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서브프라임' 화물차주가 위험하다]
전쟁발 고유가·경기침체 직격탄
할부금융 연체율 4년 전의 2.6배
기간산업 휘청… 실물경기 위기 신호
빚을 내지 않고는 생업을 시작조차 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할부로 산 화물차에 건자재·석유 등 온갖 화물뿐 아니라 온가족의 생계까지 싣고 달려야 하는 사람들. 화물차주다. 금융업계에선 이들을 ‘달리는 서브프라임’(저신용·비우량 대출자)이라 부른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원인인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서 용어를 가져왔다. 화물차주의 취약한 대출 상환 여력을 경고하는 표현이다. 달리는 서브프라임이 이번엔 한국 경제에 위험 신호를 보내고 있다.
화물차주의 할부금융 연체율이 가파르게 증가 추세다. 미국·이란 전쟁으로 고유가까지 더해지면서 위험도가 높아졌다. 2일 국민일보가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총자산 상위 5개 캐피털사의 올해 상용차 할부금융 연체율은 0.72%로 집계됐다. 2022년(0.28%)의 2.6배다. 상용차 할부금융 연체율은 2023년 0.35%, 2024년 0.45%, 2025년 0.54%로 2022년 이후 매년 올랐다. 트럭, 버스 등 상용차 할부금융 이용자 대부분은 화물차주가 차지한다.
연체율 상승 요인에는 미국·이란 전쟁이 있다. 국제 유가 급등에 석유최고가격제를 시행했지만 기름값을 틀어막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경유값이 오르면서 화물차주의 비용도 급등했다. 경유는 화물차 운송 원가의 30~40%를 차지한다. 전쟁 이후 이 비중은 더 올라갔다. 건설 불황도 악화했다. 건설투자는 5년 연속 줄었고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9.9% 급락했다. 착공 현장이 곧 일감인 화물차주들에게 직격탄이 됐다.
지난 4월엔 전국 경유가격이 ℓ당 2000원을 넘어갔다. 40대 화물차주 강모씨는 “기름 400ℓ를 넣는다고 치면 ℓ당 500원만 올라도 20만원이 더 나가는 것 아니냐”며 “수십년을 운전만 했지만, 지금처럼 힘들었을 때는 없었다”고 말했다. 글로벌경제의 파고가 평생 화물차만 몰던 40·50대 가장의 어깨를 짓누른다.
기름값이 무섭다고 차를 세워둘 수는 없다. 주차장에만 있어도 할부금이 빠져나간다. 비용을 줄이려고 노동력을 투입하는 역설에 빠진다. 강씨는 “유가보조금을 받고 나서야 3인 가구가 겨우 먹고살 수 있는 정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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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운송은 실물 경기를 떠받드는 기간산업이다. 화물운송의 위기는 제조·건설·유통업 등 산업 전반에 영향을 준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상용차 할부금융의 연체율 상승은 아래서부터 오는 경고음”이라며 “화물차주의 위험은 캐피털사를 넘어 산업 전반의 경기 악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위기 신호를 눈여겨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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