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터’ 창립자 요청으로 쓴 1호 작품
37회 응찰... 낙찰자 신원은 미상

호암 이병철(1910~1987) 삼성그룹 창업주의 붓글씨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빈손으로 왔다 빈손으로 간다는 뜻)’가 온라인 경매에서 1억원에 낙찰됐다. 1500만원에 시작해 총 37회 응찰 끝에 새 주인을 찾게 됐다. 경영난으로 무기한 휴간에 들어간 교양지 월간 ‘샘터’가 소장하던 작품이다.
케이옥션은 21일 오후 4시 55분 마감된 7월 온라인 경매에서 고(故) 이병철 회장이 1981년 ‘샘터’ 창립자 김재순(1923~2016) 전 국회의장에게 써준 서예 작품 ‘공수래공수거’가 1억원에 낙찰됐다고 밝혔다. 이 회장이 즐겨 썼던 ‘공수래공수거’ 붓글씨의 1호이자 계기가 된 작품이다. 케이옥션은 “예상을 훨씬 뛰어넘어 뜨거운 관심이 쏟아졌다”며 “마감 10여 분 전부터 치열한 접전이 벌어졌다”고 했다. 낙찰자의 신원은 알려지지 않았다.
경매는 지난 11일 케이옥션 온라인에서 시작됐다. 마감일인 21일 오전 10시까지 2800만원. 오후 4시 30분 6000만원으로 뛰더니 마감 5분 전부터 500만원씩 올랐다. 8000만→8500만→9000만→9500만…. 두 응찰자가 치열한 경합을 벌인 끝에 4시 55분 붉은색 숫자가 찍혔다. 낙찰가 1억원. 11일간 서른일곱 번 응찰 끝에 새 주인이 결정됐다. 케이옥션 관계자는 “온라인 경매는 원래 마감 직전 응찰이 몰린다”며 “먼저 응찰하면 내 패를 보인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마감 1분 전 들어와서 응찰하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호암의 ‘공수래공수거’는 샘터 이사장실 한가운데 걸려 있던 작품이다. 가로 134.5㎝, 세로 32.5㎝. 글씨는 군더더기 없이 단아하면서도 기품이 있다. 글씨에 얽힌 사연도 흥미롭다. 샘터 창간 10주년인 1980년 이병철 회장의 집을 방문한 김재순 의장이 일중 김충현의 글씨 ‘공수래공수거’가 걸려 있는 것을 보고 이 회장에게 글씨를 요청했다는 것이다. 김 의장은 “대한민국에서 이 글씨를 쓸 만한 사람은 회장님밖에 없다. 최고 부자가 ‘공수래공수거’를 말해야 설득력이 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글씨를 요청했고, 호암은 1년 동안 글씨를 연습해 마음에 드는 글씨를 완성하자 글씨와 함께 먹과 벼루를 샘터에 보내왔다고 한다. 김성구 샘터 발행인은 “호암이 ‘공수래공수거’를 즐겨 쓰게 된 계기가 바로 부친의 권유였고, 1호가 된 작품”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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