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와 스릴러 장르가 장악한 주말 TV 드라마 시장에 과감히 도전장을 내민 로맨틱 코미디 한 편이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지난 18일 첫 방송된 tvN 토일드라마 <오싹한 연애>다.
비슷한 요일과 시간대에 SBS <김부장>, JTBC <아파트>, KBS <결혼의 완성> 등이 탄탄한 시청층을 확보한 상황에서 후발 주자가 시작부터 좋은 성적을 거두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시청률 3%(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라는 다소 소박한 성적으로 출발한 <오싹한 연애>는 오컬트와 로맨틱 코미디를 결합한 리메이크 드라마라는 차별화된 무기를 앞세워 경쟁에 뛰어들었다.
베일 벗은 기묘한 첫 만남

<오싹한 연애>는 지난 2011년 손예진·이민기주연의 동명 영화를 TV 드라마로 각색한 작품이다. 이번 TV판에선 귀신을 보는 재벌 상속녀 천여리(박은빈 분)와 귀신을 무서워하는 검사 마강욱(양세종 분)이 숱한 우연 속에서 인연을 쌓아가는 내용을 담았다.
천여리는 부와 미모, 능력을 모두 갖췄지만 은둔 생활에 가까울 만큼 외부 접촉을 피하고 있다. 수년 전 파혼을 겪은 아픈 상처가 있다. 자신의 손이 닿은 사람은 귀신을 보게 된다는 사실을 알기에, 여리는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스스로 고립을 선택했다. 귀신들의 청을 들어줘야 명을 이어갈 수 있다는 무당의 조언에 따라 해결사 역할을 하던 그녀는 한밤중 야산에서 시신을 찾다 마강욱과 처음 마주친다.
그 후로도 여리는 강욱과 우연히 여러 곳에서 만난다. 우연이 반복되자 두 사람은 미묘한 관계에 놓인다. 우여곡절 끝에 힘을 합쳐 살인사건을 해결한 이들 앞에, 제주에서 해녀 손녀 실종 사건이 발생한다. 마강욱은 CCTV를 추적하며 수사를 이어간다.
천여리는 새로운 귀신이 전하는 신호를 따라 절벽으로 향하고, 그곳에서 다시 마강욱과 마주친다. 서로를 구하려다 함께 바다에 빠진 두 사람은 해저에 가라앉아 있던 실종자의 시신을 발견하며 또 다른 사건의 시작을 예고했다.
입체적 캐릭터에 설득력 입힌 박은빈

전작 <은밀한 감사> 종영 이후 <파친코> 시즌1(애플TV+), <친애하는 X>(티빙) 등 오리지널 OTT 작품 방영으로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갔던 tvN 토일드라마는 이번 <오싹한 연애>를 통해 다시 한번 로맨틱 코미디의 흥행을 기대하고 있다.
무엇보다 신작의 가장 큰 강점은 박은빈과 양세종이라는 두 배우의 안정적인 연기력이다. 박은빈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이후 케이블TV와 OTT를 넘나들며 다양한 장르를 소화한 믿고 보는 배우다.
박은빈은 냉철한 재벌 상속녀이자 상처를 지닌 은둔자, 원혼의 한을 풀어주는 해결사라는 복합적인 면모를 지닌 천여리를 맡아 또 한 번 새로운 변신에 나섰다. 자칫 과장되고 비현실적으로 보일 수 있는 설정이지만, 박은빈은 특유의 섬세한 감정 연기를 더해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완성했다.
덕분에 천여리는 단순히 귀신을 보는 능력을 갖춘 인물이 아니라 깊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한 인간으로 설득력을 얻었다. 작품마다 자신을 뛰어넘어 온 박은빈의 매력이 이번 작품에서도 빛을 발하고 있다.
양세종의 반전 매력 vs. 옹성우의 악역 변신

귀신이라면 치를 떠는 허당미 가득한 검사 마강욱 역으로 분한 양세종 역시 눈길이 가는 연기로 작품의 탄탄한 구성에 힘을 보탠다. 연속된 우연한 만남과 함께 빚어지는 티격태격 케미스트리는 향후 귀신들이 연달아 등장할 <오싹한 연애>의 달콤함을 책임질 핵심 요소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2회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등장을 알린 옹성우의 악역 변신 또한 기대되는 대목 중 하나다. 그동안 반듯하고 신뢰감 넘치는 주인공 역할을 보여줬던 그는 원작에 없는 새 캐릭터 강민환 역을 통해 놀라움을 안겨줄 예정이다. 귀공자 외모 속에 야망을 감춘 민환이 과연 강욱과 여리 사이에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또한 <오싹한 연애>의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다.
사실 <오싹한 연애>는 불리한 조건에서 경쟁을 펼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타사 드라마들이 범죄, 액션 스릴러를 표방하며 콘크리트 수준의 시청자층을 확보한 뒤에 첫 방송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로코물 특성상 초반부터 강력한 반전을 앞세우기보다는 등장인물의 서사를 설명하는 데 큰 비중을 할애해야 한다는 점도 초반 흥행몰이 측면에서 약점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오싹한 연애>만의 장점도 상당하다. 귀신과 '혐관' 로코물의 결합이라는 개성 넘치는 설정과 더불어 톡톡 쏘는 맛깔스러운 대사의 묘미, 군더더기 없는 수려한 연출 등이 그렇다. <오싹한 연애>는 아직 첫 단추를 끼운 정도에 불과하지만 앞으로의 행보를 기대해 볼 만하다.
김상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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