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범죄 증거 놓치면 그걸로 끝… 피해자는 변호사비 ‘눈덩이’
검찰청 검사는 경찰이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사건에서 새로운 증거나 혐의를 발견하면 직접 보완수사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공소청 검사는 보완수사권이 없다. 대신 경찰에 보완수사를 해달라고 요구할 수만 있다. 경찰의 보완수사가 미흡하면 검사는 다시 보완수사를 요구하거나, 상급 경찰서 또는 중대범죄수사청에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다. 검사가 직접 보완수사로 단기간에 끝낼 수 있는 사건도 수사 기관을 오가는 일명 ‘사건 핑퐁’으로 피해자가 원하는 실체 규명이 오래 걸릴 수 있다. 경찰이 혐의가 없다며 검찰로 보내지 않는 사건(불송치 사건)에 대해 검사가 재수사를 요구해도 마찬가지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검사가 송치 사건을 직접 보완수사한 비율은 지난 4월 기준 44.28%다. 검사가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한 사건 비율은 작년 기준 10.7%였다.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가 불가능해지면 경찰의 수사 업무는 더 늘어나게 되고, 가해자 처벌과 손해 배상도 지연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한 검찰 간부는 “사건 처리가 지연될수록 CCTV나 통신 자료 등 증거 확보가 어려워진다”고 했다.
◇늘어나는 변호사 비용 부담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가 불가능해지면서 범죄 피해자들의 변호사 의존과 비용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고소장 작성, 수사관 면담, 이의 신청 등 경찰 수사 단계별로 피해자가 변호사 조력을 받아야 할 일들이 있는데, 검사의 보완수사 요구가 있으면 이런 절차가 반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변호사 업계에선 검사 출신 대신 경찰 출신 전관(前官) 변호사 몸값이 오르고 있다.
최근 금융 범죄 피해자의 고소 사건을 맡은 변호사가 담당 경찰에게서 적용 법리 등을 담은 ‘송치 의견서’를 작성해 달라는 요구를 받았다는 사례도 있다. 고소·고발인을 대리하면서 경찰이 압수수색에 나서면 추가 보수를 받는 변호사도 있다고 한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범죄 피해자가 각종 증거를 갖고 와야 경찰이 수사에 나서는 상황에서 돈 없는 사람은 피해 구제를 받기 힘들 수 있다”고 했다.
◇경찰 부실수사도 교정하기 어려워져
경찰은 지난 5월 전남광주에서 여고생을 살해한 장윤기를 애초 단순 살인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하지만 검사의 보완수사로 성폭행을 하려다 살해한 정황과 경찰의 증거인멸 혐의가 추가로 드러났다. 그러나 앞으로는 검사가 경찰의 부실수사를 확인하기가 어려워진다. 개정 형사소송법상 검사는 경찰이 송치한 사건 관계자의 의견을 듣고 자료를 받는 ‘사실관계 확인’만 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검사가 확보한 자료는 재판에 증거로 쓸 수 없다.
또 종전에는 경찰이 불송치한 사건에 대해 고소인이 이의 신청을 하면 사건이 검찰로 송치됐다. 검사가 피해자를 직접 조사하고 증거를 더 확보해 경찰 수사를 바로잡을 수 있었다. 앞으로는 고소인이 이의 신청을 해도 검사가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을 뿐이다. 한국성폭력상담소 등 5개 여성단체는 이날 “부실수사 등 수사 절차상 하자를 피해자가 다퉈야 하는 방식으로 부담을 떠넘겼다”며 “피해자 권리 보장을 위한 제도는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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