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널리티] '유부녀킬러' 공효진, 이름값 한 '시청률 여왕'의 귀환

배우 공효진이 일단 시청자들의 마음을 훔치는 데 성공했다. 작정하고 출연했던 MBC 금토극 '유부녀 킬러'(극본 김은희, 연출 윤종호·김지훈)가 적지 않은 호평을 받았다. 3일 시청률 조사 회사인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31일 방송된 첫 회가 7.4%, 1일 방송된 2회가 8.0%를 기록했다. 앞서 SBS 금토극 '김부장'이 동시간대에 시청률 20%를 넘기며 폭발적으로 흥행한 탓에 상대적으로 낮아 보이지만, 요즘 주말 드라마 평균 시청률이 한 자릿수 초반 대에 머물렀던 점을 감안하면 매우 괄목할 만한 성과다.
'유부녀 킬러'는 동명의 인기 웹툰이 원작이다. 제목만 봐서는 가벼운 로맨틱 코미디, 그중에서도 코미디에 좀더 초점을 맞춘 게 아닌가 하는 선입견이 들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이야기의 흐름이 결코 가볍지 않게 흘러갈 것이라는 예감이 스친다.
공효진이 맡은 주인공 유보나는 저격수 킬러다. 4년 전까지는 '킹 피셔'라는 닉네임이 붙은 전설의 살인청부업자로 활동했다. 그러나 지금은 네살 짜리 딸과 사회부 기자 권태성(정준원)을 남편으로 둔 워킹맘이다. 전자 회사로 위장한 킬러 비즈니스는 휴직 상태로, 딸의 유치원 '등하원 라이딩'이 무엇보다 중요한 지극히 평범한 주부다.
하지만 복직을 하게 되고, 첫날부터 무시무시한 임무를 부여받아 타깃을 단번에 제거한다. 4년 만의 복직이지만 한치의 실수도 없이 완벽한 킬러의 모습을 보여준다. 서울 한복판에서 대낮에 벌어진 총기 저격 사건으로 세상은 금세 떠들썩해진다. 남편 권태성은 '킹 피셔'의 귀환에 마치 뭔가를 알고 있다는 듯 놀란다.
2회에선 유보나가 새로운 위기를 맞는다. 가족사진과 함께 저격 현장이 포착된 협박장을 받는다. 그 사이 유보나 사무실엔 신입 오현남(하율리)이 입사하는데 알고 보니 오현남은 15년 전 크리스마스 때 아버지(김원해)가 킹 피셔에게 저격당하는 장면을 목격했던 딸이었다. 즉, 오승아가 부친에게 친족 폭행을 당할 때, 유보나가 저격해 살려준 묘한 인연이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오현남은 뭔가 복수를 하려는 듯 제보자인 척 위장해 권태성을 유인한 뒤 독약을 먹인다. 1시간 안에 해독제를 투여하지 않으면 권태성은 죽는단다. 불길함을 직감한 유보나는 오현남을 찾아가 총으로 위협했다가 이내 스스로 독약을 마신 뒤 자신도 죽이라고 압박한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불꽃 튀는 갈등관계와 반전의 연속이다
공효진은 다소 비현실적으로 철저히 이중생활을 해야 하는 유보나 캐릭터에 현실감을 불어넣는다. 킬러와 워킹맘이라는 매우 이질적인 캐릭터 사이에서 적절한 수위 조절로 리얼리티를 배가시킨다. 프로페셔널 킬러일 때는 저격수 총을 표적에 겨누고 호흡을 멈추고, 딸과 영상 통화를 하는 워킹맘일 때는 '아기상어' 동요를 부르며 아이를 달랜다. 거의 몸만 돌려세우면 다른 인물이 되어야 하는 상황인데 천연덕스럽게 두 인물을 자유자재로 오간다.
공효진은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에선 거의 실패를 한 적이 없다. 2010년 셰프 열풍을 일으켰던 '파스타', 2013년 소지섭과의 섬뜩한 호흡을 보여줬던 '주군의 태양', 그리고 2019년 최고의 히트작인 '동백꽃 필 무렵' 등 신드롬에 가까운 반응을 얻었다. 로맨스에 코미디는 물론 공포나 스릴러까지 얹어 장르를 초월하는 역량을 보여줬다.
스크린에서는 더욱 다양한 장르와 인물에 도전했다. 영화 '미쓰 홍당무'(2008)에서는 안면홍조증에 걸린 양미숙, '러브 픽션'(2012)에서는 비밀스러운 신체 조건을 가진 미스터리한 희진, '도어락'(2018)에서는 의문의 살인 사건을 겪고 나서 직접 실체를 쫓는 평범한 직장인을 연기했다. 스릴러, 코미디, 멜로로 각각 다른 장르 안에서 결코 평범하지 않은 여성 캐릭터를 소화했고, 사랑받았다.
'별들에게 물어봐'의 뼈아픈 경험이 공효진에게 약이 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앞서도 밝혔듯이 공효진의 자연스러운 생활 연기는 살벌한 킬러의 세계와 만나 기존의 누아르와는 다른 색깔을 만들어냈다. 사람 냄새 나는 인물 표현으로 판타지처럼 하늘 위에 떠 있는 유보나를 땅 위에 단단히 서게 했다. 공효진은 "워킹맘으로 살아가는 유보나의 평범한 일상이 킬러 드라마의 중심을 이루는 게 매력적이었다"며 "가정을 위해 하루를 꽉 채워 사는 유보나와 냉철한 킬러의 이중적 간극을 자연스럽게 오가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공효진은 '최고의 사랑' 이후 15년 만에 MBC 드라마에 출연했다. 오랜 시간의 인연이 서로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 같은 느낌이다. 오는 8월 26일 영화 '경주기행'의 개봉도 앞두고 있어 올여름엔 TV와 스크린을 오가며 활약할 것으로 보인다.
이설(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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