픽=나민서 기자·챗GPT

그사이 여성들은 건강권을 침해당했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2년부터 올해 6월까지 적발된 임신중지 의약품 불법 판매·알선·광고 게시물은 2,791건에 달했다. 이렇게 음성적으로 유통되는 약물은 출처가 불분명한 데다 의료진의 진료와 복약 지도를 받을 수 없어 복용 시 위험 부담이 따른다.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SHARE)'의 나영 대표는 "약이 라벨이 없는 상태로 유통되기 때문에 어느 제약회사에서 만든 약인지, 성분과 용량이 정확한지 알 수 없다"며 "약을 복용한 뒤 임신중지가 완료됐는지 확인하지 못해 상담을 요청하는 사례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

해외 배송 과정에서 불편을 겪는 일도 적지 않다. 30대 후반 문모씨는 지난해 임신 6주 차에, 임신중지 약물을 지원하는 국제 비영리단체 '우먼헬프우먼(Women Help Women)'을 통해 미프진을 주문했다. 하지만 명절이 겹치면서 우편 배송이 지연돼 약을 받은 것은 3주가 더 지난 임신 9주 차 때였다. 문씨는 "약을 기다리는 동안 임신 주수가 계속 늘어나 불안했다"고 털어놨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미프진'을 검색하면 나오는 판매 게시글. X 캡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미프진'을 검색하면 나오는 판매 게시글. X 캡처

미프진을 구하지 못해, 더 위험한 메토트렉세이트(MTX) 주사를 선택하는 사례도 많다. MTX는 본래 백혈병 치료 등에 사용하는 항암제로, 자궁 외 임신 같은 비정상적 임신 종결에 한해 제한적으로 활용된다. 일반적 임신중지에 사용해선 안 되지만, 온라인에선 MTX를 이용한 임신중지를 홍보하는 병원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여성 A(24)씨는 "비용이 60만 원대로 비싼 데다 투약 이후 탈모 등 극심한 부작용을 겪고 있다"며 "여성들에게 폭넓은 선택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정원 산부인과 전문의는 "국내에서는 미프진을 사용할 수 없어, 임신중지 목적으로 권고되지 않는 MTX 주사까지 동원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제산부인과연맹(FIGO)이 2023년 발표한 약물적 임신중지 권고안. 임신 12주 이하부터 28주 이상까지 임신 주수에 따라 미페프리스톤과 미소프로스톨의 용량·투여 간격을 달리한 병용 요법을 제시하고 있다.

국제산부인과연맹(FIGO)이 2023년 발표한 약물적 임신중지 권고안. 임신 12주 이하부터 28주 이상까지 임신 주수에 따라 미페프리스톤과 미소프로스톨의 용량·투여 간격을 달리한 병용 요법을 제시하고 있다.

의료계는 미프진 도입 필요성을 대체적으로 인정하면서도 입장이 미묘하게 갈린다.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은 "표준 진료지침과 응급 대응 체계 마련이 먼저"라며 "재택 복용을 허용할 경우 대량출혈이나 불완전 유산이 발생했을 때 신속한 처치가 어려울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산부인과 전문의인 최예훈 색다른의원 원장은 "7년간 제도 공백을 방치한 채 안전성을 이유로 도입을 미루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며 "안전성이 검증된 약을 제도권에서 사용할 수 없어 유통 및 보관 과정이 불분명한 약을 복용하는 게 더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469/0000944706?sid=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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