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 달라 걸러내기 어렵다? BL·로맨스 웹소설 유사성 논란 반복되는 이유
지난 7월 8일 BL 소설 작가 A 씨는 익명의 독자로부터 로맨스 소설 '엑스? 엑스!'가 자신의 작품과 핵심 서사, 인물 성격, 갈등 구조뿐 아니라 세부 설정까지 겹친다는 제보를 받았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A 씨는 "재회물의 특성을 고려해 어느 정도 전개와 상황이 겹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캐릭터의 고유한 특징과 이를 표현하기 위해 사용한 소재, 디테일한 부분의 유사함은 결코 묵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엑스? 엑스!'의 작가는 재회물에서 통용되는 클리셰와 기존 작품에서도 사용해 온 연출이라는 취지로 소명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후 출판사 래이니북스와 함께 사과문을 올렸다. '엑스? 엑스!'는 판매 중단 처리됐지만 A 씨는 이들이 사과문에서 가장 중요한 유사성에 대해서는 회피했다며 "이런 겉핥기식 사과는 그저 일이 더 커지는 것을 막으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두 작품의 장르가 각각 BL과 로맨스로 달랐던 탓에 문제 제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렸다. 웹소설 시장은 BL, 로맨스, 로맨스판타지, 무협, 현대판타지 등 세부 장르별로 소비층이 뚜렷하게 나눠져 있어 자신이 읽지 않는 장르의 작품을 접하는 일은 많지 않다. 특정 장르에서 사용된 인물 관계와 사건 구성이 다른 작품에서 반복되더라도 곧바로 비교 대상으로 떠오르기 어렵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2024년 발표한 웹툰·웹소설 이용자 조사에서 가장 선호하는 장르로 로맨스를 꼽은 응답은 21.7%였는데, BL을 선택한 비율은 가장 낮은 2.4%에 불과했다. 로맨스 작품을 접하는 독자가 많더라도 비교 대상이 된 BL 원작을 알고 있는 사람이 제한적이라 유사한 설정과 전개가 즉시 문제로 인식되기 어려운 현실이다.
이 때문에 유사성 의혹은 두 작품을 모두 접한 소수의 독자가 의심스러운 대목을 발견하고 나서야 뒤늦게 제기되는 경우가 많다. 독자가 겹치는 설정과 장면을 정리한 비교 자료를 공개하거나 원작자와 출판사에 제보하고, 각 장르의 독자층으로 퍼지면서 문제가 본격적으로 공론화된다.
이처럼 원작 IP가 확장되는 현실에서 유사성 문제는 더 넓은 소비층의 검증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의혹이 제기된 뒤 출판사가 해당 작품을 내리는 수준의 대응에 머물 것이 아니라 새로 출간하거나 유통하는 작품이 다른 장르의 기존 작품과 유사하지 않은지 선제적으로 살피는 검증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원한 한 웹소설 작가는 "유사성 문제가 불거지면 출판사는 작가와 계약을 해지하고 판매를 중단하는 것으로 종결하려 한다. 그전에 작품을 제대로 검토했는지, 유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어떤 조치를 취할지에 대해서는 침묵하는 경우가 많다"며 "작가 개인의 양심에만 맡길 게 아니라 출판사와 플랫폼이 계약 단계부터 유사성을 검토하는 절차를 마련하고 문제 제기 이후의 조사와 소명·제재 기준을 피해 작가나 독자도 알 수 있도록 투명하게 공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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