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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한강, ‘안 나가면 고소’ 듣고 충격”…책방 건물, 기업 손에 넘어갔다

무명의 더쿠 | 07-20 | 조회 수 70530

https://img.theqoo.net/TojaKV


“여기가 목조 지붕이라 비가 오면 빗소리가 많이 들린다. 한번은 낭독회를 하는데 비가 쏟아져서 세상에 우리만 남은 것 같은 이상한 감각이 있었다. 우리가 함께 있다는 그런 감각이 참 좋았다.”


7월 7일 저녁 서울 종로구 통의동 책방오늘, 한강 작가가 지그시 위를 올려다봤다. 시선을 따라간 곳엔 세월의 흔적이 역력한 서까래가 든든하게 지붕을 떠받치고 있었다. 순간 함께 있다는 감각이 어렴풋이 짐작됐다. 한 작가는 노벨문학상 수상 후 첫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 내내 서점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러나 책방을 닫는 이유에 대해서는 “서점(건물)이 팔렸기 때문에 세든 세입자가 다 나가게 됐다”고만 말하며 구체적인 전말을 밝히지 않았다.


주간경향 취재 결과 한 작가가 조심스럽게 언급한 책방 폐업의 배경에 서촌에 진출하려는 기업과 강남 투자 전문 부동산의 중개가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한 작가는 책방 영업을 이어가려 했으나 명도(세입자 퇴거) 소송 거론, 다른 세입자들의 퇴거 결정 등에 압박을 느끼고 끝내 명도에 합의했다.


한 작가와 가까운 지인 A씨는 주간경향과 통화에서 “그 건물이 명도(조건으로) 계약됐다. (한 작가는) 더 있으려고 했는데 ‘안 나가면 고소한다’는 얘기까지 했다고 들었다”며 “한 작가가 많이 힘들어했다. 충격을 많이 받은 것 같았다”고 말했다.


서촌 일대 상인·부동산에 따르면 한 작가의 책방 폐업은 서촌에서 진행 중인 젠트리피케이션의 여파다. 소위 ‘핫’한 지역에 진출하려는 브랜드들이 들어오며 동네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생활하고 영감을 얻은 공간임에도 문화적 자산으로서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부동산 “매수자 명도 요구”…지인 “상처 많이 받아”


한 작가에게 독립서점은 작가 아닌 삶을 상상할 때 거론할 정도로 애틋한 공간이었다. 그는 2018년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서 책방오늘을 처음 열었다. 한 작가는 직접 진열할 책을 고르고, 낭독회 등 여러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포스트잇에 자필로 적은 책 소개 문구, 글귀들은 그 자체로 짧은 작품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곧 경영난에 부딪힌 한 작가는 2023년 서울 종로구 통의동으로 공간을 옮겼다. 당시 한 작가로부터 중개를 의뢰받았던 공인중개사 B씨는 기자와 만나 “(한 작가가) 한옥 건물을 찾았던 기억이 난다”며 규모와 위치 등을 꼼꼼히 따졌다고 전했다. 실제로 한 작가는 목조 단층집 건물에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 책방 영업 마지막 날 인터뷰에서도 책방이 목조 건물이라 생긴 추억을 콕 집어 말하기도 했다.


상황은 건물주 C씨가 자금 사정으로 급하게 해당 건물을 내놓게 되면서 바뀌었다. 처음에 C씨는 통의동 인근 부동산을 통해 매물을 올렸다가 이를 보고 접촉한 서울 강남구 소재 부동산의 중개로 한 기업과 매매 계약을 맺기로 했다. 실제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보면 해당 건물은 5월 19일 35억원에 매매됐다. 매수자는 ‘법인’, 기업으로 알려졌다.


매수 기업은 매입 조건으로 세입자들의 명도를 요구했다. 해당 건물의 중개를 시도했던 한 강남 소재 부동산 공인중개사 D씨는 “매수자(기업)가 명도를 요구했다”며 “새로 건물을 지을 것 같진 않지만 현재 임대료가 너무 낮아서 이자도 안 나오는 상황이라 그런 매물은 거래될 때 (임차인을) 한번 싹 갈아엎어야 한다”고 말했다. ‘명도 소송’ 얘기가 오간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만 D씨는 자신이 중개를 성사시킨 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기존 건물주 C씨와 친한 공인중개사 E씨도 “(새 건물주가) 명도 조건으로 매매했다”며 “필요하니까 전체 다 내보내지 않았겠나”라고 말했다.


