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8병이 자랑? '무법지대' 연예인 유튜브 술방 괜찮나 [질문의 기술]
이런 풍경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이른바 '술방(술+방송)'이다. 술을 매개로 출연자의 긴장을 풀고 방송에서는 보기 어려운 속내를 끌어내는 콘텐츠다. 딱딱한 인터뷰보다 편안하고, 정제된 예능보다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이 흥행 공식으로 자리 잡았다. '취중진담'이 콘텐츠 경쟁력이 된 셈이다.
최근에는 단순히 술을 좋아하는 출연자들이 이야기하는 콘텐츠를 넘어, 신작을 앞둔 배우와 가수들이 반드시 거쳐 가는 홍보 무대로 자리 잡았다. 드라마가 공개되면 배우들이 술잔을 들고 비하인드 스토리를 풀고, 영화가 개봉하면 감독과 배우가 술자리에서 작품을 소개한다. 새 앨범을 낸 가수 역시 술잔을 앞에 두고 팬들과 먼저 만난다. 방송국 토크쇼가 맡던 홍보 기능 일부를 유튜브 술방이 대신하기 시작한 거다.
그저 주관적인 평가가 아니다. 통계도 이를 뒷받침한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에 따르면 유튜브에서 음주 관련 키워드를 검색했을 때 조회수 상위 100위권 콘텐츠 중 유명 연예인이 등장한 비율은 2021년 10.0%에서 2024년 42.0%로 뛰었다. 불과 3년 만에 네 배 넘게 증가했다. 술방의 중심이 일반 크리에이터에서 대중적 영향력이 큰 연예인으로 빠르게 옮겨갔다는 의미다.
■ 청소년에게 활짝 열린 술판 = 문제는 이런 콘텐츠가 청소년에게도 고스란히 노출된다는 점이다. 물론 아이들이 술방을 보기 위해 유튜브에 접속하는 건 아니다. 좋아하는 배우와 가수, 예능인을 보기 위해 영상을 클릭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음주를 친숙한 문화로 받아들이고, 연예인의 음주를 자연스러운 일상으로 인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특히 화면 속 술이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관계를 넓히고 분위기를 띄우는 장치로 소비되는 건 큰 문제다. 가령 한 유명 배우가 "소주 8병에 위스키 1병까지 마신다"고 자신의 주량을 털어놓는 식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8/03/thescoop1/20260803121234544ikvu.jpg)
권일남 명지대(청소년지도학) 교수 역시 "청소년은 이성적 판단을 담당하는 전두엽이 미성숙해 미디어 자극을 비판적으로 걸러내기 어렵다"며 "선망하는 인물이 술을 마시며 즐거워하는 모습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알코올을 향한 경계심이 약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 규제 수단 없는 술방의 사각지대 = 문제는 이를 관리할 제도적 장치가 미흡하다는 점이다. 현재 음주 관련 유튜브 콘텐츠를 규율하는 기준은 보건복지부 '미디어 음주장면 가이드라인', 국민건강증진법상 '주류광고 규제' 등 두개다. 하지만 어느 쪽도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
먼저, 광고가 아닌 일반 '음주 콘텐츠'에 적용되는 복지부 '미디어 음주장면 가이드라인'은 법적 제재가 없는 권고사항에 불과하다. 음주를 과도하게 부각·미화하는 콘텐츠에는 '19세 미만 시청 제한'과 '음주 경고문구' 삽입 등을 권고하고 있는데, 딱 거기까지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2023~20 25년 송출된 음주 관련 유튜브 콘텐츠 중 조회수 상위 100건(매년 총 300건)을 모니터링한 결과, 총 300건 중 299건에서 위반 장면이 적발됐다. 권고 수준의 가이드라인만으로는 유튜브에서 확산하는 음주 콘텐츠를 관리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거다.
그렇다면 법적 강제력이 있는 '주류광고 규제'는 어떨까. 이 또한 빈틈이 있다. 현행 주류광고 규제는 영상에 '유료 광고 포함' 등 광고라는 점을 명확히 표시한 경우에만 적용된다. 연예인이 고가 위스키를 마시며 제품을 칭찬하거나 특정 술에 호감을 드러내더라도, 광고 여부를 명확히 판단하기 어려우면 현행 규제로는 제재하기 어렵다.
정영일 한국방송통신대(보건환경안전학) 교수는 "현행 주류광고 규제는 광고로 명확히 판단되는 경우에만 적용돼 술방 같은 콘텐츠를 제재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단순히 광고 여부만 따질 것이 아니라, 주류 노출 전반을 관리하는 방향으로 기준을 넓혀야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는 사이, 청소년 음주 실태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청소년이 처음 술을 접하는 평균 연령은 13세까지 낮아졌다(이하 2024년 기준). 초등학교를 갓 졸업할 무렵 이미 '첫잔'을 경험하는 셈이다. 음주 경험이 있는 청소년의 위험음주율도 45.7%에 달했다. 위험음주율은 최근 30일 동안 1회 평균 음주량이 중등도中等度 이상(남자는 소주 5잔 이상·여자는 소주 3잔)인 분율을 뜻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8/03/thescoop1/20260803121235829hlbd.jpg)
전문가들은 유튜브 술방의 영향력이 커진 만큼 현행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는 보완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동시에 처벌 중심 대응에만 머물지 않고, 뉴미디어 환경에 맞는 예방과 교육 체계를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https://v.daum.net/v/202608031212313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