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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유치원 째고, 휴가 내고, 덴마크서도 날아왔다... 상인들도 놀란 '말랑이 성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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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7.28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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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news.naver.com/article/047/0002523881?ntype=RANKING

 

  동묘 완구거리에서 '말랑이'를 고르고 있는 사람들과 현장의 고릴라 조형물.
ⓒ 소중한

 

기자 : 엄마가 몇 개까지 사도 된다고 했어요?
정시은(11) : 음... (엄마를 잠시 바라보다가 웃으며) 10개요!
기자 : 어머님, 맞나요?
어머니 김진아씨 : 5개입니다 하하.
기자 : 다섯, 다섯 개... 하하.
정시은 : 헤헤헤.


작고 말랑말랑한 장난감 하나가 오래된 시장의 풍경을 바꾸고 있다.
 

오늘 유치원 빠지고 왔어요. 선생님은 몰라요. - 김아린(7)
아이가 맨날 오고 싶다고 해서 휴가 썼어요. - 김진아(학부모)
I don't know what it's called in Korean, but I came here to buy squishies. (한국어로 뭐라고 하는지 잘 모르겠는데... 아무튼 이 장난감 사러 왔어요.) - 카이셰(덴마크 어린이 관광객)


(중략)  유치원생부터 고등학생, 2030 대학생·직장인, 학부모, 외국인 관광객까지 이 거리를 찾은 이들의 손에는 하나같이 '말랑이'가 들려 있었다.

구제시장으로 유명한 동묘는 최근 소셜미디어에서 '말랑이 성지'로 떠오르며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코로나19와 문구·완구 시장의 침체 속에서 30~40년간 이곳을 지킨 상인들조차 "이런 광경은 처음"이라고 입을 모았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5일과 9~11일 동묘 완구거리를 찾아 말랑이 열풍이 바꿔놓은 동묘의 모습과 그 배경, 그리고 이 열풍이 지닌 의미를 취재했다.

칠순 상인회장이 "야호" 외치는 이곳
 

  동묘 완구거리에서 '말랑이'를 고르고 있는 사람들. 2026. 07. 11.
ⓒ 김지현

 

  동묘 완구거리의 한 상점에 붙어 있는 안내문. 2026. 07. 10.
ⓒ 소중한


지난 10일 찾은 현장의 분위기는 방문 전 품었던 '평일 오전에도 사람이 있을까'라는 질문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이른 아침부터 이곳을 찾은 이들은 가판대 위에 놓인 말랑이를 하나씩 눌러보고, 직접 귀에 대고 말캉거리는 소리를 확인하며 말랑이를 고르는 데 열중이었다.

서로 말랑이를 골라주던 고등학생 양승주·유은성씨는 연신 "촉감이 밤티(온라인상에서 '별로다'를 뜻하는 신조어)"라고 장난을 쳤다. 이들은 "SNS에서 말랑이 리뷰 콘텐츠 계정을 구독할 만큼 좋아한다"며 "밤티 같지 않은 장난감을 찾는 것이 오늘의 목표"라고 말했다.

애인과 함께 말랑이 촉감을 비교하던 직장인 박소라(30)씨는 "동묘가 '말랑이 성지'로 유명해서 오게 됐다"며 "장난감을 만지다 보면 스트레스가 풀린다. 소소한 힐링 방법"이라고 전했다. 함께 온 직장인 백준희(30)씨는 "여자친구를 통해 말랑이를 알게 됐다"며 "처음에는 왜 이렇게 인기가 많은지 몰랐는데, 직접 와서 만져보니 사람들이 왜 말랑이를 사는지 알 것 같다"고 말했다.

동묘 완구거리에는 말랑이뿐만 아니라 슬랑이, 왁뿌볼 등 다양한 촉감 장난감이 빼곡히 놓여 있었다. 기자가 각자의 차이를 묻자 아이들은 들뜬 목소리로 하나하나 설명을 이어갔다.
 

"말랑이는 솜사탕처럼 푹신한 느낌이고, 슬랑이는 말캉말캉한 슬라임에 가까워요. 왁뿌볼은 왁수 코팅을 부수는 재미가 있고요." - 경남 창원에서 온 김시은(12)·시진(11) 남매


빗줄기도 못 말린 장사진
 

  동묘 완구거리에서 '말랑이'를 고르고 있는 사람들. 2026. 07. 10.
ⓒ 소중한

 

  동묘 완구거리에서 '말랑이'를 고르고 있는 외국인들. 2026. 07. 10.
ⓒ 소중한


이날 갑작스레 쏟아진 소나기에도 사람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았다. 빗물이 떨어지는 점포들 천막 안팎으로 연신 샘플 말랑이를 만져보는 이들이 늘어서 있었고 계산대 앞도 장사진이었다. 줄선 이들 사이에선 외국어가 심심치 않게 들렸고 인근 키오스크에서 환전을 마친 외국인들은 줄지어 가게로 향했다.

