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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혹시 댁에서 샤워 좀 해도 될까요?” [사람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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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7.26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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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같은 아파트 사는 예술가인데요. 혹시 선생님 댁에서 샤워 좀 해도 될까요?” 낯선 여자가 문을 두들겼다. “이거 완전히 또라이네. 쾅.(1504호)” “안 될 것 같은데요. 죄송합니다.(1703호)” “이렇게 막 하시는 건 좀 아닌 것 같아.(803호)” “말도 안 되는 부탁인 거 아시죠?(403호)” “저는 좀 용기가 없어서··· 죄송합니다.(504호)” “내 물건을 누가 쓰는 것도 싫고 남의 집에서 샤워한다는 게 정상인 건 아니잖아요.(2001호)” “아뇨 집이 너무 더러워서···.(1103호)”


자신이 사는 아파트 단지를 돌아다니며 600번 가까이 초인종을 눌렀다. 그중 인터폰이 켜진 집에서 백 번 거절당했고 아홉 번 샤워에 성공했다. 그 과정을 글과 사진으로 담았다. 사진작가 신수와씨(26)의 사진 프로젝트 〈Be 누(累)〉 이야기다. 2024년 경기문화재단으로부터 경기시각예술 창작 지원을 받아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최근 서울시립 사진미술관 서울사진축제 〈컴백홈〉 전시를 통해 다시 소개됐다.


자가면역질환을 앓으며 죽기 직전까지 아팠다. 하필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였다. 그 와중에 나고 자란 동네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2023년 8월3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서현역에서 무차별 칼부림으로 12명이 다치고 2명이 숨졌다. 그곳은 신씨가 학창 시절 집과 학교를 오가던 등굣길이었다. 사람과 닿는 게 무서웠다.


나는 어디까지 타인을 믿을 수 있을까? 우리는 서로를 어디까지 허용할 수 있을까? 모르는 이를 집에 들이는 위험, 모르는 사람의 집에 가서 옷을 벗고 샤워를 하는 위험. 20년간 살아온 동네에서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이웃과 각자의 위험을 공유하고 신뢰할 수 있는지 알고 싶었다. 타인의 가장 내밀한 공간에 들어가서, 그가 쓰던 비누로 몸을 씻어보기로 했다.


무섭지 않은 건 아니었다. 거절의 두려움과 혹시 모를 위험을 각오하고 문을 두들겼다. 처음 샤워에 성공했던 집은 혼자 사는 30대 남성이었다. 프로젝트를 설명하고 샤워를 해도 되냐고 묻자, “네, 되는데요. 근데 제가 금방 출근해야 해서요. 가능한 한 빨리 하실 수 있으세요?”라는 답을 받았다. 그렇게 낯선 이의 집에서 샤워하고 나왔을 때, 집주인이 현관문 사이에 생수통을 껴서 열어둔 것을 봤다. 거기서 신뢰감을 느꼈다. ‘이 사람이 나를 배려해줬구나, 어쩌면 이 마을에서 이걸 해도 내가 다치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2024년 여름내 진행한 프로젝트는, 단 아홉 번 성공했다. 어르신들이 주로 허락해줄 것으로 생각했던 예상도 깨졌다. 막상 시도해보니 샤워에 성공한 아홉 곳 중 단 두 곳만 노인이 사는 집이었다. 그 덕분에 적적하신 어르신들과 대화는 실컷 했다. 예상과 달랐던 게 또 있다. 무례하고 이상할 수 있는 제안에 불쾌하게 거절한 이웃은 단 한 명뿐이었다. “신기하게도 이웃들이 거절의 이유를 다 본인에게서 찾는 거예요. ‘집이 더러워서’ ‘아이가 있어서’ ‘제가 용기가 없어서 미안하다’라는 말을 들으면 묘했어요. 어찌 보면 한국에서만 혹은 동양 문화권에서만 이런 답을 하지 않을까 하고요.”


하도 많이 시도하다 보니 나중에는 처음 시작할 때의 두려움이 사라졌다. “엄마, 나 샤워 좀 하고 올게”라고 말하고 훌쩍 아파트 단지를 돌고 올 정도가 될 때쯤 프로젝트가 끝났다. 사실은 사람과의 접촉이 무서웠던 거지 사람이 무서웠던 건 아니라고 생각하게 됐다. “타인의 비누로 샤워한다는 생각도, 사람과 닿지 않고서도 그 사람의 몸에서 나는 향기가 내 몸의 향기와 같아지는 ‘비접촉적 포옹’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의 발로였더라고요.”


https://naver.me/5Mvq6B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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