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청 폐지 후 검사가 보완수사권을 갖게 할지 폐지할지는 최근까지도 정해지지 않았다. 국무총리실 산하 검찰개혁추진단이 이 문제를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않고 형사소송법 정부안도 마련하지 않았다.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는 지난달 활동을 종료하면서 검사 보완수사권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8월 17일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형사소송법 개정이 주요 이슈로 떠오르면서 검사 보완수사권 폐지 흐름이 굳혀졌다. 당대표 후보인 김민석 전 국무총리는 재임 중이었던 지난달 25일 “보완수사권 폐지를 정부의 기본 입장으로 최종 정리했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발의한 것은 이달 9일이었고, 본회의에는 전날 상정됐다.
법안이 한 달 만에 급하게 마련돼 통과되면서, 법안 자체에 경찰과 검사가 제대로 기능할 수 없도록 하는 헛점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사가 사건 관계인 의견 들을 수 있지만, 재판서 증거로 못 써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따르면, 경찰이 사건을 송치한 뒤 검사가 기록을 확인했을 때 증거가 부족해도 직접 압수수색을 실시하거나 추가 증거를 수집할 수 없다. 경찰에 보완수사하라고 요구할 수 있고, 그래도 수사 결과가 부실하면 다른 수사기관을 지정해야 한다.
개정안은 검사가 사건 관계인의 의견을 듣고 자료를 받는 ‘사실관계 확인’을 허용했다. 그러나 확보한 진술과 자료는 재판에서 증거로 쓸 수 없다. 법원행정처는 이 절차와 임의수사·임의제출물 압수의 경계가 불명확하다고 지적했다. 강도를 낮추면 증거 확보 수단이 되기 어렵고, 기소와 공소 유지에 활용하면 사실상 수사와 경계가 흐려진다.
“부실 이행과 재요구 반복”… 기록 밖 증거는 알 수도 없어
개정안에 따르면 경찰은 검사로부터 보완수사 요구를 받으면 원칙적으로 1개월 안에 마쳐야 한다. 민주당은 검사 보완수사권 폐지에 따른 부실·지연 수사를 막기 위한 장치로 이 제도를 넣었다. 그러나 오히려 수사가 더 부실화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양홍석 법무법인 이공 변호사는 “현재 (경찰이 보완수사 처리 기한인) 3개월도 지키지 못하는 사건이 많은데, 이를 1개월로 줄이면 부실 이행을 제도가 조장하는 꼴”이라며 “부실 이행과 재보완수사 요구, 재차 부실 이행과 재요구가 반복되는 구조를 제도화한 것”이라고 했다.
검사로 7년간 근무한 박재평 충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전 확인 또는 반복 요구만으로 사건 핑퐁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며 “직접 보완수사가 없는 상황에서는 수사 장기화가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장애인권법센터의 김예원 변호사는 “이번 개정안은 ‘직접 바로잡는 권한’을 없애고 ‘다른 기관에 다시 요구하는 절차’를 여러 단계 만든 것”이라며 “하지만 요구와 협의, 이송은 증거를 확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형사사건은 시간이 생명인데 절차는 늘어나고 실제 수사는 늦어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했다.
보완수사 요구는 검사가 경찰이 송치한 기록을 읽다가 부족한 부분을 발견해야 할 수 있다. 국회 법사위 수석전문위원은 검사가 수사기관이 넘긴 기록과 증거물에 의존하면 증거가 누락됐거나 기록에 기재되지 않은 사실 자체를 파악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기록 밖 수사 누락은 무엇을 보완하라고 요구할지도 특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전국 형사법 교수 62명도 전날 성명에서 “보완수사 요구권만으로는 경찰 수사를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없다”고 했다.
학대 정황 있어도 경찰이 단순 폭행으로 판단하면 전건송치 안 돼
민주당은 아동학대·가정폭력·성범죄·아동 성범죄·스토킹·장애인학대·노인학대 등 7대 범죄 사건은 공소청에 전건송치하고, 중대범죄수사청 전담부서가 보완수사를 맡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그러나 경찰이 장애인이나 아동, 노인이 학대를 당한 정황이 있더라도 이를 단순 폭행·사기·횡령으로 판단하면 전건송치 대상에서 빠진다. 사건이 암장(暗葬)될 우려가 있는 것이다. 장윤기 사건도 경찰은 검찰에 사건을 처음 송치했을 때 적용한 혐의는 일반 살인죄였지만, 검찰 보완수사로 ‘강간 등 살인’ 혐의로 변경됐다.
장애인·아동·노인 피해자 보호가 약화된다는 지적도 있다. 이들은 피해 사실을 설명하거나 불송치 이유를 이해해 이의를 제기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기관을 바꾸고 재수사를 요구하는 사이 폐쇄회로(CC)TV가 지워지고 참고인의 기억이 흐려질 수도 있다.
경제범죄·의료범죄·산업재해 등 열거되지 않은 사건도 같은 보호를 받기 어렵다. 경제범죄 피해자도 증거를 직접 모을 경제력이 없으면 초기 수사 단계에서 사건이 막힐 수 있다.
노동·식품·금융·건축 분야 특별사법경찰관에 대한 검사의 수사지휘도 협력·지도·조언 관계로 바뀐다. 박 교수는 전문 수사체계가 부족한 지방자치단체와 행정기관에서 수사 공백이 커질 수 있다고 했다. 양 변호사는 “특사경은 적극적으로 수사하는 것보다 수사를 하지 않는 것을 걱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장청구권도 형해화”… 위헌 논란 불가피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위헌이라는 견해도 있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수사권이 없는 검사에게 영장청구권만 남기면 영장청구권의 실질적 의미가 완전히 형해화된다”고 말했다. 헌법 제12조와 제16조가 영장을 검사의 신청으로 법관이 발부하도록 한 것은 검사의 수사권을 전제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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