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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아무도 살리지 않는 홈플러스

무명의 더쿠 | 16:45 | 조회 수 2274

홈플러스 전체 직원의 99%는 정규직이다. 2019년 무기계약직 1만4283명을 정규직으로 파격 전환한 건 MBK파트너스였다. 당시 홈플러스 매장 50여 곳을 리츠로 상장시키려고 문재인 정부에 코드를 맞추는 무리수를 뒀다. 경영 효율 극대화를 최우선으로 하는 사모펀드(PEF)가 무리한 인수합병(M&A) 빚을 갚기 위해 역주행한 것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 홈플러스 노조는 영문도 모른 채 환호했다.



환희가 고통을 넘어 절망으로 바뀌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작년 3월 MBK의 홈플러스 법정관리 신청 이후 가장 힘든 건 직원들이다. 파산 절차 개시까지 남은 시간은 1주일. 임직원 1만2000여 명, 주차·청소 등 간접 고용 인원 1000여 명이 길거리로 내몰린다. 법정관리 1년4개월 동안 다들 홈플러스 회생을 얘기하면서 생존을 위한 구조조정에는 침묵한 결과다.


중략


안타까운 건 법정관리 1년4개월이다. 자산 8조9000억원의 유통 공룡을 살릴 방법은 분명 있었다. 선(先)구조조정 후(後)매각이다. 하지만 정치권과 노조가 격렬히 반대했다. 작년 9월 김병기 당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홈플러스 서울 강서점을 찾아 “(점포 15곳) 폐점이 현실화하면 홈플러스는 경쟁력을 잃고 사실상 청산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 M&A 전문가는 “금융감독원이 홈플러스에 분식회계 딱지를 붙인 데다 정치권과 민주노총이 구조조정을 불허하는데 감히 누가 인수에 나서겠냐”고 반문했다.


역대급 추진력을 자랑하는 이재명 정부는 홈플러스 언급 자체를 피했다. 물론 홈플러스가 국가 기간산업이 아니어서 직접 자금을 수혈해야 할 명분을 찾기 어렵다. 그러나 홈플러스는 지역 상권과 납품 업체 수천 곳이 연결돼 있다. 협력·입점 업체까지 10만 명의 생계가 걸린 문제다. 지역 균형발전과 포용적 금융을 주창하는 정부가 바닥산업을 사양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방치한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인력 구조조정과 함께 채권단 양보를 끌어내려면 당정 주도의 강력한 리더십이 뒷받침돼야 했다. 홈플러스 차입 구조는 남다르다. 1조원 넘게 자금을 빌려준 메리츠는 전국 매장 62곳 부동산을 담보로 따로 쥐고 있다. MBK와 메리츠 양자 타협이 구조적으로 불가능한 이유다.


정부와 민주당은 여전히 MBK 때리기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법정관리 초반에 메리츠가 한발 양보하고, MBK가 희망퇴직 지원금을 책임지도록 하는 선구조조정안이 마련됐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을 지울 수 없다. 교통사고를 낸 운전자만 탓하다가 응급실에 실려 온 환자를 수술도 하지 않고 사망선고를 내린 꼴이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

https://naver.me/5jXeLL5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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