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당시 절도 신고…살인 혐의 몰랐다" 해명
경북 경산에서 20대 남성이 또래 친구를 살해한 사건에서, 경찰이 범행 직후 피가 묻은 나체 상태의 용의자와 지근거리에서 마주쳤으나 놓쳤고, 이 상황을 상황실에 알리지 않은 사실이 확인됐다. [사진=독자제보]
경북 경산 '피범벅 나체' 살인사건 당시 출동 경찰관들이 용의자를 발견하고도 놓친 사실은 CCTV 영상으로 이미 알려졌지만, 이 상황을 112상황실에 전혀 보고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본지 취재로 새롭게 확인됐다.
사건은 지난 4일 새벽 경산시에서 발생했다. 20대 남성 A씨는 또래 친구를 흉기로 살해한 뒤 알몸 상태로 거리를 이동한 혐의를 받고 있다. 최초 112신고는 오전 4시 18분 접수됐다. 문신이 있는 알몸 남성이 피를 흘리는 상태로 편의점에서 우유를 가져갔다는 내용이었다. 112상황실은 이를 코드2로 분류하고 순찰차를 출동시켰다.
CCTV 영상에 따르면 오전 4시 25분께 출동 경찰관들은 순찰차에 탑승한 상태로 약 2m 거리에서 A씨와 마주쳤다. 경찰은 차량 안에서 정지를 요구했으나 A씨는 달아났다. 이후 경찰관들은 혈흔과 발자국을 따라 이동하며 행방을 추적했다.
아주경제 취재 결과 이 조우와 도주 상황은 상황실에 전달되지 않았다. 112상황실은 현장 보고를 토대로 추가 순찰차 지원과 수배·차단 등 대응 확대 여부를 판단하는 곳으로, 이 정보가 전달되지 않으면 위험도를 재평가할 기회 자체를 갖지 못한다. 현장 경찰관이 A씨와 마주친 오전 4시 25분부터 별도의 살인 신고가 접수된 오전 4시 35분까지 약 10분 동안 상황실은 관련 상황을 전혀 인지하지 못한 채 아무 조치도 취할 수 없었다.
도주한 A씨는 범행 현장으로 되돌아왔다가 현장에 있던 친구들과 몸싸움을 벌인 끝에 제압된 것으로 전해졌다. 별도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들은 오전 4시 46분 현장에 도착해, 4시 57분 신병을 인계받았다.
'112치안종합상황실 운영 및 신고처리 규칙'은 출동 경찰관이 현장 도착 즉시 최초보고를 하고, 상황이 바뀌면 수시보고하도록 정하고 있다. 다만 급박한 경우 조치 후 보고할 수 있다는 예외도 있어, 이번 사례가 이에 해당하는지가 확인돼야 할 부분이다.
유족 측은 A씨가 즉시 제압되지 않았다며 초동 대응이 미흡했다고 주장해 왔다. 이에 경북경찰청은 "최초 신고가 절도 사건으로 접수됐고, 경찰관들도 당시 A씨가 살인 혐의자인지 몰랐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다만 판단 근거인 내부 매뉴얼 공개 요청에는 응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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