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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와 유체이탈 화법

무명의 더쿠 | 09:23 | 조회 수 1316

(서울=연합인포맥스) 노요빈 기자 = 정부가 국내 증시 변동성을 키운 주범으로 지목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 규제의 칼을 빼 들었다.

증시가 하루하루 급등락을 반복했고, 투자자들의 손익이 두 배로 출렁이는 사이 단일종목 레버리지를 향한 규제 요구는 빠르게 확산했다.

전일 금융당국 업무보고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보완 대책을 신속히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전체 업무보고에서 차지하는 부분은 짧았지만, 세간의 관심은 집중됐다.

하지만 정부와 금융당국이 공개 석상에서 내놓은 메시지는 이른바 '유체이탈 화법'을 떠올리게 한다. 처음 상품 도입을 함께 추진해온 주체가 각자 나뉘어 책임을 피하는 듯한 자세로 이야기가 겉도는 인상을 들게 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정부는 누구보다 적극적이었다.

국내 금융상품 규제 역차별을 해소한다는 명분 아래 금융위원회와 금감원, 한국거래소 등 유관기관은 이례적인 속도로 제도를 정비했다. 상품 심사도 신속하게 진행됐다.

당시에는 여러 기관이 사실상 '원팀'으로 움직였다.

하지만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자 분위기는 달라지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드러누워서라도 막았어야 했다"라며 상품 도입에 대한 문제의식을 표출했다. 최종 심사를 맡았던 당국 수장이 회한이 가득한 발언을 내놓으면서, 마치 상품을 낸 주체가 따로 있는 것처럼 의구심을 들게 했다.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은 업계 의견을 수렴하며 보완책을 검토했다. 투자자 예탁금 상향이나 투자 한도 조정 등 여러 대책이 거론되지만, 어느 하나 뾰족한 대책으로 보긴 어려운 게 현실이다.

어느 쪽이든 판단이 쉽지 않은 문제다. 단일종목 레버리지는 투자자들의 다양한 수요를 충족시키는 순기능이 분명 존재한다. 그 결과 출시 한 달 만에 10조 원이 넘는 규모로 성장했다.

결국 규제 강화와 시장 자율 사이에서 정부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다만 어려운 정책 판단과 책임 회피는 다른 이야기다.

대통령은 금감원장을 향해 단일종목 레버리지에 "당하고 계신 모양이다", 거래소 이사장을 향해서는 이로 인해 "시끄럽죠"라고 언급했다.

단순한 격려의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통상 '당하다'라는 표현은 다른 누군가에 의해 피해를 보았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무엇을 당한 것인지 명확하지 않은 채 이어진 금감원장 답변은 또 한 번 고개를 갸웃하게 한다. "달게 받고 있다"고 답했는데, 무엇을 달게 받고 있다는 것인지는 드러나지 않는다.
 

단일종목 레버리지에 제도 보완은 기정사실화됐지만, 현재 상품에 대한 당국의 입장은 여전히 모호한 모습이다.

또 과연 국내 단일종목 레버리지를 규제하면 시장 변동성이 줄어들 것인지도 장담할 수 없다. 그러다 보니 담당자에 책임을 제대로 묻지 못하고, 담당자도 선뜻 책임지고 보완하겠다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다.

만일 정책에 문제가 있어 보완책이 필요하다면 왜 필요한지 설명하고 신속하게 추진하면 된다. 반대로 시장 기능을 위해 유지하는 것이 맞는다고 판단한다면 그 틀 안에서 명확한 방향을 제시하고 시장을 설득해야 한다.

단일종목 레버리지는 시작에 불과하다. 단일종목 커버드콜, 완전 액티브 ETF 등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새로운 상품과 제도는 앞으로도 계속 등장한다.

처음 도입할 때는 원팀이었던 정부와 금융당국이 논란이 생기자 모호한 태도로 책임 소재부터 의식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면 앞으로 어떤 정책도 시장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

지금 필요한 것은 처음 제도를 함께 만들었던 것처럼 정부와 금융당국이 다시 원팀으로 돌아가, 같은 방향에서 설명하고 책임 있게 시장을 설득하는 일이다.
 

https://news.einfomax.co.kr/news/articleView.html?idxno=4425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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