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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내부 검열(?)로 게재 거부되었다는 최배근 칼럼

무명의 더쿠 | 08:02 | 조회 수 2124

이재명 정부 출범 후 문화체육관광부 국민소통실로부터 정책포털(정책브리핑: 정부 공식 정책 홍보사이트)에 고정 칼럼 집필을 부탁받았다. 집필 조건으로 본인의 글을 일체 건드리거나 수정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25년 7월부터 약 한 달에 한 번씩 집필해왔다.

(https://www.korea.kr/news/cultureWrit...)

 

이번 달 칼럼 집필을 월요일 20일까지 요청받았고, 그날 오후에 보냈다. 그런데 어제 화요일 21일에 칼럼 관리 담당자로부터 글을 수정해주는 것이 가능하냐고 문의가 왔고, 당연히 수정을 거부하였다. 담당자로부터 내부 논의를 거쳐 오늘 수요일 22일에 결과를 알려주겠다는 답변을 어제 늦은 오후에 이메일로 받았다. 그리고 방금 전 게재 불가하다는 통보를 받았다.

 

국민주권의 시대에 국민주권 정부에서 검열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실무 담당자의 판단이라 믿고 싶지만, 이런 판단은 이재명 정부나 이재명 대통령에게 결코 도움 되지 않는다.

 

어떤 글이기에 게재를 거부했는지 국민과 독자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아래 글은 검열 당한 관련 글의 내용 중 핵심 부분이다.(제목은 생략) 이 글이 왜 게재하지 못할 내용인지 여러분은 짐작이 가는가?

 

1. 이재명 정부의 국정 목표로 부상한 '대체 불가 대한민국'의 구체적 모습으로 3·4·5 비전(잠재성장률 3%, 무역 4대 강국, 국민소득 5만 달러 달성)이 제시되었다. 그리고 올해와 같은 반도체 호황만 지속한다면 이재명 정부 임기 마지막 해인 2030년까지 3·4·5 비전이 달성되는 것도 어렵지 않을 것이다.

 

2. 그러나 지난 칼럼들에서 반복해 반도체 의존도가 과도하게 높은 데서 발생할 ‘반도체 리스크’(한국형 노키아 리스크)를 경고해 왔듯이 반도체가 만드는 새로운 세상은 밝은 면과 더불어 어두운 면을 내포할 수밖에 없다. 지난 칼럼들에서 지적했듯이, 소득 양극화는 더욱 심해졌고, 여기에 코스피 붐으로 자산 양극화는 새로운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

 

3. 게다가 최근 주식시장의 극심한 변동성으로 인해 개인 투자자들의 손실 증대 역시 ‘반도체 리스크’에서 비롯한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코스피 붐은 (반도체 수출에서 보듯이) 거의 메모리 반도체의 실적이 만들어낸 결과물이었다. 문제는 반도체 실적이 미국이 주도하는 인공지능(AI) 기반 산업생태계 재편의 '반사체'였지 '발광체'가 아니라는 점이다. 천문학적 규모의 지속적인 투자 지출에 기반한 인공지능 하이퍼스케일러 기업들의 사업모델에 대한 경제성 우려가 반도체 수요의 불확실성으로 이어지면서 한국 주식시장이 패닉 상태에 빠진 배경이다.

 

예를 들어, 미국의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고점을 찍었던 6월 22일 이후 7월 17일까지 20.2% 하락하자 코스피 지수는 그보다 큰 25.2%나 하락하였다. 그런데 미국의 S&P500과 나스닥 지수들은 각각 0.2%와 2.5% 하락에 불과했고, 심지어 반도체로 우리보다 먼저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는 대만의 코스피에 해당하는 TWSE조차 1.0% 하락에 그쳤다.

