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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싸다 멈췄어요" 실낱 희망 생긴 홈플러스…정상화는 '첩첩산중'[르포]

무명의 더쿠 | 17:56 | 조회 수 1405

https://n.news.naver.com/article/018/0006331900?cds=news_media_pc&type=editn

 

MBK-메리츠 2000억 지원에 회생 불씨
홈플러스 "20일 법원에 즉시항고"
"한두 달 더 버텨보자" 점주들 기대
공급망·고객 신뢰 회복은 숙제
[이데일리 한전진 기자] “어제까지만 해도 짐 싸다가 멈춘 사람도 있었어요. 다들 끝인 줄 알았는데 오늘은 ‘조금 더 기다려보자’는 분위기예요.”

16일 오후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강서점 3층. 금은방 매장 앞에 모인 홈플러스 입점 점주들은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며 전날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의 2000억원 연대보증 소식을 놓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문 안 닫아도 되겠네” “희망이 조금 생겼네”라는 말이 여기저기서 흘러나왔다. 폐점을 염두에 두고 물건을 포장하려던 점주들 사이에서는 다시 기다려보자는 분위기가 퍼졌다. 청산 우려에 커졌던 현장에도 모처럼 기대감이 피어났다.
 

16일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강서점 1층 의류매장에 폐점을 대비해 포장해 둔 상품 박스가 놓여 있다. (사진=한전진 기자)

‘짐 싸다 멈췄다’…현장에 번지는 작은 희망

김 회장이 전날 개인 연대보증을 통해 긴급 운영자금 2000억원을 마련하겠다고 밝히면서 청산 수순으로 기울던 홈플러스에 다시 회생 가능성이 생겼다. 홈플러스의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도 이날 오후 이사회를 거쳐 2000억원 규모의 긴급운영자금(DIP) 금융을 추진하고 홈플러스의 회생계획 인가 절차에 협조하기로 했다. 홈플러스는 20일 즉시항고를 제기한 뒤 회생절차 재개를 추진할 계획이다.
 

16일 낮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강서점 1층 의류매장에서 소비자들이 할인 상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한전진 기자)

앞서 홈플러스는 지난 3일 법원의 회생절차 폐지 결정으로 청산 위기에 몰렸다. 다만 법원은 오는 20일까지 운영자금 2000억원을 확보해 즉시항고하면 결정을 다시 검토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중략)

이날 강서점 곳곳에선 기대에 찬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1층 패션매장을 운영하는 점주 A씨는 “20일까지 상황을 보고 철수 준비를 하려고 했는데 일단 폐점 준비는 잠시 멈춰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래도 한두 달은 더 버텨볼 수 있겠다는 희망이 생겼다”고 했다. 2층 안경점 직원 B씨는 “마트 영업이 멈추니 사실상 우리도 수입이 끊긴 것이나 다름없다”며 “이미 50% 할인으로 제품을 팔고 있는데 영업을 계속할 수만 있다면 끝까지 이어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다만 불안한 분위기도 여전했다. 1층 의류·잡화 매장에는 할인 매대를 둘러보는 손님들이 오갔지만 평소보다 한산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대형마트가 있는 2층으로 올라가자 분위기는 사뭇 달라졌다. 식품매장 입구에는 카트만 길게 세워져 있었고 계산대도 멈춰 있었다. 텅 빈 매대와 출입이 통제된 마트 구역은 여전히 적막했다. 영업 중인 임대매장과 멈춰 선 대형마트가 대조를 이뤘다.
 

16일 낮 영업을 중단한 홈플러스 강서점 전경. 앞서 홈플러스는 지난 13일부터 전국 대형마트의 영업을 임시 중단했다. (사진=한전진 기자)

‘회생 재개’ 불씨 살렸지만…정상화는 ‘첩첩산중’

업계에서는 긴급 운영자금이 마련되더라도 정상화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입을 모은다. 문제는 2000억원이 영업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한 자금이 아니라는 점이다. 홈플러스의 공익채권은 약 9400억원 규모로, 이 가운데 미지급 납품대금 등 상거래채권만 7940억원에 달한다. 확보한 자금도 우선 밀린 급여와 물품대금 등 공익채권을 정리하는 데 투입될 가능성이 크다.
 

16일 낮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강서점 이벤트존에서 소비자들이 할인 행사 상품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한전진 기자)

가장 큰 과제는 공급망을 되살리는 일이다. 임시휴업이 언제 끝날지도 아직 불확실한 데다 주요 식품 제조사와 협력업체들도 납품 재개를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홈플러스가 운영자금 2000억원을 확보하더라도 우선 밀린 대금 정산에 쓰일 가능성이 큰 만큼, 거래 안정성과 대금 회수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기 전까지는 제조사들이 관망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는 분석이다.

상품 공급이 늦어질 경우 다시 자체브랜드(PB) 중심 영업이 불가피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신선식품과 생필품 공급이 원활하지 않으면 소비자들이 다시 홈플러스로 향할 유인도 크지 않다. 영업 정상화가 늦어질수록 고객 이탈이 고착화할 가능성도 커진다. 이 경우 매출 회복이 더뎌지고, 이는 다시 현금흐름 악화와 추가 자금 부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낳을 수 있다.

홈플러스는 오는 20일 즉시항고를 제기하고 회생절차 재개와 경영 정상화를 동시에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홈플러스 측은 “회생절차를 이어갈 기반이 마련된 만큼 협력업체들과 상품 공급 정상화 협의를 최대한 신속하게 진행하겠다”며 “구조혁신 작업을 마무리하고 잔존 사업부문 매각도 차질 없이 추진해 회생절차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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