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한류 성공을 벤치마킹해 일본 정부가 추진한 ‘쿨재팬(Cool Japan)’ 정책이 막대한 적자로 존폐 위기에 놓였다. 일본의 애니메이션과 음식, 관광 등 문화 콘텐츠를 세계에 확산시키겠다는 목표로 시작했지만, 투자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일본 내에서도 회의론이 커지고 있다.
24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의 관민펀드인 ‘해외수요개척지원기구’(쿨재팬기구)의 2025년도 누적 손실은 540억엔(약 5100억원)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쿨 재팬 기구에 대한 정부의 출자액은 지난 3월 기준으로 1천406억엔(약 1조3천억원)으로, 기구가 폐지될 경우 이 공적 자금을 회수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투자 대상 기업의 실적 악화와 출자 사업 부진이 이어지면서 일본 정부는 기구 폐지나 다른 펀드와의 통합까지 검토하고 있다.
쿨재팬 정책은 2012년 12월 출범한 제2차 아베 신조 정권의 핵심 성장 전략 중 하나였다. 한국이 드라마와 음악 등 콘텐츠를 기반으로 세계 시장에서 국가 이미지를 높인 것처럼, 일본도 애니메이션·게임·음식·패션·관광 등 일본 문화의 매력을 산업화하겠다는 구상이었다. 아베 전 총리는 취임 후 첫 시정연설에서 “쿨재팬을 세계에 자랑하는 비즈니스로 만들자”고 강조하며 국가 차원의 문화 수출 전략을 추진했다. 쿨 재팬 기구는 일본 콘텐츠 진흥을 최대 목표로 내걸었지만 총 투자액 2,040억 엔(약 1조 8,500억 원) 중 미디어·콘텐츠 분야에 집행된 투자액은 30%에 그쳤습니다.
대표적인 실패 사례는 ‘이세탄 더 재팬 스토어’다. 2016년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에 일본 백화점 이세탄을 출점한 것이다. 펀드에서 9억7000만엔(93억8000만원), 미쓰코시 이세탄 홀딩스 현지 자회사가 10억1000만엔(97억6800만원)을 출자해 문을 열었으나 적자만 확대됐고, 개업한 지 1년 반 만에 펀드는 모든 주식을 팔고 현지에서 철수했다. 닛케이는 "현지 물가와 크게 동떨어진 가격 책정, 상품 구색 등이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매각액은 공개되지 않고 있으나 출자 액수의 절반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일본 경제산업성도 일본 지식재산권(IP)을 이용해 할리우드에 진출할 영화를 만들겠다며 영화기획과 개발 사업에 뛰어들었다. 민관펀드를 조성하고 7편의 영화 개발을 계획했으나 현재 단 한 편조차 나오지 않고 매년 적자 경영을 이어가는 중이다.
일본 언론은 쿨재팬 정책의 배경에 한국의 ‘쿨코리아’ 전략이 있었다고 평가한다. ‘쿨코리아’라는 표현이 한국 내에서 널리 사용되지는 않지만, 일본에서는 1990년대 이후 한국 정부와 민간이 협력해 한류를 육성한 과정을 설명하는 개념으로 사용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쿨코리아 전략을 소개하며 “한국은 영화와 드라마 배우의 인기를 바탕으로 패션과 화장품 시장을 확장하고, 마지막에는 국가 이미지 향상으로 연결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한국에서는 지금 있는 것들로 세계 공략이 어렵다는 겸손함이 있었기 때문에, 해외에서 유능한 지도자를 초청해 인재를 꾸리는 등에 집중했었다”며 “일본은 ‘알려지지 않았을 뿐, 일본은 이미 대단한 것이 있다’는 의식이 있다. 일본을 내세우면 소비자가 모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자만”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닛케이 사설에서는 “영화 사업의 경우 한국은 기본적으로 투자를 민간에 맡기고, 정부는 영화 학교 개설을 통한 인재 육성과 영화 데이터베이스 정비 등을 통해 성공했다”며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606244173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