 

4. 반도체 수요에 대한 불확실성이 왜 한국 주식시장에 유독 타격을 입혔을까? 이는 과도한 반도체 의존 리스크를 외면하고, 그 위에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을 도입한 결과였다. 비유하자면 불에다 기름을 부은 결과다. 더 중요한 사실은,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 전문가들의 식민지적 지적 체계 및 의식구조 문제가 다시 한번 문제를 드러냈다는 점이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올해 1월 14일 한겨레 인터뷰에서 원·달러 환율이 1470원대를 넘나들자, 정부가 원화 약세의 주요 요인으로 서학개미를 지목하고 이들의 국내 복귀를 유도하는 차원에서 고배율·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도입을 금융위에 지시했다고 밝혔다.(한겨레, 25년 1월 18일, ‘삼성전자 3배 레버리지 상품’ 도입?…“투기 부추겨” 우려도)

 

과도한 반도체 의존 리스크에서 비롯한 원화 약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라는 ‘몰빵 빚투 상품’이 자본 시장 육성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5월 27일) 출시된 배경이다. 결과는 참혹하였다. 도입 이후 7월 17일까지 코스피 하락률이 5%를 넘은 것이 8회였다. 반면 대만 TWSE는 (코스피가 휴장한) 7월 17일 하루만 5% 넘게 하락하였다. 같은 기간에 삼성전자와 SK 하이닉스가 각각 11회와 10회였으나, 대만의 반도체 상징인 TSMC는 1회에 불과했다. 가뜩이나 과도한 반도체 의존 리스크에 따른 변동성(불)에 기름을 부은 것이다.

 

5. 우리나라의 금융 엘리트들이 이런 실수를 한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 (미국인보다 더 미국적으로 사고하는) 자칭 전문가들의 식민지적 의식구조가 ‘재앙’을 초래한 것이다. 손실을 본 투자자들의 실망‧원망‧분노(?)가 치솟자, “국내 투자자들이 이미 별도의 투자자 보호 장치 없이 미국이나 홍콩 등 해외상장 레버리지 상품에 투자하고 있었기에 국내 투자자에게도 선택권 다양화와 국내·해외 간 비대칭 규제 해소 차원에서 도입했다”는 금융 당국의 설명이 그것이다. 선진 금융시장의 제도를 도입하면 우리 자본 시장도 미국 수준으로 육성이 될 수 있다는 사고의 산물이다. 시장 구조와 환경의 차이를 외면하거나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미국의 주도주인 엔비디아 기업가치는 S&P500에서 7.2%를 차지하고, 이른바 7대 대형주를 일컫는 ‘매그니피센트 7’의 기업가치를 합해도 7월 17일 기준 33.4%에 불과하다. 그런데 삼성전자와 SK 하이닉스 두 기업가치가 코스피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월 16일 기준 53.3%가 넘는다. 2배 레버리지 ETF는 하루 동안 주가가 움직인 폭의 두 배만큼 움직이도록 설계된 상품으로 주가가 오르면 더 사고, 내리면 베팅 규모를 줄이기 위해 팔아야 한다. 문제는 매일 장이 끝날 때 펀드의 베팅 규모를 다시 맞춰야 하는 구조에서 반도체주가 급락하는 날, 시장의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삼성전자와 SK 하이닉스 주식을, 그것도 유동성이 얕아지는 마감 시간대에, 반드시 팔아야 하면 폭락으로 이어지고, 시장 전체 자금의 상호 연관성으로 시장 전체가 붕괴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다른 투자자에게까지 비용을 전가한 배경이다.

 

6. 새로운 (선진?) 금융상품을 도입해 투자자의 선택폭을 넓히는 것이 정책 목표였다면 국내와 해외의 시장 환경과 구조의 차이를 전제로 시장에 미칠 효과와 투자자 보호 방안 등을 면밀하게 검토하고 충분한 준비를 거쳐 출시하는 것이 기본이다. 오히려 반도체 의존이 과도한 한국 경제와 시장의 구조 차이를 고려하여 반도체 관련 물량이 다른 투자자나 시장 전체에 전가할 비용을 줄이는 장치를 마련했어야 한다.

