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서울 용산아이파크몰 CGV의 문을 열고 닫은 건 이날 국내 개봉한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영화 ‘오디세이’ IMAX관이다. 오전 6시 30분 첫 회차부터 밤 12시에 시작하는 마지막 회차까지 IMAX관 좌석은 전석 매진됐다. 개봉 직전엔 ‘용아맥’(용산 아이맥스)의 인기 좌석 티켓이 정가보다 5배 이상 비싼 가격에 거래되기도 했다.
‘오디세이’만의 깜짝 흥행이 아니다. 올 상반기 외화 1위인 ‘프로젝트 헤일메리’도 대략 3명 중 1명이 IMAX 등 특수상영관에서 영화를 봤다. ‘아바타: 불과 재’는 그 비중이 절반 가까이 됐다. 기꺼이 웃돈을 내고 특수관을 찾는 이들이 느는 현상. 장기 침체를 겪고 있던 영화관의 미래는 특수관에 달린 걸까.
● 전체 관객 주는데 특수관은 호조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특수상영 포맷으로 영화를 관람한 관객은 약 295만 명에 이른다. 전년 동기 대비(약 191만 명) 49%가량 늘어난 수치다.
‘영화계 최악의 가뭄’이라 불렸던 지난해도 마찬가지였다. 전체 관객 수는 팬데믹 기간을 제외하면 2005년 이후 최저치였는데도, 특수상영 관객 수는 2024년보다 52.4%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흐름은 영화관이 ‘관람’을 넘어 ‘체험’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는 걸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이용객 연령을 보면 더 명확해진다. CGV에 따르면 올 상반기 특수관 이용객은 30, 40대(55.7%)가 가장 많았다.
주목할 점은 Z세대(26.1%)의 비중도 작지 않다. 유튜브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Z세대가 물리적 체험을 강조한 특수관을 찾고 있다. 이들은 이런 경험을 소셜미디어에 공유하며 극장을 하나의 ‘놀이터’로 소비한다.
●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매출 좌우
호실적에도 맹점은 있다. 특수관 매출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의존하고 있다. 특수상영 흥행 추이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9년 이후 매출액 비중이 높았던 영화를 살펴보면 더욱 두드러진다. 2019년 ‘어벤져스: 엔드게임’, 2020년 ‘테넷’, 2021년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2022년 ‘아바타: 물의 길’, 2023년 ‘듄: 파트2’, 2025년 ‘아바타: 불과 재’. 2024년에 특수상영 매출이 낮았던 건 그해 적당한 해외 블록버스터작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올 하반기는 특수관 흥행에 가속세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IMAX 카메라로 촬영한 ‘오디세이’와 제작 초기 단계부터 스크린X 연출을 염두에 둔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 등 특수관을 겨냥한 영화들이 이어지고 있다. 12월 개봉 예정인 ‘듄: 파트3’도 IMAX 카메라로 촬영했다.
이는 한국 영화계로선 뼈아픈 대목이기도 하다. 장기 불황으로 제작 편수가 감소하며 ‘실감형 작품’도 함께 줄었다. 물론 블록버스터만 특수관에 유리한 건 아니다. 순제작비 30억 원의 저예산 영화이지만, 한국 극영화 최초로 4면 스크린X 포맷을 적용한 ‘살목지’가 대표적이다. 윤현정 CJ 4DPLEX 마케팅팀장은 “국내 제작사와 초기 단계부터 협업을 확대해 한국 영화에 최적화된 특수관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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