한 작가는 처음엔 건물주가 바뀌더라도 영업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상가 임차인은 최초 계약일로부터 최장 10년 계약 갱신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게다가 동네에 정도 들었다. 한 작가 측 지인 A씨는 “책방 운영을 8년이나 했고 통의동에 있을 때는 노벨상 받지 않았나”라며 “그곳에 애정도 많았고 아들과 피아노도 쳤던, 추억이 많은 공간이었다”고 말했다. 공인중개사 E씨도 “한 작가가 처음엔 ‘여기서 노벨상도 받고 그래서 더 있겠다’고 하고 법정도 가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책방을 계속 운영하기 위해 밟아야 하는 법적 절차, 정신적 고통 등이 부담이 됐다. A씨는 “(한 작가가) ‘안 나가면 고소하겠다’는 얘기를 해서 많이 힘들어했다. 상처를 엄청 받았다”며 “‘같이 있기 싫어하는 사람과 있는 건 안 되겠죠?’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책방 근처 상인 F씨도 “(한 작가가) 나가고 싶어서 나가는 게 아니다 보니 많이 아쉬워했다”고 말했다.


결정적으로는 책방 옆 가게 2곳이 모두 7월 안에 나가기로 한 것이 한 작가가 마음을 접은 이유가 됐다. 통의동 소재 부동산 공인중개사 G씨는 “처음에는 더 있으려고 했다가 옆 가게도 나가고 하니 나간다고 한 것 같다”며 “새로 또 뭐가 들어오면 색깔이 안 맞을 수도 있고, 그런 생각을 하시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한 작가 역시 인터뷰에서 “세입자가 세 가게 있는데 7월 안에 나가는 방향으로 얘기가 됐다”고 말한 바 있다.


서촌 젠트리피케이션 진행…“임대료 2000만원 올랐다”


한 작가의 책방 폐업을 두고 서촌 일대에서 벌어지는 젠트리피케이션(사람이 몰리며 임대료가 올라 원주민들이 바깥으로 내몰리는 현상)의 한 단면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인근 상인들에 따르면 일대는 한 작가의 노벨상 수상 소식이 알려진 뒤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 책방오늘 근처 건물의 관리인 H씨는 “노벨상을 탄 이후 사람들이 꾸준하게 찾아왔다”며 “갈수록 관광객들도 늘고 거리가 ‘핫’해지는 것도 일조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 부동산에 따르면 팝업스토어 성지로 떠오른 성수의 지대가 크게 오르면서 풍선효과로 패션 브랜드, 소매업 중심의 기업들이 서촌과 북촌을 찾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일각에서는 서촌 일대로 진출한 투자 전문 기획부동산들이 부동산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통의동 공인중개사 G씨는 “주로 강남에 있는 중개법인들이 지금 엄청나게 들어오고 있다”며 “소위 핫한 지역에 집중적으로 들어와서 이제 계속 ‘매물 작업’을 한다”고 말했다. G씨에 따르면 매물 작업이란 부동산이 매매 의사를 밝히지 않은 건물주들에게도 접촉해 ‘얼마를 받아주겠다’며 매물로 내놓도록 설득하는 것을 말한다. 건물주와 접촉하기 위해 ‘한국전력, 도시가스, 세무서’ 등을 사칭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작가가 입주했던 건물 역시 서울 강남구에 소재한 한 부동산의 중개로 매매가 이뤄졌다. 초기에 중개를 시도했던 강남 중개법인의 공인중개사 D씨는 블로그에서 해당 건물에 대해 “넓은 파사드가 만들어주는 거리 존재감이 뚜렷했고 리테일 브랜드가 입점하기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며 “(다만) 명도가 큰 걸림돌이었다”고 적었다. D씨는 통화에서 “서촌은 아직 가격이 덜 올라서 20억~30억원대 땅 찾는 분들한테 떠오르는 지역”이라며 “통상적으로 봤을 때 예상 임대료를 보면 해당 건물에는 리테일(편의점·마트 등)이 들어올 자리”라고 말했다.


