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학생과 신체 사진 등을 주고받은 혐의로 고소된 10대 남학생이 경찰로부터 자택 압수수색을 받은 뒤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유족은 부모가 없는 상황에서 경찰이 남학생에게 “너 엄청 잘못한거야” 라고 말하는 등 강압 수사를 한 것이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경찰은 위법행위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4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사망한 A군(당시 17세)의 유족은 지난 6월 서울중앙지법에 정부와 압수수색 집행에 참여했던 송파경찰서 경찰관 2명을 상대로 3억원의 손해배상을 제기했다.
유족은 A군이 자살한 원인이 압수수색 과정에서 벌어진 경찰의 강압수사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사건은 지난해 A군이 B양(당시 16세)과 인스타그램 DM(다이렉트 메시지)으로 신체 사진을 주고받은 것이 문제가 되면서 시작됐다. B양은 A군의 인스타 계정을 발견해 먼저 말을 걸었다. A군이 자신의 사진을 보내주자 B양도 영상을 보내는 식으로 이들은 두어차례 자신들의 신체를 노출한 사진, 영상 등을 주고받았다. 이 사실을 안 B양의 부모는 지난해 4월 A군을 청소년성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송파경찰서 경찰관 5명은 같은해 7월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러 A군 집을 방문했다. 일요일 아침이었던 터라 막 잠에서 깬 상태로 문을 열어 준 A군은 집에 누나와 자신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수사관은 “누나 잠깐 깨워서 나오라고 해봐. 누나는 성인이니까”라고 말한 뒤, 누나에게 압수수색 영장을 설명했다. 이후 A군 부모와 통화를 했고, 수사관은 부모가 올 때까지 압수수색 집행을 미뤘다. A군 부모가 도착하자 경찰은 한 시간가량 압수수색을 한 뒤 집을 떠났다. A군은 같은날 오후 9시20분쯤 자택 옥상에서 떨어져 숨졌다.
유족은 수사팀에 (부모가 없는 동안) A군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 등을 물었다. 수사팀은 ‘별 얘기를 한 게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러자 유족은 집안 ‘홈캠’에 녹화된 영상을 통해 경찰들과 A군의 당시 대화내용을 확인했다.
이 영상을 보면 한 경찰관이 A군에게 “00야 잘못한 건 알고 있지? 이거 엄청 잘못한 거야. 지금 (혐의가) 많아서 기억 못 하는 거야 뭐야? (사진이) 쟤(B양) 하나만 있는 건 아니지?”라고 묻는 모습이 확인된다.
유족 측 대리인은 “담당 경찰관들은 법정대리인인 부모가 부재한 상태에서 미성년자 혼자 있는 틈을 타 진술거부권조차 알리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유죄를 단정하는 발언을 반복했다”며 “이는 인권보호수사규칙이 명백히 금지하는 강압적 언행이자, 미성년자에 대한 조사에서 요구되는 신중함과 보호의무를 정면으로 저버린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A군과의 질의나 압수수색 과정 등에서 위법행위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송파서 관계자는 “A군의 사망은 안타깝게 생각한다. 유족이 법적인 절차를 밟으셨으니 그 부분에 대응하고 있다”고 했다.
수도권 경찰서의 한 여성청소년 수사팀장(경감)은 “고소인 측에서 요구했는데도 압수수색을 안 했다가는 되레 징계를 당할 수 있어 압수 집행 자체는 불가피해 보인다”면서도 “미성년자의 경우 모든 수사 과정에서 항상 보호자가 동석해야 하는데, 보호자가 없는 상태에서 추가 혐의를 물은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압수 집행 과정에서 강압적으로 질문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대상이 청소년이라는 점을 간과한 것 같다”고 말했다.
미성년 간 동의 여부나 관계성 등을 고려하지 않고, 모두 처벌토록 한 현행법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청소년성보호법에서는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소지·시청한 이들을 1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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