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소속 퇴직 공무원들이 월급에서 공제한 뒤 퇴직 때 받기로 한 위로금을 받지 못해 국민권익위원회가 조사에 나섰다. 퇴직위로금을 제때 못 받은 피해자는 300명이 넘고, 미지급액은 10억원 이상인 것으로 파악됐다.
2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부산시에선 ‘간부 공무원 퇴직위로금’이란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5급 이상 공무원부터 퇴직위로금 가입 대상이 된다. 5급으로 승진하면 퇴직위로금 원천공제 동의서를 제출하라는 안내를 받게 되고, 동의서를 제출하면 매월 4만원씩 월급에서 공제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냈던 원금은 퇴직 직후에 위로금이란 명목으로 되돌려 받게 돼 있다. 일정 금액씩 적립했다 한번에 목돈으로 돌려받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퇴직한 인원 상당수가 이미 낸 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걷은 돈보다 나간 돈이 더 많아, 기금이 바닥났기 때문이다. 실질적으로 기금을 운용하고 있는 부산시는 2017년 전까지 개인이 납부한 금액과 관계없이, 근무 연수에 따라 퇴직위로금을 지급했다고 한다. 즉 낸 돈보다 더 많이 퇴직위로금을 받아 갈 수 있는 구조였던 것이다. 또한 베이비붐 세대의 대규모 퇴직 등으로 지급해야 할 돈이 최근 몇년간 급증하며 적자가 더 심해졌다. 기금 고갈 우려가 커지자 시는 2017년부터 개인별 납부금액(최대 500만원)만큼만 위로금을 지급하도록 제도를 개편했지만, 이후에도 기금 재정은 나아지지 않았고 결국 일부에 대해선 위로금 지급이 지연됐다. 시는 현재 2021년 상반기 퇴직자들을 대상으로 퇴직위로금 지급을 진행하고 있다. 이후 퇴직자들의 경우 언제 받을 수 있을지 가늠할 수 없는 것이다.

A씨가 지난해 2월 퇴직위로금 미지급에 대해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제기한 후, 부산시로부터 받은 답변 중 일부. 사진 A씨
퇴직위로금 납입은 의무가 아닌 선택사항이지만, 일부 직원들은 가입을 거부하기 쉽지 않은 분위기였다고 호소했다. 부산의 한 구청에서 일하며 2020년부터 약 5년간 퇴직위로금을 납부했지만, 2년 전 퇴직 후 240만원의 위로금을 아직 받지 못한 A씨(62)는 “퇴직위로금 제도를 소속 기관 인사과에서 공지하는데, 만약 가입하지 않으면 근무 평가 등에 불이익이 있을 것 같아 다들 당연하게 가입하는 분위기였다”며 “부산시에서 지급을 보장한다고 했었는데, 이제 와서 못 준다니 같은 공무원들에게 사기당한 것 같아 배신감이 든다”고 주장했다.
시는 직원들에게 가입을 안내한 건 맞지만, 퇴직위로금 제도의 공식적인 관리 주체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해당 제도는 수십년 전부터 공무원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전별금 형태의 문화로써 운영돼 왔으며, 시는 업무 편의를 위해 지원을 것이지 해당 제도가 시의 공적 업무는 아니라는 것이다. 부산시에 따르면, 제도의 첫 시행 시작점과 주체는 미상이다. 다만, 관련 기록이 확인되는 가장 오래된 시점은 1998년이라고 한다. 시의 설명대로라면, 공무원들의 월급에서 공제돼 기금이 마련되는 퇴직위로금 제도가 별도의 책임 있는 주체나 근거 없이 최소 28년간 운영돼 온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기금 부족 문제를 해결할 뚜렷한 방안이 없다는 점이다. 밀린 퇴직위로금을 지급하려면 신규 가입자가 늘어 기금이 유입돼야 하지만, 만성 적자와 지급 지연 사실이 알려진 상황에서 신규 가입자를 대거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 과거 본인이 낸 금액보다 더 많은 퇴직금을 받은 퇴직자들에게 이제 와 차액 반환을 요구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반대로 제도가 폐지될 경우에는 기금 유입이 완전히 끊겨 미지급된 퇴직금 지급이 더 어렵게 된다. 시는 올해 하반기 중 가입자 총회를 열어 제도 존폐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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