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형사13단독 김보라 판사는 업무방해, 재물손괴 혐의로 기소된 김모(46·여)씨에게 지난달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김씨는 지난 2022년 12월부터 1년 2개월간 서울의 A회사에서 디자인팀 팀장으로 근무했다. 마지막 출근일이었던 지난 2024년 2월 김씨는 자신이 관리하던 업무용 PC를 포맷해 전자기록을 모두 삭제하고 퇴사했다.
이에 A사는 김씨의 PC 포맷으로 인해 업무 자료가 모두 삭제돼 마케팅 및 디자인 전략기획 등 업무를 방해받았다며 김씨를 고소했다. 수사기관 역시 혐의가 인정된다고 보고 김씨를 재판에 넘겼다.
김씨는 재판에서 퇴사 두달 전 이미 PC가 고장이 나 자료 복구가 불가능해졌고, 퇴사할 무렵에는 PC에 문제가 된 파일들이 존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한 퇴사 당시 PC를 포맷한 것이 아니라 윈도우 시스템을 복구한 것이라고도 했지만,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김 판사는 증거에 의해 인정되는 사정을 종합하면 김씨가 퇴사하면서 파일을 삭제한 것이 맞고, 그로 인해 A사의 업무가 방해된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우선 마지막 출근일 촬영된 폐쇄회로(CC)TV 영상에서 윈도우를 포맷할 때 나오는 화면으로 보이는 장면이 확인됐다.
김 판사는 또한 언급된 PC 고장 이후에도 김씨가 계속 근무를 이어갔던 만큼 필요한 자료는 이미 모두 복구가 됐을 것이라고 봤다. 김씨 스스로도 당시 PC 고장 이전 버전의 자료를 업무용 메신저로 보내놓은 적이 있다고 진술했기 때문이다.
이외에 A사 직원들은 퇴사 시에 통상 인수인계가 필요한 자료들은 남겨두고 개인정보가 들어있는 자료만 선별해서 지우는데, 김씨는 컴퓨터를 포맷하기 전 기존 자료들을 따로 저장해두지 않은 점도 유죄 판단의 근거가 됐다.
김씨가 입사 당시 체결한 근로계약서에 '퇴사하고자 하는 경우 퇴사일로부터 1개월 전에 피해자 회사에 통보해야 하고 업무인수인계를 정상적으로 마쳐야 한다'고 규정된 사실도 불리하게 작용했다.
김 판사는 "김씨는 회사 공유 폴더(NAS) 또는 메신저에 자료가 남아 있어 회사의 업무가 방해되지 않았다는 취지로 주장한다"며 "하지만 설령 파일을 복구할 수 있었다 하더라도 관련 문서가 회사에 남아 있는지, 누가 가졌는지를 매번 확인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해 업무에 지장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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