 

반도체 의존이 낮은 미국의 경우 (S&P500이나 나스닥 지수에서 보았듯이) 반도체 수요 불확실성이 관련 주식들의 변동성을 증대시킬 뿐 전체 주식시장은 안정적이다. 반면 우리처럼 반도체 의존이 높은 대만의 경우 개별 상품 레버리지 ETF를 도입하지 않은 배경이다. 최근 김용범 실장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상장 폐지가 불가능하다는 견해를 밝혔지만, 시장의 불신은 해소하기 어렵다.

 

애당초 환율 안정 및 자본 시장 육성 등에 대한 그릇된 접근과 이해 부족(잘못 낀 첫 단추의 실수)을 인정해야만 한다. 우리보다 경제 규모는 작으면서도 반도체 호황 속에서 환율 안정과 (세계 5위 규모의) 자본 시장 육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대만은 반면교사다. 국민은 정책실험의 대상이 아니기에 지금이라도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국민 앞에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고, 모든 것이 망가지기 전에 첫 단추부터 바로 잡아야만 한다.

 

7. 마지막으로 '3·4·5 비전' 달성 목표의 핵심 전략인 3대 메가 프로젝트가 (자기완결성을 결여하는) 기존 산업생태계를 단순히 확대재생산하는 것에서 멈춘다면, 최근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는 코스피 붐이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이 (반도체 생태계의 구축 없이) 단지 반도체 팹의 추가 증설에 머물 경우 현재 AI 기반 산업생태계 재편 과정에서 '반사체'의 한계를 드러낸 한국 반도체의 모습은 바뀔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부조차 올해 취업자 수 증가를 당초 전망(16만개)보다 1만개 축소(15만개)했듯이 3대 메가 프로젝트로 ‘모두의 대한민국’을 만들 수는 없다. 대부분 국민에게 일자리는 소득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반도체 호황을 반영하는 올해 1,2분기에 해당하는 상반기의 일자리 성적표는 너무 실망스럽다. 무엇보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20대와 인생에 있어서 가장 왕성하게 경제 활동을 할 핵심연령층(25~54세)의 일자리 감소 속도가 너무 빠르다.(아래 포스팅 한 6월 고용동향을 참고) 반도체 호황으로 새로운 일자리는 물론이고 핵심 일자리조차 늘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표 1>에서 보듯이 중소기업 상용직 일자리 증가 속도가 가장 빠르게 줄어들고, 임시.일용직 일자리가 그 자리를 빠른 속도로 채우고 있듯이 일자리의 질조차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

 

일자리 질과 양의 악화를 주도하는 것은 중소기업 상용직 일자리이고, 이는 내수 취약성에서 비롯한다. (이전 칼럼들에서 소개했듯이) 한국 경제의 최대 문제인 내수 취약성은 저소득층과 중산층의 가계 소득 침체에서 비롯한다. 2,070만 명이 넘는 사업체에 고용된 임금노동자의 4월 평균 실질임금(2020년 물가 기준) 총액이 337만 7천 원인데, 이는 10년 전인 2016년 4월의 338만 4천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전 칼럼에서 강조했듯이, 사회 소득 강화를 통해 가계 소득 및 가계 소비의 강화 없이 (특히 중소기업 분야의) 일자리 악화는 피할 수 없다. 3·4·5 비전과 일자리 감소는 정부(정치권)와 국민 사이의 거리감을 보여준다. ‘대체 불가 대한민국’이 ‘모두의 대한민국’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부 당국자(강기룡 재정경제부 차관보)는 "반도체 분야는 취업유발계수가 높지 않아 올해 취업자 수를 종전보다 1만명 낮췄다"고 하는데 이는 사회 소득 강화에 대한 정부 책임을 외면하는 변명에 불과하다.

 

<표 1> 문재인/윤석열/이재명 정부의 기업 규모별 연평균 일자리 증감(1~5월 기준)

 

문재인 윤석열 이재명

중소기업 상용직 +23만3684명 +16만6996명 +3만2634명

대기업 상용직 +10만1480명 +11만6347명 +3만9422명

임시.일용직 +4만8284명 +10만7787명 +61만1089명

 

https://www.youtube.com/@TV-ct8uh/pos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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