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선 칼럼] 노소영 재산분할 9440억원… 33.3%는 충분한가
SK 주식도 공동재산으로 인정…여성 재산권 넓힌 판결
9월 스마일게이트 1심 주목…공동창업·양육 기여가 쟁점
최태원·노소영 이혼소송 파기환송심에서 서울고법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재산분할금 9440억원을 현금으로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산분할은 위자료와 다르다. 위자료가 혼인 파탄의 책임에 대한 배상이라면, 재산분할은 혼인 중 함께 만든 재산의 소유권과 기여분을 정산하는 제도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9440억원이라는 천문학적 액수보다 공동재산의 33.3%라는 비율이다.
가사·돌봄도 SK 주식의 가치를 만들었다
법원은 재산분할 대상의 범위를 넓혔다. 여성의 가사노동과 육아·돌봄, 기업가 배우자로서의 대외활동도 주식 가치의 형성·유지·증가에 기여할 수 있다고 인정함으로써 여성의 경제권을 확장했다.
특히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을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한 것은 큰 진전이다. 남편이 경영을 맡고 아내가 급여나 공식 직함을 갖지 않았더라도, 혼인 중 취득·증식된 남편 명의 주식에 대한 배우자의 몫을 따져야 한다고 봤다.
이는 기업이 성공한 뒤 기업가의 아내가 경제적 약자가 돼 밀려나는 '축출이혼'을 방어하는 데에도 힘이 될 수 있다. '축출이혼'은 혼인 밖의 새로운 관계를 선택한 유책 배우자가 오랜 배우자를 가정에서뿐 아니라 재산 형성의 역사에서도 밀어내는 일이다. 1심의 665억원이 파기환송심에서 9440억원으로 늘어난 것도 1심에서 제외됐던 SK 주식이 분할 대상에 포함된 결과다.
그 결과 전업주부·공동창업자·기업가 배우자는 가사와 돌봄, 육아로 인한 경력 중단도 공동재산과 주식 가치 형성에 대한 자신의 몫으로 평가받을 근거를 갖게 됐다. 명의나 소득이 없는 보통 여성에게도 실제로 해온 역할을 보라는 이러한 접근은 협상과 소송의 출발점을 바꿀 수 있다.
오는 9월 9일 1심 선고를 앞둔 스마일게이트 권혁빈 CVO(최고비전제시책임자) 부부의 소송에서도 8조원대 재산을 놓고 배우자 이씨 측은 공동창업·경영 참여와 양육을 근거로 50% 분할을 요구하고, 권 CVO 측은 이를 부인한다. SK 주식을 분할 대상으로 본 법원의 논리는 기업가 배우자의 몫을 정하는 중요한 판단자료가 될 수 있다.
한 여성의 권리가 판결문에 기록되면 다음 여성의 재판에서 새로운 출발점이 된다. 노소영 재판이 여성운동의 관점에서도 중요한 이유다.
여성신문은 1심 직후부터 이 사건을 여성의 재산권 문제로 다루며 '이혼 재산분할 리포트'를 연재하고 한국가족법학회와 심포지엄을 열었다. 이 재판이 노소영 개인을 넘어 수많은 여성의 삶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노 관장 역시 긴 법정 다툼을 포기하지 않고 여성의 재산권을 확장하는 판결을 끌어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역할을 했다.
33.3%의 판결, 50%의 과제
그러나 33.3%라는 비율은 여전히 과제로 남았다. 가사·양육과 SK그룹 대외활동에서 맡아온 역할을 인정받고도 노 관장의 몫은 공동재산의 3분의 1에 그쳤다.
일본은 2024년 민법을 개정해 혼인 중 재산의 취득·유지에 대한 부부의 기여가 명백히 다르지 않으면 동등하게 보도록 했다. 이른바 '2분의 1 원칙'으로, 올해 4월부터 시행됐다. 반면 우리 민법에는 부부의 기여도를 동등하게 보거나 50%를 기본값으로 삼는다는 규정이 없다.
일본의 원칙에 비춰보면 노 관장에게 인정된 33.3%는 결코 당연한 비율이 아니다. 50%에서 벗어나려면 두 사람의 기여 정도가 명백히 달랐다는 이유와 근거가 제시돼야 한다. "33.3%는 충분한가"라는 질문은 그래서 합당하다.
우리 민법도 바뀔 때가 됐다. 혼인 중 함께 취득하거나 유지·증식한 재산에 대한 부부의 몫을 동등하게 보는 것을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 결혼생활의 평등은 재산분할 50%를 기본값으로 삼는 데서 시작된다.
김효선 발행인 hskim@womennews.co.kr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310/0000138662?sid=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