덴마크에서 온 어린이 관광객 카이셰는 "한국에서 뭐라고 부르는지 모르지만 이 장난감(squishies)을 사러 왔다"며 땅콩 모양 말랑이를 손으로 꾹꾹 눌렀다. 이러한 외국인 관광객들이 익숙한 듯 상인들은 "웨어 아유 프롬(where are you from)?"이라고 먼저 말을 건네며 자연스럽게 대화의 물꼬를 텄다.

46년째 동묘 완구거리를 지켜온 송동호 동대문 문구완구 도매시장 상인회장(70)은 "장사하면서 이런 풍경은 처음 본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 이후 경기가 좋지 않아 많은 가게가 문을 닫을까 고민했다"며 "지금은 발 디딜 틈도 없이 손님이 온다"고 덧붙였다. 그의 매장엔 "밤티", "야호~" 등 최근 유행어가 담긴 손글씨 포스터가 다닥다닥 붙어 있기도 했다.

아이와 함께 찾은 학부모들은 오랜만에 옛 문방구의 추억을 떠올렸다. 정인경씨는 "예전에는 학교 앞 문방구에 가는 것이 삶의 낙이었는데 요즘은 그런 공간이 많이 사라졌다"며 "이곳에서 아이들과 다양한 장난감을 체험할 수 있어 기쁘다"고 전했다. 김진아씨도 "대부분 장난감을 인터넷으로 주문하는 시대지만, 아이가 직접 보고 만져볼 수 있도록 이곳을 찾았다"고 말했다.

유찬종 종로구청장은 이날 예고 없이 동묘 완구거리를 찾아 현장을 둘러보기도 했다. 한 점포를 찾아 연신 말랑이를 주무르던 유 청장은 "이게 잘나간다고 해서 구경 좀 해보려고"라며 웃음을 내보였다. 그는 <오마이뉴스>와 만나 "근처를 둘러보다 (동묘 완구거리에) 하도 사람이 많이 온다고 해 들렀다. 직접 상인들의 의견을 듣고 현장에 불편한 점이 없는지 들어볼 것"이라며 "(이번 기회에) 중앙정부와도 협력해 완구거리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현장의 고민, 안전 대책부터 지속 가능성까지
 

  유찬종 종로구청장(왼쪽)과 송동호 동대문 문구완구 도매시장 상인회장이 지난 10일 송 상인회장의 점포에서 '말랑이'를 들고 "야호"를 외치고 있다.
ⓒ 이진민

 

  동묘 완구거리 상인회(동대문 문구완구 도매시장 상인회)와 혜와경찰서, 동묘파출소가 지난 9일 간담회를 열고 안전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 최주혜


갑자기 늘어난 인파에 상인들은 물론, 경찰도 안전 관리를 위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상인들은 지난 9일 혜화경찰서, 동묘파출소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열어 혼잡 골목 관리와 방문객 안전대책을 점검했다. 상인 김지만(72)씨는 "도로에 황색 안전선을 새로 표시하고 통행로를 확보하기 위해 물건을 적절히 진열하는 등 여러 조치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동묘의 변화를 특이 사례로 평가했다. 대형 브랜드 입점이나 팝업스토어, 유명 카페를 중심으로 상권이 들썩이는 일반적 흐름과 달리 이곳은 저렴한 장난감을 중심으로 오로지 소셜미디어를 통한 입소문으로만 사람이 몰리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지상현 경희대 지리학과 교수는 <오마이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다른 상권은 건물을 리모델링하거나 공간 자체를 바꿔 경쟁력을 확보하는 경우가 많지만, 동묘는 물건 하나가 상권의 변화를 이끌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 사례"라고 분석했다.

이어 "동묘에 가서 장난감을 직접 경험하는 것 자체가 젊은 세대에게 하나의 이벤트로 자리잡았다"며 "그동안 여러 아이템이 유행했지만, 말랑이처럼 상권 전체를 움직인 사례는 흔치 않다. 앞으로 이 거리만의 우연성과 다양성을 살리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덧붙였다.

상인들은 '말랑이 이후의 동묘'를 준비하고 있다. 송동호 상인회장은 "말랑이 유행이 끝나면 손님들은 또 다른 아이템을 찾아 움직일 것"이라며 "그때도 여전히 동묘를 찾을 수 있도록 새로운 상품을 발굴하고 손님들과 소통하는 방법도 고민하겠다"고 설명했다.
 

  동묘 완구거리의 한 상점에서 '말랑이' 등을 계산 중인 모습. 2026. 07. 10.
ⓒ 소중한

 

  동묘 완구거리의 조형물. 2026. 07. 10.
ⓒ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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