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호프’ 음문석 “외계인보다 외계인 같다는 봉감독님, 구강 연기 칭찬…몸둘 바를 모르겠다”

배우 음문석이 영화 ‘호프’에서 또 한 번 완벽하게 얼굴을 갈아 끼웠다. 기나긴 무명 생활을 청산하게 한 ‘열혈사제’ 장룡, ‘범죄도시2’의 빌런 장기철, ‘모범택시3’의 사이코패스 천광진에 이어 이번엔 속을 알 수 없는 기묘한 인물 양배 역을 맡아 관객을 압도했다. GV를 진행한 봉준호 감독으로부터 “얼굴 자체가 외계인보다 더 외계인 같다. 구강과 하관 움직임이 기묘하고 놀라웠다”는 극찬을 이끌어낸 그는 나홍진 감독과 치열한 합을 맞추며 또 하나의 인생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29일 오후 서울 모처에서 배우 음문석을 만나 영화 ‘호프’와 연기 인생에 대한 깊은 이야기를 나눴다.
Q. 오디션을 통해 합류했다고 들었다. 나홍진 감독과의 첫 만남은 어땠나.
A: 나홍진 감독님께서 ‘양배는 나쁘지도 착하지도 이상하지도 않은 친구인데, 악의 악이다. 전 세계의 정말 나쁜 사람들도 양배에 비하면 하수다. 그들은 잡혔지만 양배는 잡히지 않는다’고 설명해주셨다. 그 얘기를 듣고 패닉이 왔다. ‘되게 힘든 캐릭터다’라는 생각 들었다. 오디션 후 ‘같이 하자’는 연락을 받고 방방 뛰어다닐 정도로 너무 행복했다.
Q. 양배 특유의 기묘한 표정과 구강 움직임이 화제다. 어떻게 만들어진 설정인가.
A. 촬영 한 달 전 부터 인공 치아를 받아서 계속 끼고 연습했다. 제 치아 위에 치아가 하나가 더 올라가니 발음이 많이 새서 입술과 얼굴 근육을 더 많이 써야 했다. 또 인공 치아라 침이 없으니 입술이 자꾸 잇몸에 붙더라. 가짜인 게 티 날까 봐 침을 계속 바르려고 입을 뻐끔거렸는데, 감독님이 그걸 캐치하시고 ‘잇몸 전체를 한번 크게 해봐라’ 하셨다. 그렇게 그로테스크한 디테일이 완성됐다. VIP 시사회 때 처음 영화를 봤는데 제가 봐도 괴기스럽더라.
Q. 기괴하면서도 속을 알 수 없는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해 참고한 레퍼런스가 있다면.
A. 눈에 보이는 것에서 힌트를 얻으려 노력했다. 어느날 조카가 뾰족한 쪽가위를 입에 물려는 걸 봤다. 누나가 위험하다고 뺏어가도 그냥 해맑게 웃고 있더라. 본능적으로 움직일 뿐, 자신의 행위에 대한 어떤 죄책감이나 생각이 없는 거다. 그 모습이 캐릭터에 묻히니까 오히려 무섭게 다가오더라. 그래서 양배를 ‘아이’로 설정했다. 극 중 마네킹과 잡동사니가 가득한 집도 양배에겐 그저 놀이고 장난감인 거다. 심플하게 ‘자랑’하는 그 아이 같은 모습이 보시는 분들에겐 더 큰 서스펜스로 작용했던 것 같다.
Q. 봉준호의 연기 극찬이 있었는데?
A. 그 칭찬 장면을 몇 십번 돌려봤는지 모른다. 봉 감독님의 입에서 제 이름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곧바로 친누나에게 전화해 ‘누나, 감독님이 내 이름을 불러주셨어!’라고 자랑했다. 너무 행복했다. 사실 과대평가가 된 것 같아 지금 이 상황이 오히려 불안하다. 저는 그렇게 연기를 잘하지 못한다. 칭찬을 해주시니 몸둘 바를 모르겠다.
Q. ‘열혈사제’ 장룡, ‘육사오’ 강대위 등 웃음이 넘치는 연기도 인상적이었다. 실제 성격은 어떤가.
A. 가수로 데뷔해 백 댄서, 생방송 리포터, 예능, 배우까지…개그맨 빼곤 다 해본거 같다(웃음) 어릴 때 상경해서 ‘내가 밝지 않으면 사람들이 나를 찾지 않겠구나’ 하는 강박이 컸다. 힘들 때마다 ‘여기서 포기할 거야? 사람들이 널 불편해하고 멀리하게 하면 안 돼’라고 스스로 마인드셋을 했다. 어찌보면 ‘사회적 밝음’이다. 의외로 난 멜로 드라마를 좋아하고, 최근엔 혼자 있을 때 피아노 연주곡을 듣는 것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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