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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현장] ‘택시! 제발!’ 땡볕에 애처롭게 손 흔드는 어르신…예약 택시만 지나갔다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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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8.03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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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9일 오전 10시30분께 서울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 택시 승차장. 노인들이 대기 줄에 선 채 택시를 기다리고 있다. 이준영 수습기자

지난 29일 오전 10시30분께 서울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 택시 승차장. 노인들이 대기 줄에 선 채 택시를 기다리고 있다. 이준영 수습기자

[헤럴드경제=이영기 기자·이준영 수습기자] “10분째 택시 기다리는데 한 대도 안 오네. 날이 더워서 택시 타려던 건데 기다리는 게 더 힘들어”

지난달 30일 오후 2시10분께 서울 서대문구 지하철 2호선 신촌역 4번 출구 앞. 땡볕 아래 양산을 쓴 채 택시를 기다리던 이모(74) 씨는 한숨을 쉬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서울의 낮 기온은 31도. 그는 더위를 피하기 위해 냉방이 나오는 버스 정류장에 잠시 앉아 있다가도, 택시가 보이면 밖으로 나오기를 반복했다. 이씨가 탈 수 있는 ‘빈차’ 택시는 아니었다. 이씨는 택시를 놓칠세라 아예 밖으로 나오더니 연신 손부채질을 하며 도로를 바라봤다.

 

이씨는 “택시 호출하는 법은 전혀 모른다”며 “요즘은 전부 예약 택시라 노인들은 택시도 못 탄다. 길에서 손 흔들어도 서지 않는다”고 말했다. 10분 넘게 택시를 기다리던 이씨는 결국 먼저 도착한 마을버스에 몸을 실었다.

모두 ‘예약’ 택시…‘빈차’ 찾아 허공에 손짓만

지난달 29~30일 기자가 서초구 서울성모병원과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 인근에서 만난 70세 이상 고령층 42명 가운데 택시 호출 앱을 사용할 줄 안다고 답한 사람은 8명뿐이었다.

카카오택시·우버 등 택시 호출 서비스가 보편화하며 고령층 인구의 택시 이용은 어려운 일이 됐다. 노인이 택시를 타는 방법은 폭염 뙤약볕 아래에서 하염없이 손을 흔드는 것뿐이었다.

예약 차량 탓에 택시를 눈앞에서 보내기 일쑤였다. 지난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 택시 승차장에서 만난 한모(88) 씨는 도착한 택시에 타려다 예약 차량이라는 기사의 말을 듣고 문을 닫았다.

그는 택시들을 가리키며 “다 예약 차량이다”라며 “저번에는 길가에서 30분 동안 택시를 기다린 적도 있다”고 말했다. 두 번째로 도착한 택시를 타려던 한씨는 또다시 예약 차량이라는 것을 확인한 뒤 기사에게 “미안하다”며 머쓱하게 물러났다.

지난 30일 오후 서울의 낮 기온이 31도까지 오른 가운데 신촌역 2호선 출입구 부근 그늘에서 한 노인이 더위를 식히고 있다. 이준영 수습기자

지난 30일 오후 서울의 낮 기온이 31도까지 오른 가운데 신촌역 2호선 출입구 부근 그늘에서 한 노인이 더위를 식히고 있다. 이준영 수습기자

같은 날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의 택시 승강장에서 만난 조은희(71) 씨는 “여기서만 10분째 택시를 기다리고 있다”며 “줄이 짧아 그냥 기다렸더니 오는 차마다 모두 예약 차량이더라. 날씨까지 더워서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10분째 택시를 기다리던 박모(71) 씨는 “승차장에 그늘이 있긴 해도 날이 워낙 더우니 얼굴도 뜨겁고 계속 땀이 난다”면서도 “택시 부르는 방법을 모르니깐 더워도 어쩔 수 없이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맨 앞줄에 서 있던 한 노년 남성은 “다른 날이면 그냥 기다릴 텐데 오늘은 날이 너무 더워서 숨이 턱턱 막힌다”라며 “오는 차마다 예약 택시라서 대기가 길어졌는데 이제 겨우 탄다”고 말했다.

택시기사 박모(70) 씨는 “체감상 카카오택시 호출로 손님을 태우는 경우와 길거리에서 승객을 태우는 경우의 비율이 8대 2 정도”라며 “특히 손님이 몰리는 시간대에는 빈차 표시를 켜고 운행하는 일이 거의 없다. 길에서 택시를 잡는 노인들을 지나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기자가 만난 노인들은 택시 호출 앱을 이용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사용법을 몰라서”라고 입을 모았다. 사용법을 한 번 익히더라도 재이용을 장담하긴 어렵다. 서울성모병원에서 만난 박민희(70) 씨는 “오늘 아침에 딸이 카카오 택시 예약하는 법을 알려줘서 처음 써봤다”면서도 “우리 세대는 이런 걸 금방 까먹으니 다음에도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지난 6일부터 ‘02-120’ 누르면 콜 택시

지난 29일 오전 9시20분께 서울 서초구 성모병원 택시 승차장에서 한 시민이 택시를 기다리고 있다. 이준영 수습기자

지난 29일 오전 9시20분께 서울 서초구 성모병원 택시 승차장에서 한 시민이 택시를 기다리고 있다. 이준영 수습기자

노인들의 택시 이용을 돕기 위해 서울시와 일부 자치구는 고령층 맞춤형 전화 호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서울시의 ‘동행 온다콜’이다. 이용자가 전화로 출발지와 목적지를 말하면 상담원이 택시를 대신 호출해 배차하는 방식이다. 기존에는 1855-0120번이었지만 지난 6일부터 개편돼 서울시 다산콜센터 02-120번을 통해 이용할 수 있다.

서울 은평구에서는 만 65세 이상 주민이 앱 없이 전화로 택시를 부를 수 있는 ‘백세콜’을 운영하고 있다.

전문가는 앱 사용 교육과 전화 호출 서비스를 함께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순돌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고령층은 한두 차례 교육만으로 앱 사용법을 익히기 어렵다”며 “앱 설치와 호출, 카드 등록까지 반복해서 연습할 기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https://v.daum.net/v/202608030647110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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