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가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기 위해 2년째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활용해온 직장인 김모(33)씨는 정부의 세제개편안을 보고 당황했다. 내년 의무가입기간(3년)이 끝나면 계좌를 계속 연장해 장기 투자할 계획이었지만 앞으로 최대 5년까지만 연장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새로 도입되는 ‘생산적 금융 ISA’로 갈아타더라도 미국 지수 ETF에는 더 이상 투자할 수 없게 됐다.
정부가 국내 투자에 한해 이자·배당소득을 전액 비과세하는 ‘생산적 금융 ISA’를 신설하면서 일부 기대 속에서도 투자자들의 우려가 나오고 있다. 장기 투자와 자산 형성을 지원한다는 평가가 나오는 반면, 기존 ISA의 장기 운용 장점은 축소되고 해외지수 ETF 투자도 막히면서 “국내 투자만 유도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4일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내년부터 신설되는 생산적 금융 ISA는 만 19세 이상 거주자와 만 15세 이상 근로자가 가입할 수 있다. 연간 2000만원, 총 2억원까지 납입할 수 있으며 국내 상장주식과 국내 주식형 펀드·ETF, 국민성장펀드,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등에 투자해 발생한 이자·배당소득은 한도 없이 전액 비과세된다. 청년형은 이와 함께 납입액의 10%를 소득공제받는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일본의 ‘신(新)NISA’처럼 자금 유입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가계의 자산 형성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기존 ISA와 청년미래적금, 청년도약계좌 등의 만기 자금을 생산적 금융 ISA로 최대 2억원까지 한꺼번에 옮겨 담을 수 있도록 했다. 기존 가입자의 생산적 금융 ISA 갈아타기를 유도하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반면에 기존 ISA 혜택은 일부 축소된다. 지금까지는 의무가입기간인 3년만 지나면 사실상 무기한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총 계약기간이 최대 5년으로 제한된다. 특히 ISA는 만기 3개월 전부터만 연장 신청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현재 의무가입기간이 남아 있는 상당수 가입자는 내년 1월 1일 개정안 시행 전에 기존 조건으로 미리 장기간 연장하기도 사실상 어렵다. 재경부 관계자는 “올해 안에 이미 장기간 연장한 가입자는 기존 조건이 유지되지만, 내년 이후 새로 연장하는 계약부터는 최대 5년 제한이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연간 납입한도 이월 혜택도 폐지된다. 예를 들어 올해 500만원만 ISA 계좌에 납입했다면 기존에는 내년에 남은 한도 1500만원을 더해 최대 3500만원까지 넣을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연간 한도인 2000만원까지만 납입할 수 있다.
특히 투자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부분은 해외지수를 추종하는 국내 상장 ETF를 생산적 금융 ISA로는 투자할 수 없다는 점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한도 이월과 장기 계좌 유지가 없어지면 기존 ISA의 장점이 대부분 사라진다” “5년마다 계좌를 깨라는 거냐” “이럴 거면 그냥 ISA를 해지하고 미국 주식 직접 투자로 가겠다”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야권에서도 반발이 나왔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정부가 ISA를 누더기로 만들었다”며 “이를 보완한다며 생산적 금융 ISA를 신설하고 기존 ISA 만기 시 이체하라고 하는데, 이 또한 개악”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자본시장 선진화를 외치더니 전 국민을 ‘무지성 국장’으로 떠미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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