서촌 상인들은 젠트리피케이션으로 특유의 분위기와 문화가 사라지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서촌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이모씨는 “이 동네가 이렇게 삭막한 동네가 아니었는데 그냥 돈의 게임이 됐다”며 “한 갤러리는 월 임대료가 1000만원대에서 3000만원대로 오르면서 나갔다”고 말했다. 2대에 걸쳐 50년째 서촌에서 가게를 운영한 I씨는 “우리 건물도 팔려서 저도 내년이면 나가야 한다. 대부분 매매할 때 (상가를) 비워둔 채로 판다”며 “건물주들은 세입자 입장을 생각 안 한다”고 말했다.


앞서 젠트리피케이션을 경험한 성수에서도 대기업이 진출하며 기존 상인들이 밀려났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쇼핑공간 ‘성수 플레이엑스’에서 영업 활동을 한 이종식 스틸어팩스 대표는 “대기업 상장사의 투자가 들어오면서 기존 업체는 사업에서 배제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서촌 일대로 진출한 투자 전문 기획부동산들이 부동산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통의동 공인중개사 G씨는 “주로 강남에 있는 중개법인들이 지금 엄청나게 들어오고 있다”며 “소위 핫한 지역에 집중적으로 들어와서 이제 계속 ‘매물 작업’을 한다”고 말했다. G씨에 따르면 매물 작업이란 부동산이 매매 의사를 밝히지 않은 건물주들에게도 접촉해 ‘얼마를 받아주겠다’며 매물로 내놓도록 설득하는 것을 말한다. 건물주와 접촉하기 위해 ‘한국전력, 도시가스, 세무서’ 등을 사칭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작가가 입주했던 건물 역시 서울 강남구에 소재한 한 부동산의 중개로 매매가 이뤄졌다. 초기에 중개를 시도했던 강남 중개법인의 공인중개사 D씨는 블로그에서 해당 건물에 대해 “넓은 파사드가 만들어주는 거리 존재감이 뚜렷했고 리테일 브랜드가 입점하기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며 “(다만) 명도가 큰 걸림돌이었다”고 적었다. D씨는 통화에서 “서촌은 아직 가격이 덜 올라서 20억~30억원대 땅 찾는 분들한테 떠오르는 지역”이라며 “통상적으로 봤을 때 예상 임대료를 보면 해당 건물에는 리테일(편의점·마트 등)이 들어올 자리”라고 말했다.


서촌 상인들은 젠트리피케이션으로 특유의 분위기와 문화가 사라지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서촌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이모씨는 “이 동네가 이렇게 삭막한 동네가 아니었는데 그냥 돈의 게임이 됐다”며 “한 갤러리는 월 임대료가 1000만원대에서 3000만원대로 오르면서 나갔다”고 말했다. 2대에 걸쳐 50년째 서촌에서 가게를 운영한 I씨는 “우리 건물도 팔려서 저도 내년이면 나가야 한다. 대부분 매매할 때 (상가를) 비워둔 채로 판다”며 “건물주들은 세입자 입장을 생각 안 한다”고 말했다.


앞서 젠트리피케이션을 경험한 성수에서도 대기업이 진출하며 기존 상인들이 밀려났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쇼핑공간 ‘성수 플레이엑스’에서 영업 활동을 한 이종식 스틸어팩스 대표는 “대기업 상장사의 투자가 들어오면서 기존 업체는 사업에서 배제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직접 운영했던 책방이 폐업했다는 점에서 한국 문화자산의 상실로 보는 의견도 있다. 이정은 전국동네책방네트워크 사무국장은 통화에서 “노벨문학상을 받은 분인데도 보호를 받지 못하고 산업 논리로만 넘어가는 게 문제”라며 “진짜 문화 자산이 사라지는 게 아쉽다”고 말했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33/0000051399?sid=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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