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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는 혐오 앞에서 무엇을 했는가? [홍성수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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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8.05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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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news.naver.com/article/028/0002817159

 

 

 

이진숙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자신의 사진. 오른쪽은 지난달 5일 올린 서울 배재고 응원 화환. 이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이진숙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자신의 사진. 오른쪽은 지난달 5일 올린 서울 배재고 응원 화환. 이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홍성수 |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

배재고 야구부의 5·18 조롱 응원 사태가 터진 지 한달이 지났다. 얼마 전에는 징계가 6개월에서 1개월로 낮아졌다는 소식도 들렸다. 당시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격정의 분노를 쏟아냈는지 다들 기억하실 테다. 정치권에서도 당장이라도 뭐라도 할 것처럼 호응했지만, 한달이 지난 지금은 조용해졌다.

애초에 ‘징계’에 집중해서는 안 될 문제였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에서는 사건 발생 3일 만에 6개월 출전 정지 징계를 내렸다. 하지만 징계 사유는 생뚱맞게도 ‘경기 방해’였다. 이 사안의 본질에 부합하는 징계 사유가 마땅치 않았던 것이다. 주도한 학생들을 구분하지도 않았고, 코칭스태프나 학교의 책임을 따져 묻지도 않은 채, ‘팀’에 대한 최고 수위의 징계를 내린 것이다.

형평성 면에서도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 2019년 당시 자유한국당 이종명·김순례 의원은 5·18 공청회를 개최했고, 이 자리에서 “폭동이 민주화운동이 된 것”이라는 발언까지 나왔다. 이들은 어떤 처분을 받았을까? 이종명 의원은 제명 조치 결정이 내려졌으나 의원총회 회부가 미뤄져 1년 동안 당직을 유지했고, 무소속으로 있다가 합당으로 복당했다. 김순례 의원은 당원권 3개월 정지를 받았으나 징계가 끝나자마자 최고위원에 복귀했다. 축사를 했던 김진태 의원은 경고 처분을 받은 뒤에도 국회의원 공천을 받았고, 나중에는 강원도지사가 되었다. 2020년 5·18왜곡처벌법이 통과된 뒤 몇몇 국회의원이 고발되었으나 실제로 처벌된 사례도 없고, 국회 차원의 징계를 받은 사례도 없다. 이번 배재고 사태 때도 이진숙 의원이 “배재고 학생들과 함께합니다”라는 화환을 보냈으나 별다른 조처는 없는 상태다. 이병태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이 “5·18이 성역인가?”라고 말한 뒤 자진 사퇴를 한 정도가 무언가 ‘책임을 진’ 유일무이한 경우다. 이렇게 정치인들은 무슨 말을 해도 별다른 책임도 지지 않는 상황에서 왜 학생들만 ‘경기 방해’를 이유로 중징계를 받아야 하느냐고 항의한다면, 뭐라고 답할 수 있을까? 이런 응원 행위 자체는 엄벌에 처해야 마땅하지만, 이런 문제에 책임을 물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는 점을 냉정하게 인정해야 한다.

무엇보다, 혐오와 차별을 왜 징계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짚어보는 것이 중요하다. 차제에 징계 규정을 정비하고 재발을 막기 위한 다각도의 조처를 강구해야 한다. 교육부, 각 시도 교육청, 대한체육회, 종목별 스포츠 협회, 학원 스포츠단이 해야 할 일이 수두룩하다. 정치권은 이를 뒷받침할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입법적·행정적 지원 방법을 모색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어느 순간 배재고 사태는 대중의 관심 속에서 빠르게 사라졌고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

야당은 이번 사태의 의미를 평가절하하다가 슬쩍 빠져버렸고, 여당은 민생과 국정 현안은 뒤로한 채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없는 내부 정쟁에만 몰두하고 있다. 스타벅스 사태, 배재고 사태 때 그 뜨거웠던 분노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혐오와 차별에 대한 우리의 대응은 늘 이런 식이었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13년 충격적인 ‘일베’ 사태, 2014년 세월호 유족들 앞에서의 폭식 농성 등 끊임없이 충격적인 사태가 터졌지만, 그때뿐일 뿐 끈질기게 제도적인 대책을 마련해본 적은 없다. 가깝게는 혐중 시위가 격화되자 대통령까지 나서서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지만, 가시적인 조처가 취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정치권이 무관심했을 뿐, 우리 사회 전체가 손 놓고 있었던 것은 결코 아니다. 문제만 터지면 ‘언론이 문제다’, ‘교육이 문제다’를 외치지만, 사실 언론과 교육은 혐오 문제에 대해 나름의 역할을 해왔다. 주요 언론사 중 혐오 문제를 기획·특집 기사로 다루지 않은 곳을 찾기 힘들다. 끈질기게 추적 보도를 이어온 기자들도 많았다. 학교 현장에는 아이들 사이에 침투한 혐오 문화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나름의 교육적 대응을 진지하게 모색한 교사들이 적지 않다. 마땅한 근거 법규도 없고 정치권의 관심과 지원도 없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현장에서는 묵묵히 혐오와 외로운 싸움을 벌여온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언론 탓, 교육 탓을 외치는 것은 너무나도 무책임한 일 아닐까?

어떤 사건이 터지면 앞다투어 분노를 표출하다 언제 그랬냐는 듯 차갑게 식기를 반복해온 지 벌써 15년째다. 스타벅스 사태와 배재고 사태 역시 예의 그 허망한 전철을 밟고 있다. 잠깐의 분노만 뜨거웠을 뿐, 혐오와 차별에 대한 국가 차원의 법적·제도적 대응은 여전히 무방비 상태다. 이제는 이 시대적 요구에 정치권이 응답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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