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여성 직원 수 급증
HD현대중공업 사업장에선 지난달부터 반바지에 샌들 차림으로 출근하는 젊은 남자 사원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작년 여름 창사 53년 만에 처음으로 자율 복장을 허용하는 ‘쿨비즈’를 도입했지만, 실제로 그런 차림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런데 올여름은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진 것이다. 한 팀장급 관계자는 “5년 전만 해도 이런 모습을 상상하지 못했다”며 “변화가 순식간에 일어나고 있다”고 했다. 2022년 888명(7%)에 불과했던 20대 직원이 작년 1990명(10.5%)으로 1100명 넘게 늘면서 생긴 변화다.

현대로템현대로템의 ‘세대공감 프로젝트’에 참여한 임직원들이 팀을 이뤄 ‘컬링 미니 게임’을 하고 있다. 최근 젊은 사원 수가 크게 증가한 현대로템은 매년 40~60대 임직원과 20~30대 직원들을 한데 모아 서로의 인식 차이를 줄이기 위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중후장대 산업’ ‘아저씨 기업’의 대명사로 불리던 K방산·조선이 젊어지고 있다. 수출 호황을 맞은 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공격적으로 늘린 덕분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20대 직원은 2022년 277명(7.5%)에서 작년 1397명(17.1%)으로 3년 새 5배가 됐다. 작년 신규 채용 1332명 가운데 808명(60.6%)이 20대였다. 같은 기간 LIG D&A의 20대 직원도 973명(16.8%)에서 1645명(29.2%)으로 늘어, 이제 직원 10명 중 3명이 20대다. K2 전차를 만드는 현대로템은 20대 직원이 2020년 302명(8.8%)에서 작년 740명(16%)으로 두 배가 됐고, 여성 직원도 94명에서 263명으로 늘었다.
◇세대공감 행사에 ‘신입 돌잔치’까지
현대로템 입사 30년차 A씨는 “요즘은 거의 이직한 기분”이라고 했다. 그는 “20~30대와 여성 비율이 높아지면서 방산 업계에선 보기 어려웠던 유연근무제 같은 제도까지 도입되고 있다”며 “위계질서가 강했던 조직 문화가 유연해진 것이 가장 긍정적인 변화”라고 했다.

젊은 피가 단기간에 대거 수혈되면서, 기업들은 새로운 조직 문화 가꾸기에 나서고 있다. 현대로템의 경우 세대 격차가 화두가 되자 2022년부터 40~60대 임직원과 20~30대 사원 수백 명을 한자리에 모으는 ‘세대공감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두 세대의 가치관 차이를 짚어보는 강연을 듣고, 미니게임을 함께하며 서로를 이해하는 행사다.
HD현대중공업은 MZ 사원이 많은 글로벌R&D센터에서 ‘리그오브레전드(LOL)’ 프로게이머의 게임 공략 강연, ‘두쫀쿠’ 쿠킹 클래스, 러닝 클래스 등을 운영한다. 올해는 분기마다 젊은 사원들에게 인기 있는 가수를 퇴근 시간에 초청해 공연하는 ‘퇴근길 라이브’도 시작했다. 한화오션은 신입 사원 입사 1년을 맞아 ‘돌잔치’ 행사를 열어 조직 결속을 다진다.
◇“사람 못 지키면 배도 전차도 못 만든다”
이런 시도들은 이미지 관리 차원이 아니다. 수년 치 일감을 쌓아둔 방산·조선 업체들로선 젊은 인력의 이탈을 막는 것이 생산 능력을 지키는 일이다. 지방에 주력 사업장을 둔 기업들은 더 절박하다. 수도권에 비해 문화·생활 인프라가 부족해 이직을 고민하는 미혼 사원이 많기 때문이다.
거제에 사업장을 둔 한화오션은 2023년부터 ‘퇴근 후 클래스’를 운영 중이다. 거제 지역 모든 기업·관공서 청년 직원에게 커피 만들기, 인문학 강의 같은 여가 모임을 무료로 열어준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이 클래스가 거제 미혼 남녀의 ‘만남의장’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이곳에서 만난 우리 직원과 지역의 다른 직장인이 결혼해 거제에 정착하는 사례도 나왔다”고 했다. 한화오션의 20대 직원은 대우조선해양 인수 직후인 2022년 605명(7%)에서 작년 1335명(11.9%)으로 두 배가 됐다.
취업 준비생들 사이에서도 방산은 인기 업종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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