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궁', 조승우의 고군분투에도 길 잃은 '조선 스릴러' [K리뷰]

'동궁'은 궁궐 내 깊은 곳에서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들과 귀(鬼)의 세계를 엮어낸 다크 판타지 스릴러를 표방한다. 신기한 세계관과 스토리가 주는 초반의 감흥은 분명 존재하지만 극이 진행될수록 헐거운 연출이 발목을 잡는다. 서서히 긴장감을 조여야 할 미스터리 스릴러임에도 불구하고 신과 신 사이의 이음새가 투박하며 의미 없이 소비되는 반복적인 전개 패턴은 점차 지루함을 안긴다.

군 전역 후 첫 복귀작으로 '동궁'을 선택한 남주혁의 활약도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극 중 그는 인간 세계와 귀신의 세계를 넘나드는 중요한 서사를 짊어졌으나 이를 표현하는 인물의 움직임과 동선이 단조롭고 작위적으로 연출돼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한다.
더욱이 노윤서와의 관계성은 극의 몰입을 방해하는 큰 패착 중 하나다. 생사를 넘나드는 절박한 스릴러 전개 속에서 애틋한 로맨스인지 단순한 동료애인지 모를 미묘하고 붕 뜬 감정선이 불쑥 튀어나와 서사의 흐름을 번번이 끊어놓는다.
판타지 스릴러 장르에서 시각적 완성도와 분위기 조성이 필수적임에도 '동궁'의 CG는 대작이라는 타이틀에 걸맞지 않게 완성도가 다소 미흡하다.
여기에 뜬금없이 삽입된 어설픈 개그 코드도 문제다. 차라리 극의 분위기를 끝까지 어둡고 기괴하게 밀어붙여 공포감을 극대화했다면 스릴러로서의 정체성이라도 지켰을 텐데 무거움과 가벼움을 무리하게 오가는 톤 앤 매너의 실패는 시청자들의 집중력을 심각하게 흐려놓는다.

이처럼 삐걱대는 난국 속에서도 단연 빛나는 것은 왕으로 분한 조승우의 압도적인 연기력이다. 흩어지고 늘어지는 극의 흐름 속에서도 조승우가 등장하는 신만큼은 묵직한 긴장감과 무게감이 감돈다. 가히 '명품'이라 부를 만한 조승우의 열연이 있었기에 그나마 끝까지 시청을 이어갈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동궁'은 시리즈 전체를 뚝심 있게 끌고 가는 연출의 힘이 턱없이 부족한 작품이다. 흥미로운 세계관과 정상급 배우들을 모아놓고도 이를 제대로 요리하지 못한 빈약한 서사와 겉도는 연출이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했다. 조승우의 고군분투에도 불구하고 '동궁'은 화려한 포장에 비해 내실이 부족한 안타까운 작품으로 남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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