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진단 이후 손해 현실화"
현직 경찰인 사촌오빠는 항소
A씨는 만 10세이던 1994년 당시 만 17세이던 B씨에게 강제추행을 당했다. 피해 사실을 주변에 알리지 못한 채 살아온 A씨는 딸이 성장하면서 사건 당시 자신의 나이대가 되자 불안 증세가 심해졌다. 2018년 ‘미투 운동’이 사회적으로 확산한 것도 심리 상태에 영향을 줬다. A씨는 이듬해 처음 심리상담을 했고 지난해 8월 정신건강의학과에서 PTSD진단을 받았다.
법원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A씨가 PTSD 진단을 받은 지난해 8월 정신적 손해가 구체적으로 드러났다고 봤다. 피해 직후부터 시효를 계산하면 당시에는 장차 발생할 정신질환을 알 수 없어 소송을 하기 어렵고, 실제 질환이 확인됐을 때는 이미 시효가 끝나는 불합리한 결과가 생긴다는 이유에서다.
B씨는 현재 서울경찰청 소속 경찰관으로 파악됐다. 그는 선고 엿새 뒤 항소했다.
비슷한 판단은 이어지고 있다. 대법원은 초교생 때 테니스 코치에게 성폭력을 당한 뒤 성인이 돼 PTSD 진단을 받은 피해자에게 위자료 1억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2021년 확정했다.
형사법에서는 친족 성폭력의 특수성을 반영한 제도 개선이 시작됐다.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한 법 개정안은 13세 이상 19세 미만 아동·청소년을 상대로 친족이 저지른 강간과 강제추행 등의 공소시효를 없앴다. 여성계와 법조계에서는 피해자가 법적 대응에 나서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민사상 소멸시효도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심지연 법무법인 심앤이 변호사는 “어린 시절 친인척에게 성폭력을 당한 피해는 평생 큰 상흔을 남기므로 민형사상 소멸시효 예외를 더 적극적으로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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